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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 금리 인상으로 기우나…실낱같은 변수 남아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왼쪽)이 지난 5월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의장 취임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귀엣말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로이터 연합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왼쪽)이 지난 5월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의장 취임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귀엣말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로이터 연합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에게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금리를 내리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흐름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오는 15~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워시 의장이 0.25%p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85%를 웃도는 것으로 보고 있다.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을 시작하면서 유가가 뛰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AP 통신은 전 세계 슈퍼마켓 7500곳을 회원사로 둔 '독릭식료품연합(NGA)' 추산을 인용해 식료품 가격의 약 15~30%가 연료비라고 전했다. 유가 상승이 장바구니 물가를 최대 30%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미 노동부가 11일 인플레이션이 좀체 떨어지지 않고 '끈적끈적한' 흐름을 지속하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공개한 것을 계기로 연준이 금리 인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8월 CPI는 1년 전보다 3.4% 올라 7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월별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상승률이 2.4%로 7월(2.5%)보다는 소폭 내렸지만 연준 목표치 2%는 여전히 크게 웃돌았다.

트럼프의 자충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준이 16일 금리 인상으로 기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결국 워시 의장이 트럼프와 충돌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출신인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 교수는 "최근 고용지표와 결합된 이번 인플레이션 수치는 연준의 물가 안정 의무와 '트럼프를 계속 행복하게 하기' 수사 사이의 갈등을 첨예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갈등을 자초한 것은 트럼프 본인이다.

그가 이란 전쟁 명령을 내리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볼모가 됐고, 결국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들썩이자 전 세계적으로 국채 매도세가 촉발됐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다. 미 장기 국채 수익률도 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금리 인상 불가피

그 여파로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반반이던 연준의 이번 FOMC 금리 인상 확률은 이제 9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RBC 캐피털 마켓의 마이크 리드는 "8월 인플레이션 지표는 연준으로서는 잘못된 방향"이라며 "금리 동결파도 이번에는 '통제가 불가피하다'며 인상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고 말했다.

워시도 이미 지난달 말 잭슨홀 회의에서 "할 일이 있다"고 말했던 터라 시장은 이제 금리 인상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파이퍼샌들러의 커트 루이스는 "이제는 올릴 것"이라면서 "하나만 더해지면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모두가 봤던 그 일이 이번에 더해졌다"고 지적했다.

실낱같은 변수

무디스 최고신용책임자(CCO) 아시 셰스는 "CPI가 떨어지면 연준이 동결을 유지할 것으로 믿던 시장 일부 세력도 이번에 인상으로 갈아탔다"면서도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셰스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상승하는 대신 대체로 예상과 부합했다"며 "연준이 일단 관망할 가능성도 선택지 중 하나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워시와 유가도 변수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이제 다음 주 연준 금리 인상은 불가피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일부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워시가 동료 위원들을 잘 설득하면 금리 인상을 피할 수도 있고, 또 상황이 급변해 유가가 하락세로 돌변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양대 해협 틀어쥔 이란과 후티

그러나 유가 하락 반전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이날 급락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이는 차익실현 매물에 따른 것으로, 공급 차질 우려는 외려 심화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한 데 이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홍해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항만 도시 모카를 함락시킨 데 이어 해협 한가운데 있는 페림 섬도 장악했다.

에너지와 전 세계 물류의 핵심 뱃길 두 곳이 모두 심각한 항행 차질을 빚게 됐다.

[email protected]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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