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중동전선의 먹구름, 다음 종착지는 '동북아' 韓 생존의 열쇠는 [이종윤의 밀리터리 월드]
-하르그섬 유조선 연쇄 침몰, 미군 '즉각 고사'로 기조 대전환
-테헤란 핵 포기 분열 가속, 문민-군부 간 내전급 격돌 수순
-러 극초음속 IRBM '오레시니크' 전개, 유럽 위기 전방위 심화
-동맹 질서의 판도 대전환, 위상에 걸맞은 국방 책임의 과제
[파이낸셜뉴스] 중동과 유라시아의 연쇄 충돌이 종착역을 향해 가면서, 글로벌 신냉전 질서의 '태풍의 눈'이 동북아 전선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이란 석유 수출의 심장인 하르그섬 인프라 일부와 인근의 유조선을 연쇄 타격·침몰시키기 시작하면서 국제 안보 지형에 경고음을 던지고 있다. 이는 이란 체제 전환 이후의 전후 복구를 위해 기간 시설 타격을 자제해 왔던 기존의 셈법이 변화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미군의 기조 대전환은 독재·권위주의 연대 크링크(CRINK, 중국·러시아·이란·북한)의 단절·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공세 작전의 전개로 관측된다.
■이란 유조선 연쇄 궤멸과 미국의 '즉각 고사' 전술 대전환
이란이 미 함정에 잇단 탄도미사일 공격을 시도하자, 미군은 이란 석유 수출의 사활적 허브인 하르그섬 선적·정박 시설과 그 주변에 정박 중이던 유조선 3척을 파괴한 데 이어, 이틀 뒤인 지난 8일에는 호르무즈 해협 진입을 시도하던 이란 유조선 5척을 추가로 맹폭했다. 미군이 불과 사흘 만에 총 8척의 유조선을 궤멸시키면서, 이란 전체 유조선의 20%에 육박하는 자산이 바다 위에서 순식간에 증발했다.
런던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이번 공세에 대해, 그동안 이란 내 체제 전환(Regime Change) 이후 들어설 친서방 정부의 자립 기반을 보존하기 위해 이란 내 주요 기간 시설 직접 타격은 통제해 왔으나 워싱턴의 인내심이 임계점을 넘어섰음을 방증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테헤란 지휘부를 즉각 고사(枯死)시키겠다는 강력한 '비례적 원격 궤멸' 전술의 실전 전개라고 분석했다.
미국 재무부가 주도하는 고강도 전방위 차단 작전인 '경제적 퇴출 작전(Economic Outcast)'도 테헤란 지휘부의 취약한 고리를 정확히 파고들고 있다. 이란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자 대통령실 언론 고문인 유셰프 페제시키안은 최근 정부 공식 회의 석상에서 "우리의 생존은 우라늄 농축에 달려 있지 않으며, 농축은 종교적 원칙도 우리의 명예도 아니다"라며 신정주의 교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여기에 자파르 가파 부통령까지 국영 매체 인터뷰를 통해 "지도자가 순교할 줄 알았다면 핵무기 농축을 중단시켰을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순교자가 될 필요는 없으며 이란은 존속해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발언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혁명수비대는 관변 매체를 총동원해 이들을 "항복 주의자"로 규탄하며 거세게 압박하는 분열 국면이 노출되고 있다.
친이란 '저항의 축' 세력들도 궤멸 수순이다. 가자지구의 하마스는 지휘부가 와해되었고, 레바논의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군의 정밀 초토화 작전으로 핵심 거점이 무너졌다. 여기에 지난 10일 야간부터 11일 새벽까지 예멘 서부 모카 축선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연합군의 역대급 대공습이 감행됐다. 예멘 정부군의 전략적 유인 후퇴 전술에 말려든 친이란 후티 반군 주력 부대는 모카 국제공항 일대에서 사우디 공군의 F-15SA, 유로파이트 타이푼 전력의 집중 폭격을 맞아 전멸했다. 후티 신속대응군 사령관과 참모진까지 생포되며 이란의 외곽 전위 부대의 기세가 완전히 꺾이고 자금줄이 차단된 이란 강경파의 생존 시계 작동의 한계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마하 10의 '오레시니크'와 유라시아 비대칭 벨트의 도박
중동 전선의 이란 신경망 붕괴와 맞물려 러시아가 감행하고 있는 비대칭적 강공은 글로벌 전황을 더욱 격랑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코너에 몰린 크렘린 수뇌부는 최신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오레시니크(Oreshnik)'를 동원한 우크라이나 타격 이후 최전방 벨라루스 영토에 전개시켰다. 다탄두(MIRV) 사양을 갖춘 이 미사일은 최고 속도 마하 10에 달하며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모두 탑재할 수 있어, 현재 서방 세계의 방공망 체계로는 요격이 극도로 제한되는 전략 자산이다.
