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H-1B '해고 후 60일 체류' 없앤다…실직하면 美 떠나야
DHS, 취업비자 60일 유예기간 폐지 추진
H-1B·L-1·O-1 등 외국인 전문인력 대상
빅테크·컨설팅 등 인력 운용에도 충격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H-1B 전문직 비자 소지자가 해고된 뒤에도 최대 60일간 미국에 머물며 새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한 유예기간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새 규정이 시행되면 H-1B 등 일부 취업비자 소지자는 고용이 종료되는 즉시 미국을 떠나야 할 수 있다.
10일(현지시간) 미 국토안보부(DHS)가 연방관보에 공개한 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H-1B를 비롯한 일부 비이민 취업비자에 적용되는 최대 60일의 유예기간을 없애기로 했다.
현재는 H-1B 근로자가 해고되더라도 최대 60일 동안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면서 새로운 고용주를 찾을 수 있다. 새 고용주가 비자 스폰서가 돼 관련 절차를 밟으면 미국을 떠나지 않고 계속 근무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 같은 완충장치가 사라진다. 고용관계가 끝나는 시점에 체류 자격도 사실상 함께 종료되면서 해당 근로자는 미국을 떠나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60일 유예기간은 2017년부터 시행됐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단순히 새 직장을 찾을 시간만 주는 제도가 아니다.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었을 경우 주택을 처분하거나 자녀의 학교 문제를 정리하는 등 미국 생활을 마무리할 시간을 제공하는 역할도 해왔다.
특히 H-1B는 미국 기술기업들의 외국인 인재 확보에 핵심적인 비자다. 1990년 미 의회가 도입했으며 미국 내에서 필요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분야를 중심으로 인도와 중국 등 해외 인재를 채용하는 통로로 활용돼 왔다.
딜로이트, PwC, 언스트앤영(EY) 등 글로벌 컨설팅업체뿐 아니라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 인포시스, HCL테크, LTIMindtree 등이 대표적인 H-1B 스폰서 기업이다.
기업들도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업 이민 전문 베라디 이민법률사무소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조치가 "인사팀이 외국인 직원의 해고와 퇴직 절차를 관리할 수 있는 시간을 급격히 단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DHS도 기업에 일정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정했다. 다만 외국인 근로자가 떠나면서 생긴 일자리를 미국인 근로자가 대신 채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DHS는 "기업들이 인력 수요에 따라 동등한 자격을 갖춘 미국인 근로자에게 해당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I-129 청원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경우에 따라 미국을 떠난 외국인 근로자도 고용주가 다시 청원하면 비자를 재신청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치는 H-1B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행될 경우 E-1과 E-2를 비롯해 다국적기업 임원과 관리자가 미국에서 근무할 때 사용하는 L-1, 과학·스포츠·예술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인재에게 발급되는 O-1, 캐나다·멕시코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TN 비자 등에도 적용된다.
싱가포르와 칠레 국적 전문직 근로자를 위한 H-1B1과 호주 전문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E-3 비자도 영향을 받는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합법 이민을 제한하기 위해 추진해온 일련의 정책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문직 근로자에 대한 비자 비용을 높이는 등 합법적인 외국 인력의 미국 취업 문턱도 높여왔다.
다만 60일 유예기간 폐지가 당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DHS가 공개한 개정안은 앞으로 약 2개월간 공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후 최종 규정이 확정돼야 실제 시행에 들어갈 수 있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