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단 띄우고 수사체계 손질…경찰개혁 성패는 '지속성'
국민·현장 참여 경찰개혁단 가동
형소법 개정 앞두고 수사인력 2000명 보강
숙련인력·교육·지휘감독 뒷받침 필요
단기 처방 넘어 지속 가능한 체계 관건
[파이낸셜뉴스] 경찰 개혁의 무게중심이 조직 내부 쇄신에서 국민·현장 참여와 수사역량 강화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잇따른 부실 사건 처리를 계기로 관리·감독 체계를 손보는 동시에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인력과 수사제도까지 함께 정비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향이 실제 수사 품질과 국민 신뢰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숙련인력 확보와 교육, 지휘·감독 체계 정비를 함께 추진하고 개혁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번 주 '국민참여·현장동행 경찰개혁단'을 출범시키고 국민과 현장의 목소리를 개혁 과정에 반영하기 위한 장치를 잇따라 내놨다. 가칭 '국민과 함께하는 경찰개혁 100일'을 추진해 오는 11월까지 전국 순회 국민경청회와 온라인으로 의견을 받고, 12월 중순에는 '100일 보고회'를 열어 이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공개한다.
국민적 우려가 큰 사안에 대한 경찰 대책을 시민이 비교·숙의하는 가칭 '경찰정책 시민배심원'도 도입한다. 일선에서는 가칭 '돋보기 프로젝트'와 '현장맨이 간다' 등을 통해 경찰관이 직접 업무 사각지대와 문제점을 발굴하도록 했다. 개혁안을 경찰 내부에서 만들어 일선에 내려보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과 현장의 의견을 개혁과제 발굴 단계부터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경찰은 형사사법체계 변화에 대비한 수사역량 보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하반기 수사부서에 2000여명을 추가 배치하고 경찰수사규칙과 범죄수사규칙 등 관련 규정을 정비했다. 우수 수사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한 인사제도와 수사관 교육 강화도 추진한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이 같은 대책의 '규모'보다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방식이다. 수사는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한 만큼 인원을 늘리는 것만으로 수사 품질이 곧바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어서 숙련된 인력을 확보·유지하는 동시에 새로 투입되는 인력이 빠르게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훈련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휘·감독 체계를 함께 강화하는 것도 개혁의 필수 요인으로 꼽힌다. 담당자 개인에게 사건 처리 책임을 집중시키기보다 지휘관이 주요 판단을 함께 살펴보고 책임을 공유하는 구조를 갖추면 잘못된 판단을 한 차례 더 걸러내면서 관리·감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지휘·감독에 대한 잠금 장치와 충분한 인력 충원, (충원된 수사관의) 경력이 부족하다면 교육·훈련을 통해 수준을 상향시킬 방안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을 강화하면서도 현장의 적극성을 떨어뜨리지 않는 균형 역시 개혁의 실효성을 좌우할 요소다. 명백한 잘못에는 책임을 묻되 결과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일선이 적극적인 업무를 꺼리지 않도록 책임 범위와 보호 장치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개혁이 특정 사건을 계기로 한 '단기 처방'에 머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경청회나 시민배심원 등 새로운 참여 장치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고 수렴한 의견을 실제 제도 개선으로 연결한 뒤 이행 여부를 다시 점검하는 구조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여러 개혁기구가 동시에 운영되는 만큼 개별 과제가 분절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찰이 현장 업무에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조직적 여건 자체를 만드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인력 추가 배치를 넘어 교육이 실제 근무체계 안에서 지속될 수 있도록 하고, 현장에서 적극적인 업무 수행을 어렵게 만드는 인력·조직상의 요인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시민의 현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개혁"이라며 "교육과 근무가 연계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