유럽의 안보 싱크탱크들은 오레시니크의 실전 전개가 서방의 다자간 안보 연대와 대우크라이나 군사 지원망을 심리적으로 와해시키기 위해 꺼내 든 푸틴식 '비대칭 확전 제어(Escalation Dominance) 도박'이라고 분석했다. 전장에서 한계를 노출한 푸틴 정권이 러시아·벨라루스 자체 공급망 기반의 저사양 부품 기술로 급조해 낸 극초음속 자산을 전면에 내세워, 인류 전체를 핵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고 서방의 안보 결속력을 흔들어보겠다는 벼랑 끝 전술이라고 지적했다.
크링크 국가의 연대는 철저한 지하 안보 공급망을 통해 동북아의 전력(戰力)망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북한은 중국 우회 유통망을 통해 서방의 사치품과 군사용 전용(Dual-use) 품목을 지속적으로 수입하며 체제 내부의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나아가 러시아의 대규모 드론 생산 기지에 최대 2만5000명에 달하는 인력을 파견해 제트 추진 드론을 매월 3000대씩 양산하는 '비대칭 물류 연대'를 구축했다. 요격이 제한되는 제트 드론의 저고도 순항 비행 궤적과 오레시니크의 극초음속 그림자는 유라시아를 관통해 동북아의 군사적 위기감을 높이는 거대한 카르텔로 작동하고 있다.
기술적 자립과 자강의 노력을 배제한 채 다자간 안보 동맹의 선언적 문구에만 도취된 국가 안보관은 크링크 진영의 초한전(超限戰)·시스템 파괴전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안보 파괴를 방관하며 스스로 피 흘릴 책무를 회피하는 국가는 주권을 온전히 보위할 수 없다. 4년 7개월째 일진일퇴하며 양측 모두 한계점에 이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교착 국면이 이 냉혹한 진실을 차갑게 증명하고 있다.
■주한미군 '불침항모' 격변과 한반도 생존의 자강 이정표
이같이 격변하는 유라시아와 중동의 안보 파고가 동북아 전구를 정조준하고 있다. 미 육군 수뇌부가 중국을 겨냥한 다영역특임여단(MDTF, Multi-Domain Task Force )의 '눈과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자산인 '다영역 효과대대(MDEB, Multi-Domain Effects Battalion)'의 한반도 배치를 검토하는 움직임이 이를 증거한다. 주한미군의 위상을 대북 억제에서 서해 및 인도·태평양 전반의 지정학적 균형을 수호하는 핵심 전략 투사 플랫폼으로 재편하겠다는 거시적 전략 이동을 뜻한다. 주한미군이 평택 캠프 험프리스로 기지를 이전한 이후, 서해 해·공역을 효율적으로 압도하는 지능형 작전 플랫폼이자 차세대 첨단 다영역 작전 '킬웹(Kill Web)' 체계의 교두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MDEB의 한국 최우선 배치를 희망한 것은 주한미군 군사 교리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의미한다.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최전선에 위치한 한반도가 자유 진영을 수호하는 가장 고도화된 안보 기지로서 새로운 지정학적 가치 부여로 해석된다.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에 대해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지난 4월 분석에서 한국이 원유 수입의 약 70%를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는 최대 이해당사국 중 하나인 만큼, 동맹 차원의 협조를 넘어 국제 공조를 통한 항행의 자유 수호와 실전적 책임 분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안보 수호의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주한미군 다영역 특임여단의 한국 배치는 단순한 부대 이동이 아니다. 전 세계 단 5개뿐인 미군의 핵심 전략 자산이 인도·태평양 최전선으로 모여들고 있으며, 그 종착지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로벌 질서가 대중 신냉전 시대로 본격화 국면에 접어든 지금, 한반도는 독재·권위주의 세력을 저지하고 자유 진영을 수호하는 가장 고도화된 전진기지로서의 운명적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