유가 100달러가 물가 안도감 삼켰다…美 10년물 4.9% 돌파
10년물 4.906%·30년물 5.34%…수년래 최고
2년물도 4.5% 돌파, 연준 금리 경로까지 흔들
근원 PPI 예상 밑돌았지만 고유가 인플레 우려가 압도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돌파하면서 미국 국채시장이 또다시 흔들렸다. 미국의 8월 생산자물가가 시장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고유가가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를 압도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9%를 넘어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고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도 4.5%를 돌파했다.
1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6bp(1bp=0.01%p) 이상 오른 4.906%를 기록했다. 2023년 11월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30년물 국채 금리도 5bp 이상 상승한 5.337%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5.34%를 넘어섰다.
특히 2년물 금리는 장중 4.501%까지 치솟으며 2023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2년물의 상승 폭은 7bp를 넘어 10년물보다 컸다.
국채시장을 흔든 직접적인 요인은 국제유가였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4% 넘게 급등하며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105달러를 넘어섰다.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장기화하고 중동의 원유 생산 및 해상 운송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커진 영향이다.
채권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유가 자체보다 유가 상승이 앞으로 미국 물가에 미칠 영향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휘발유와 운송비를 거쳐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전이될 수 있다. 물가가 다시 상승하면 연준이 높은 금리를 예상보다 오래 유지하거나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커진다.
이 때문에 이날 비교적 안정적으로 나온 생산자물가도 채권시장에는 별다른 안도감을 주지 못했다.
미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4% 상승해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0.2% 올라 시장 예상치 0.3%를 밑돌았다.
그러나 채권시장은 이미 지나간 8월 물가보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현재의 유가가 앞으로 물가를 얼마나 끌어올릴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2년물 금리가 4.5%를 돌파한 것은 시장이 고유가를 단순한 지정학적 위험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2년물은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채다.
고유가가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 여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시장 일각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장기물의 부담도 계속되고 있다. 미 국채 금리는 전날에도 상승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60억달러로 확대했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면서 장기채 매도세를 막지 못했다.
결국 미 국채시장은 '고유가와 고금리'라는 이중 부담을 다시 떠안게 됐다. 10년물 금리가 5%에 근접하면서 모기지와 자동차 대출 등 미국 가계의 실제 차입 비용에도 추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미국 장기 대출금리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한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11일 발표되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로 향하고 있다. 생산자물가가 예상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국채 금리가 급등한 만큼 CPI에서 물가 압력이 다시 확인될 경우 채권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