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키운 돈 달라" 15년 돌본 할머니, 아들에 7200만원 청구
[파이낸셜뉴스] 중국에서 15년 동안 손녀를 키운 60대 여성이 아들을 상대로 양육비를 청구해 법원 조정 끝에 20만위안(약 4000만원)을 받기로 했다. 조부모의 손주 돌봄을 가족 내 희생으로 볼 것인지, 경제적 가치가 있는 돌봄 노동으로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 중국 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인도 매체 힌두스탄타임스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쑹장구 인민법원은 최근 60대 여성 쉬씨가 지난해 말 아들 량씨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 소송 사례를 공개했다. 쉬씨가 청구한 금액은 36만위안(약 7200만원)이었다.
쉬씨는 남편과 이혼한 뒤 아들과 함께 살았다. 량씨가 2014년 이혼하자 당시 4세였던 손녀의 돌봄을 맡기 시작했다. 이후 아들이 재혼해 새 아내와 함께 집을 나가면서 손녀의 일상적인 돌봄은 쉬씨에게 집중됐다.
쉬씨는 손녀를 키우는 동안 생활비와 의료비, 교육비 등을 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소송에서 아들이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했고 아버지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량씨는 당시 월수입이 3000위안(약 60만원)에 불과했다며 자신의 형편 안에서 딸을 부양했다고 맞섰다. 법원 조정 끝에 량씨는 어머니에게 20만위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에서 조부모가 손주 양육비를 청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베이징에서도 한 부부가 1세 때부터 손녀의 생활비 등을 부담한 뒤 아들과 며느리를 상대로 32만위안(약 6400만원)의 양육비를 청구한 사례가 법원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손주 돌봄의 부담이 건강 문제로 이어진 사례도 나왔다. 후난성에서는 아들의 육아를 돕던 59세 여성이 6개월 만에 체중이 20kg 줄고 불안장애 진단을 받은 사연이 지난달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맞벌이 가구 증가와 보육 여건 변화로 조부모가 손주 양육을 맡는 일이 흔해졌다. 농촌에서는 부모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조부모가 '유수아동'으로 불리는 농촌 잔류 아동의 주 양육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쟁점은 부모의 양육 책임과 조부모 돌봄의 경계다. 손주를 돌보는 일이 가족 간 자연스러운 도움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지만, 장기간 생활비와 교육비까지 부담한 경우에는 돌봄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후베이성 사회복지학자 장리융은 SCMP에 "가족들이 생활비를 나누고 충분히 소통해야 하며, 사회적으로 공공 보육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한승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