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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조 퇴직연금 '장투' 이어지도록… 구조 바꾸고 혜택 늘려야 [시험대 오른 한국증시(상)]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퇴직연금 적립금 5년새 2배 증가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75% 넘어
수익률 年2.6%… 국민연금은 8%
3년마다 해지·재가입하는 ISA도
생애주기별 투자 플랫폼 전환을

"연금계좌를 자본시장 장기투자의 핵심 통로로 활용해야 한다. 국민 노후자산 형성은 물론 자본시장 장기자금 확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증권사 A 관계자)

"단기매매 중심의 시장 구조를 완화하고 안정적 장기자금 유입이 필요하다."(자산운용사 B 관계자)

500조 퇴직연금 '장투' 이어지도록… 구조 바꾸고 혜택 늘려야 [시험대 오른 한국증시(상)]

한국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장기투자 환경'을 꼽았다. 생애주기에 맞춰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되면 노후자산도 형성되고 자본시장도 안정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500조 퇴직연금, 10년 수익률 2.64%

13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50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말 255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2배가 된 셈이다.

그러나 퇴직연금의 장기 수익률은 물가 상승률을 겨우 넘는 수준에 그쳤다. 자본시장연구원 남재우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퇴직연금의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은 2.64%로, 국민연금 10년 평균 수익률(7.93%)의 3분의 1 수준이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에서 원리금보장상품은 75.4%, 실적배당상품 비중이 24.6%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남 연구위원은 "가입자가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구조보다 비선택자의 자산이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장기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에 자동 배분되는 구조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금 계좌에서 국내 투자를 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데, 퇴직연금 계좌에서 국내 지수에 장기 투자할 땐 연금 소득세를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일본은 원리금보장형 중심의 퇴직연금에서 성공적으로 탈피하고 있다. 이소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일본 퇴직연금에서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비중은 지난 2021년 3월 말 기준 45.3%에서 4년 만에 30.8%로 약 15%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외국주식 비율은 12.4%에서 25.2%로 2배 이상 상승했다. 이 연구위원은 "일본 정부는 최근에도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에서 근로자의 추가 적립이 한도 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었다"고 전했다.

■"생애주기형 투자 인프라 만들어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제언도 많았다. ISA는 예금·상장지수펀드(ETF)·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을 수 있으면서도 이자와 배당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계좌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ISA 가입자 수는 990만명을 기록했다. 지난 2022년(463만개)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총가입금액도 75조3000억원가량이다.

그러나 투자기간과 납입한도 등에 제한이 있어서 장기투자에 부적합하다는 단점이 있다.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는 "3년 의무가입 뒤 해지와 재가입을 반복하는 이른바 '풍차 돌리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장기간 계좌를 유지해도 혜택이 더 늘어나지 않고 연금계좌 이전 유인도 부족해 장기 자산형성 기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ISA 단기 절세상품이 아닌 생애주기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 연구위원은 "일본은 한국의 ISA와 비슷한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지난 2024년 개편해 장기투자를 촉진하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개편된 NISA는 비과세 보유기간을 5년에서 무기한으로, 비과세 한도 총액을 600만~800만엔에서 1800만엔(약 1억6000만원)까지 대폭 늘렸다.

문 교수는 "현행 ISA는 여러 절세상품 중 하나로 정리되고 있지만 일본과 미국처럼 생애주기형 자산관리 플랫폼의 핵심이 돼야 한다"며 "어린 시절부터 소액이라도 꾸준히 투자할 수 있게 하면 전 국민이 투자의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한영준 기자[email protected]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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