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유럽, 성장·주권 위해 AI 데이터센터 구축해야"
"데이터 통제권 확보해 美·中과의 격차 좁혀야"
EU의 AI 연산 능력 전세계 비중 5% vs 미국 75%
연산 능력 떨어지면 AI 도입 더 어려워진다
[파이낸셜뉴스]유럽이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에 크게 뒤처진 가운데 성장과 주권을 모두 확보하려면 역내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탈리아 총리를 지낸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팬데믹 이후 유럽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했으며, 특히 유로존과 미국의 생산성 격차가 2018년 시간당 9달러에서 2025년 21달러로 벌어졌다고 짚었다.
드라기 전 총재는 유럽의 성장을 촉진하는 방안으로 "AI의 광범위한 도입이 가장 유망한 길일 것"이라면서도 "유럽이 AI 가치사슬에서 거머쥔 지분이 거의 없어 AI가 이끄는 성장은 유럽의 주권 확보 노력과 충돌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유럽이 AI 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은 좁다"며 "유럽의 첨단 연구소들은 현재 미국과 중국의 경쟁사들과 재정적으로 경쟁할 수 없으며, 최첨단 반도체 성장도 훨씬 뒤처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럽은 수십 년간의 보건 기록, 통계청 수집 데이터 등 풍부한 공공 부문 데이터를 갖고 있다"며 "데이터는 유럽이 여전히 주권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자 성장을 창출할 큰 잠재력을 지닌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이 이러한 자산을 활용하려면 데이터의 저장과 처리에 통제권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곧 대규모 AI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드라기 전 총재는 강조했다.
그는 현재 유럽연합(EU)이 보유한 세계 AI 연산 능력 비중은 5% 미만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그 비중이 75%에 이른다고 말했다. 또 유럽 내 데이터센터의 공급과 수요 간 격차가 3기가와트(GW)로 추정되며, 이는 2030년까지 14GW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드라기 전 총재는 "주권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이 같은 용량 부족은 실질적 타격으로 다가올 것"이라면서 "유럽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인프라의 상당수가 유럽 땅에 위치해야 한다"며 데이터센터 구축 확대 필요성을 거론했다.
유럽에서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복잡한 인허가 절차, 수백만개의 기업에 분산된 수요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럽이 미국 등과의 AI 인프라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유럽 기업들이 데이터를 유럽 내에 유지할 수 없어 AI 도입을 포기하거나, 연산 비용이 비싸져 저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폭넓은 AI 도입이 둔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mail protected] 이석우 국제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