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력에 답이 있다] 기내에서 무료 와이파이 된다는데, 목 건강 괜찮을까?
[파이낸셜뉴스] 장거리 비행의 경우 기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지금껏 다소 제한적이었다. 하늘의 풍경을 보거나, 기내식을 먹고 억지로 잠을 청하며 버티다 보면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몸으로 도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과정이 싫어 장거리 비행 자체를 꺼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앞으론 이런 모습들이 바뀔 전망이다. 국내 한 대형항공사는 이달부터 장거리 노선 기종에 해외 유명 위성 인터넷 업체와 계약해 기내 무료 와이파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2027년 말까지 모든 기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최대 500Mbps 속도를 제공해 평상시와 다르지 않게 인터넷 서핑이 가능하다. 태평양 상공 1만m에서 찍은 영상과 사진을 실시간 SNS에 공유하거나, 좌석에 앉은 채 화상회의 등에 참여하는 일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승객들에겐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는 한의사 입장에선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그간 기내에서 스마트폰으로 미리 내려받은 영화를 보거나 사진첩을 살펴보는 승객은 많았다. 그러나 인터넷 연결이 제한적이었던 만큼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활동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는 기내에서도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장거리 비행 내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승객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좁은 기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좌석이 좁아 팔꿈치를 받칠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기기를 무릎 언저리에 두고 고개를 푹 숙이게 된다. 옆자리 승객 때문에 자세를 크게 바꾸기도 어렵다. 평소라면 자세를 고쳐 앉거나 잠시 기기를 내려놓을 수 있지만, 장시간 비행에서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불편한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며 스마트폰을 오래 들여다보기 쉽다.
우리 목뼈는 완만한 C자 곡선을 그리는 것이 정상이다. 이 곡선이 머리 무게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고개를 숙인 자세가 오래 이어지면 곡선이 일자에 가깝게 펴지는 거북목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5kg 안팎의 머리 무게가 목과 어깨 근육, 추간판(디스크)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압력이 반복해서 가해지고 디스크가 밀려 나와 신경을 누르면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미국 척추외과의사인 케네스 한스라지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머리 무게는 평균 4.5~5.5㎏ 정도지만, 고개를 앞으로 15도 숙이면 목에는 약 12㎏의 하중이 가해진다.
이에 만약 여행을 다녀온 뒤 목과 어깨 통증이 남아 있다면 그냥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휴식을 취하면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통증이 2~3주 넘게 이어지거나 팔 저림까지 동반된다면 단순한 근육 뭉침으로 생각하지 말고 진료를 받아보길 권한다.
한의학에서는 목 통증에 침과 약침, 추나요법을 함께 쓴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으로 틀어진 경추 정렬과 굳은 근육을 바로잡아 디스크에 실리는 압력을 덜어준다. 침은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 한약재 성분을 정제해 혈자리에 주입하는 약침은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쓰인다.
특히 약침의 목 통증 감소 효과는 연구 결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은 중등도 이상의 만성 목 통증 환자 101명을 약침치료군 50명과 물리치료군 51명으로 무작위 배정해 4주간 주 2회 치료했다. 그 결과, 약침치료군의 목 통증 시각통증척도(VAS·0~100)가 63.9에서 30.7로 33.2점 낮아졌다. 물리치료군의 감소 폭은 17.4점에 머물렀다.
물론 비행기에서 스마트폰을 쓰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습관을 조금만 바꿔도 목에 실리는 부담이 가벼워진다. 기기는 트레이 테이블 위에 올려 시선 높이에 가깝게 두자. 목베개는 뒷목을 감싸는 위치보다 턱이 앞으로 떨어지지 않게 받쳐주는 위치가 좋다. 한 시간에 한 번쯤은 통로에 서서 목을 좌우로 천천히 돌리고 어깨를 크게 움직여주면 근육이 굳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늘 위에서 누리는 즐거움이 늘어난 만큼, 목이 쉬는 시간도 우리가 직접 챙겨야 한다.
/광주자생한방병원 염승철 병원장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