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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닌투언 원전 2호기 두고 韓·佛·中 '삼국지' 전운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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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패키지 수주 경쟁 본격화
佛, 핵심기술·기술이전 역량 강점
中, 가격 경쟁력·현지화로 승부
韓, UAE 자본과 손잡고 3국 협력
베트남 외교적 성향 고려 땐 유리
일각선 '독이 든 성배' 우려도
3% 미만 금리·60% 현지화 등
까다로운 조건에 사업비 부담↑

베트남 닌투언 원전 2호기 두고 韓·佛·中 '삼국지' 전운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10년 가까이 멈춰 있던 베트남 원자력 발전 사업 시계가 다시 빨라지기 시작했다. 일본의 사업 포기로 공석이 된 닌투언 2호기를 두고 한국과 프랑스, 중국이 수주 경쟁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어서다. 특히 베트남은 이번 사업 수주를 위한 조건으로 저금리 금융, 높은 수준의 현지화, 핵심 기술 이전을 요구하면서 이제 단순히 원전을 잘 짓는 것 만으로는 수주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따라 각국의 기술력에 자본력, 외교력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원전 패키지' 수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오는 11월 일본과 베트남의 기존 원전 협정 종료 시한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사업자 선정 경쟁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13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프랑스를 공식 방문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프랑스 원자력·대체에너지청(CEA)을 전격 방문하며 국내 원전 업계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어 럼 서기장은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원자력을 포함한 과학기술·혁신·전략기술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베트남은 이 자리에서 원전 핵심 기술 이전, 인력 양성, 원자력 규제 역량 및 안전 분야 협력 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도 베트남 원전 사업 발주처와의 접촉면을 넓히면서 수주를 위한 행보를 하고 있다. 앞서 서울을 방문한 레 만 꾸엉 베트남 국가에너지기업 페트로베트남(PVN) 회장은 지난 8일 서울에서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과 만나 닌투언 2호기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PVN은 원전 건설 예정 부지의 약 97.5%에 대한 부지 정리가 완료돼 사실상 착공 준비 단계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한국, 높은 기술력에 UAE 금융력 결합

국내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 사업 주체인 PVN의 한국 기술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다"며 "기술력과 합리적인 가격, 공기 준수 능력을 모두 갖춘 곳은 한국이서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은 원전 건설 역량 뿐 아니라 금융까지 묶은 '팀코리아'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베트남이 요구하는 저금리 자금 조달 조건을 감안하면 단순 설계·조달·시공(EPC) 경쟁 만으로는 수주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와 원전업계는 한국의 건설·운영 역량에 UAE의 자본과 금융 역량을 결합하는 한·UAE·베트남 3국 협력 구도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UAE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전과 UAE 원자력공사(ENEC)가 원전 신기술과 인공지능(AI), 글로벌 시장 공동 진출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이 같은 협력 구도의 기반으로 꼽힌다.

특히, 특정 국가에 에너지 안보를 종속시키지 않으려는 베트남의 외교적 성향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가 닌투언 1호기를 맡은 상황에서 중국을 추가로 선택하거나 상대적으로 건설 비용이 높은 프랑스를 택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실무진의 기술 평가도 중요하지만, 최종 승인권을 쥔 베트남 공산당 정치국의 정무적 판단이 핵심 변수"라며 "범정부 차원의 고위급 외교 지원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원천기술 앞세운 프랑스… 중국은 가격·현지화로 승부

프랑스의 강점은 국가 차원의 외교력과 원전 원천기술이다. 특히 럼 서기장의 이번 공식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원전 협력 논의가 한층 구체화됐다는 평가다.

프랑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의 기술이 우수하지만 수주 경쟁에서 앞서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프랑스는 베트남과 오랜 협력 관계를 맺어왔고, 원전 핵심 기술과 기술 이전 역량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원전 건설 뿐 아니라 핵연료 공급망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협력 역량을 내세우고 있다. 프랑스 원전 기업 오라노는 우라늄 채굴부터 핵연료 생산·재처리까지 핵연료 주기 전반의 사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베트남이 요구하는 기술 이전과 장기적인 원전 생태계 구축 측면에서 차별화된 제안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프랑스와 베트남의 인적 네트워크도 변수다. 프랑스에서 유학하거나 연수를 받은 레 민 흥 총리를 비롯한 베트남 정치·관료·기업·과학계 인사가 적지 않아 양국의 오랜 관계가 원전 협력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가격과 현지화 역량을 앞세워 추격하고 있다. 중국이 내세울 수 있는 대표적인 원자로는 3세대 원전인 화룽 1호다. 중국은 원전 기자재 국산화율을 약 90%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가격 경쟁력이 장점이다. 중국은 또 원전 건설 과정에서 현지 기업의 참여 비중을 높이고 기술 이전을 확대하라는 베트남의 요구에도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다.

최근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등 대형 에너지 인프라 사업에 잇따라 참여하면서 현지 공급망과 사업 네트워크도 넓히고 있다. 원전 하나만 놓고 경쟁하기보다 발전·송전·인프라를 아우르는 에너지 협력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수다. 베트남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상대적으로 낮은 금융비용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도 중국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베트남 원전 '독이 든 성배'라는 지적도

베트남의 원전 사업은 2009년 국회가 닌투언 원전 건설 계획을 승인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최초의 원전 도입을 목표로 닌투언 1호기는 러시아, 2호기는 일본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막대한 사업비와 재정 부담까지 겹치면서 베트남은 2016년 11월 원전 건설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이후 약 10년간 멈춰 있던 원전 사업은 전력 수요 급증을 계기로 다시 살아났다. 제조업 고도화와 반도체 공장,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소비처가 빠르게 늘면서 안정적인 기저전원 확보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2050년 넷제로(탈탄소) 목표까지 맞물리면서 원전의 역할이 다시 부각됐다.

베트남 국회는 2024년 11월 원전 사업 재개를 승인했고, 올해 8월에는 닌투언 1·2호기를 각각 별도의 국가 핵심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베트남이 사업 재개와 동시에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원전 사업에 3% 미만의 금융 금리와 최대 60% 수준의 현지화, 핵심 기술 이전 및 현지 전문인력 양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인해 원전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독이 든 성배'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금융비용과 기술 이전 부담이 커질 경우 사업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는 오는 10~11월 정기국회에서 수정된 투자정책을 확정한 뒤 2026~2027년 사업 파트너 선정과 건설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상업운전 목표는 닌투언 1호기가 2031~2035년, 2호기가 2036~204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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