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호남반도체를 멈출 수 있을까요…n%성과급은요 [김준혁의 JOB생각]
[파이낸셜뉴스] 이달 초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관련 새 지침이 발표됐습니다. 교섭·파업 대상이 될 수 있는 성과급과 사업경영상 결정에 대한 기준과 사례를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이 이번 지침의 핵심입니다.
새로 발표된 개정 노조법 지침, 보다 이해하기 쉽게 풀어보려 합니다. 함께 뜯어볼까요?
■호남반도체 교섭·파업? 지금은 안된다
우선 사업경영상 결정을 대상으로 한 쟁의 가능 여부를 먼저 따져볼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업결정에 따르는 성격과 시점별로 교섭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투자나 인수합병(M&A) 그 자체는 경영권의 영역으로 쟁의 대상으로 삼기 어렵고, 이 같은 사업경영상 결정이 계획·발표 수준에 그쳤을 경우 역시 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게 정부의 해석입니다. 다만 이 같은 발표·계획·결정이 이행되는 과정에서 이주·배치전환·구조조정 등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끼치는 게 가시화된 시점부터는 이주·배치전환·구조조정 등에 대해선 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삼성전자의 호남반도체 쟁의 주장을 예로 들어볼까요.
삽도 푸지 않은 현 시점에서 노조의 호남반도체 교섭 요구, 파업은 정부 지침과는 맞지 않습니다. 호남반도체 투자 결정 반대를 이유로 파업을 해도 쟁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불법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호남반도체 투자가 실제 이행되고, 이 과정에서 수도권 사업장의 인력이 대거 호남으로 이전해야 하는 것과 같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인사결정이 있는 시점부터는 교섭·파업 대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호남반도체 투자라는 경영상 결정 그 자체에 대해선 교섭·파업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지만, 이에 따른 근로조건의 변동에 대해선 교섭권을 인정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기업이익 아닌 기본급·연봉 n% 성과급은 가능
이번 지침에는 성과급 교섭의 기준도 함께 담겼습니다. 올해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제기된 기업의 이익에 연동한 성과급은 내년부터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침은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에 연동한 성과급은 의무적 교섭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비용·배당이 반영되기 전인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외수익이 포함된 당기순이익을 성과급에 연동할 경우 투자자나 경영권에 침해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반대로 임금인 '연봉'이나 '기본급'에 기반한 성과급 요구는 허용됩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보통 1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던 기업 A가 올해 영업이익을 500억원을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 A 내 제1노조인 B는 이를 지렛대 삼아 임금협상을 하려고 하는데요. 내년도 임단협에서 400억원(기존대비 추가 영업이익) 의 10%를 직원들 성과급 배분으로 요구했다면 이는 지침상 의무적 교섭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기업의 영업이익이 기존 대비 400% 추가로 발생했으니, 이에 버금가는 비율을 기본급이나 연봉에 적용해 성과급을 산정하자고 요구한다면 이는 교섭 테이블에 오를 수 있습니다.
위 사례보다 더 복잡한 상황은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번 지침은 이미 맺어진 단체협약에는 소급적용되지 않습니다. 만약 노사가 올해 3년 간 특정 방법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협약을 맺었다면 그 협약의 내용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얘기입니다. 단협의 법적 효력은 최장 3년 간 유지됩니다.
이렇게 보면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많아 보이죠. 내년 임단협부터 혼란이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경영학에서도 활용되는 PS(초과이윤분배·기업의 전체 초과이익을 성과급과 연동), PI(생산성격려금·특정 부서의 목표 달성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 EVA(경제적부가가치·자본비용을 차감한 경제적이익을 성과급과 연동) 등을 두고 노사 간 주장·셈법도 복잡해질 것 같습니다.
[email protected] 김준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