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중앙 주도 지역 R&D 바꾼다… 제주 88억, 지역이 과제 설계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7개 권역 789억… 18개 중점기술 선정
제주 분산에너지·농축수산 바이오 집중
생기원 제주본부 총괄… 16개 연구단 공모
KAIST-제주대 융합대학원까지 연계

지난 10일 대전 KAIST 학술문화관에서 열린 ‘4극3특 지역 자율 R&D 사업 출범식’에서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왼쪽 네 번째)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7개 권역에 789억원을 투입하며 제주에는 분산에너지와 농·축·수산 기반 바이오 분야에 총 88억원을 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대전 KAIST 학술문화관에서 열린 ‘4극3특 지역 자율 R&D 사업 출범식’에서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왼쪽 네 번째)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7개 권역에 789억원을 투입하며 제주에는 분산에너지와 농·축·수산 기반 바이오 분야에 총 88억원을 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중앙정부가 세부 연구과제를 정해 지역에 내려보내던 지역 연구개발(R&D) 체계가 지역이 성장전략과 중점기술, 연구과제를 직접 설계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제주에는 올해 88억원이 투입된다. 분산에너지와 농·축·수산 기반 바이오를 양대 축으로 정하고 연구개발에서 실증과 인재양성, 기업 사업화까지 묶는 지역 주도형 R&D가 본격화된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1일 '2026년 4극3특 과학기술혁신지원사업(지역 자율 R&D)' 연구단 모집 통합공고를 냈다. 앞서 10일 대전 KAIST에서 사업 출범식을 열고 중부·호남·대경·동남권과 강원·전북·제주특별자치도 등 7개 권역별 성장모델을 공개했다.

올해 투입 예산은 789억원이다. 4극3특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을 4개 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권역으로 묶어 지역 스스로 미래 성장산업을 정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는 국가 균형발전 전략이다.

이번 사업에서 달라지는 핵심은 연구비 규모보다 돈을 쓰는 방식이다. 정부가 분야별 세부 과제를 일일이 정하는 대신 권역에 묶음 형태의 R&D 재원을 배정하고 지방정부와 과학기술원,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기업 등이 지역 산업과 기술수요를 분석해 연구과제와 사업화 경로를 설계한다.

과기정통부가 '블록펀딩형 R&D'라고 부르는 이유다. 정부와 지역 혁신기관의 공동 기획을 거쳐 4개 광역권은 각각 3개, 3개 특별자치도는 각각 2개씩 모두 18개 중점기술 분야를 선정했다.

제주는 분산에너지와 농·축·수산 기반 바이오를 선택했다. 올해 제주 투자규모는 총 88억원이다. 분산에너지에 51억8300만원, 농·축·수산 기반 바이오에 36억1700만원을 투입한다. 제주의 재생에너지 실증환경과 청정 생물자원을 연구개발 경쟁력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시한 ‘4극3특’ 권역별 중점기술 분야와 발전모델. 제주특별자치도는 분산에너지와 농·축·수산 기반 바이오를 양대 중점기술로 선정하고 인재양성과 실증, 창업·투자를 연결하는 ‘제주형 실증-정주 순환 혁신모델’을 추진한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시한 ‘4극3특’ 권역별 중점기술 분야와 발전모델. 제주특별자치도는 분산에너지와 농·축·수산 기반 바이오를 양대 중점기술로 선정하고 인재양성과 실증, 창업·투자를 연결하는 ‘제주형 실증-정주 순환 혁신모델’을 추진한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제 연구 구조도 구체화됐다. 분산에너지 분야에서는 산학연 허브 구축 5개 과제에 38억6000만원, 딥테크 지역확산 2개 과제에 2억6000만원, 미래신산업 맞춤 인력양성 1개 과제에 7억1500만원을 지원한다.

농·축·수산 기반 바이오는 산학연 허브 구축 3개 과제에 23억1500만원, 딥테크 지역확산 3개 과제에 3억5400만원, 미래신산업 맞춤 인력양성 1개 과제에 7억1500만원을 배정했다.

두 기술분야를 연결하는 K-UBRC 구축에도 4억500만원을 투입한다. K-UBRC는 은퇴 과학기술인의 연구경험을 지역 대학과 기업에 연결해 기술 애로 해결과 공동연구, 기술사업화 등을 지원하는 모델이다. 선정 예정 연구과제는 모두 16개다.

연구기관만 참여하는 구조도 아니다. 분산에너지 딥테크 지역확산 2개와 농·축·수산 기반 바이오 딥테크 지역확산 3개 과제는 제주지역 기업이 주관기관을 맡도록 했다. 출연연과 대학, 과학기술원 등이 공동연구기관으로 결합할 수 있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기술을 지역 기업에 이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처음부터 기업 수요를 연구개발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취지다.

제주 사업의 구심점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주기술실용화본부가 맡는다. 중부권은 KAIST, 호남권은 GIST, 대경권은 DGIST, 동남권은 UNIST가 각각 사업단을 맡고 강원과 전북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강릉분원과 전북분원, 제주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주기술실용화본부가 권역 R&D를 총괄한다.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문. 정부는 제주 지역 자율 R&D 발전모델에 'KAIST-제주대 융합대학원' 설립을 포함해 연구개발과 인재양성, 지역 정착을 연계할 계획이다. 사진=KAIST 제공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문. 정부는 제주 지역 자율 R&D 발전모델에 'KAIST-제주대 융합대학원' 설립을 포함해 연구개발과 인재양성, 지역 정착을 연계할 계획이다. 사진=KAIST 제공

제주가 구상하는 최종 모델은 '제주형 실증-정주 순환 혁신모델(Jeju-LOOP)'이다. 지역에서 미래산업 인재를 키우고 제주에 정착시킨 뒤 실제 환경에서 기술을 실증하고 검증된 기술을 다시 창업과 투자, 기업 성장으로 연결하는 순환구조다.

KAIST와 제주대학교의 협력도 이 구조에 들어간다. 과기정통부는 제주 발전모델에 'KAIST-제주대 융합대학원 설립'을 명시했다. 고급 연구인력을 지역에서 길러 연구성과와 기업 활동, 정주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기 위한 인재양성 축이다.

제주에서는 관련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의회 미래경제산업위원회는 지난 7월 KAIST-제주대 공동대학원 운영지원 출연 동의안을 원안 가결했다. 제주도는 공동대학원을 기반으로 장기적으로 4대 과학기술원이 참여하는 제주 연합캠퍼스로 확대하는 구상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공동학위 운영과 학사체계, 참여기관별 역할과 중장기 재원 분담 등은 구체화가 필요한 단계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2030년까지 권역별 과학기술 기반 성장모델로 발전시키고 내년 이후 투자규모도 확대할 계획이다. 제주 역시 연구성과가 기업 매출과 투자, 지역 일자리와 연구인력 정착으로 이어지는지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연구성과가 기업 성장과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고 새로운 인재와 투자가 다시 연구개발을 촉진하는 선순환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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