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축산 공공기관 3곳 통합… 제주 방역특례는 그대로, 현장조직 재편 변수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농식품부 '한국축산진흥공사' 신설 추진
축평원 제주지원 4곳 15명 현장 배치
방역지원본부 제주도본부 별도 운영
도지사 방역특례 유지… 지역조직안 미정

제주지역 축산농가에서 가축전염병 차단을 위한 방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특별법에 따른 제주도지사의 가축 방역특례는 정부의 축산 공공기관 통합과 별도로 유지되며 통합 이후 국가 공공기관의 제주 현장지원 조직을 어떻게 구성할지가 과제로 남았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지역 축산농가에서 가축전염병 차단을 위한 방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특별법에 따른 제주도지사의 가축 방역특례는 정부의 축산 공공기관 통합과 별도로 유지되며 통합 이후 국가 공공기관의 제주 현장지원 조직을 어떻게 구성할지가 과제로 남았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정부가 축산물 등급판정과 가축방역, 축산환경을 담당하는 공공기관 3곳을 하나로 합치지만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지사가 행사하는 가축 방역특례는 현재 통합안과 별개로 유지된다. 제주에서 실제 변수가 되는 것은 축산물품질평가원 제주지원과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제주도본부 등 국가 공공기관의 현장지원 조직이 새 통합법인에서 어떻게 재편되느냐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축산물품질평가원과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축산환경관리원을 통합해 가칭 '한국축산진흥공사'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 기관에 나뉜 축산 위생·방역·환경·품질 기능을 하나로 묶어 농가의 업무창구를 일원화하고 중복되는 행정지원 기능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축산물 등급판정과 이력관리, 유통정보 제공 등을 맡는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방역실태 점검과 방역지원, 도축검사 지원 등 현장업무를 수행한다. 축산환경관리원은 가축분뇨 자원화와 축산악취 등 환경 분야를 담당한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스마트축산과 이력관리, 방역·위생, 가축분뇨 관리가 기관별로 나뉘고 도축·유통 단계에서도 검사와 등급판정 업무가 갈라져 있는 구조를 한 기관 안에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제주에서는 정부 조직개편과 제주도의 법정 방역권한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제주특별법은 청정지역 유지를 위해 제주도지사가 제주 안팎으로 반출·반입되는 가축과 그 생산물 등에 검사와 격리, 반출·반입 금지 등 필요한 방역조치를 할 수 있도록 별도 특례를 두고 있다.

가축방역관의 자격과 임명·위촉 등에 관한 일부 사항도 제주도 조례로 정할 수 있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별도의 가축방역 조례와 반출·반입 가축 및 생산물 방역 조례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합치려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이런 제주도지사의 법정 방역권한 자체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으로서 예찰과 방역지원, 축산물 위생관리 등 현장 집행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한국축산진흥공사가 출범하더라도 현재 발표된 통합방안만으로 제주특별법에 따른 도지사의 방역특례가 없어지거나 중앙정부로 되돌아가는 구조는 아니다.

제주에서 관심을 둬야 할 부분은 공공기관의 지역 현장망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전국 10개 지원 가운데 제주지원을 별도로 두고 있다. 제주지원 공식 조직현황을 보면 현재 4개 거점에 15명이 근무한다.

제주지원 청사에 6명, 제주축협축산물공판장에 5명, 건강한닭 영농조합법인에 1명, 제주LPC에 3명이 상주한다. 특히 공판장과 도축·유통시설에 직원이 직접 배치돼 있어 제주지원은 축산물 등급판정과 이력·유통관리의 현장망 성격이 강하다.

제주지역 항만에서 축산 관련 차량에 대한 가축 및 축산물 불법 반입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제주도는 청정지역 유지를 위해 가축과 그 생산물 등의 반출·반입을 별도 방역체계로 관리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지역 항만에서 축산 관련 차량에 대한 가축 및 축산물 불법 반입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제주도는 청정지역 유지를 위해 가축과 그 생산물 등의 반출·반입을 별도 방역체계로 관리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도 제주도본부를 별도로 운영한다. 전국 조직은 본부 1곳과 도본부 9곳, 사무소 43곳, 검역사무소 3곳으로 구성돼 있으며 제주도본부는 제주시에서 독립된 지역조직으로 가동되고 있다.

정부가 통합 이후에도 제주지원과 제주도본부를 각각 유지할지, 하나의 제주지역 조직으로 묶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제주지역 현장조직의 중요성은 최근 럼피스킨 대응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8일 제주 한우농장 2곳에서 도내 첫 럼피스킨 발생이 확인되면서 제주도는 긴급 방역에 들어갔다. 백신 4만2500마리분을 확보해 이달 말까지 도내 전체 소를 대상으로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는 육지와 달리 가축과 축산물, 차량 등의 반출입을 별도로 관리하는 청정지역 방역체계를 운용한다. 질병이 발생하면 도 자체 방역행정과 국가 공공기관의 현장지원,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중앙기관의 지원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다. 따라서 새 공사 출범 이후에도 제주특별법에 따른 도지사 권한과 국가기관의 현장지원 기능을 어떻게 맞물리게 할지가 중요하다.

축산환경 분야도 마찬가지다. 제주에서는 가축분뇨와 축산악취, 저탄소 축산 등이 지역 현안으로 다뤄지고 있다. 축산환경관리원의 기능이 통합법인에 들어가면 방역과 환경, 이력·품질 정보를 한 기관 안에서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길 수 있다.

농가 입장에서도 가축 방역과 환경, 이력관리 업무를 놓고 기관별로 별도 절차를 밟는 불편을 줄일 여지가 있다.

반면 기관 통합이 행정지원 인력 감축에만 초점이 맞춰져 제주지역 등급판정과 방역지원 현장인력이 함께 줄어든다면 통합 취지인 현장대응력 강화와 충돌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중복 행정기능을 합쳐 확보한 인력을 현장에 효율적으로 재배치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기존 직원의 고용승계도 보장한다. 보수와 복리후생 등 처우 개선을 원칙으로 이달부터 '통합 추진 TF'를 운영하고 노동조합과 조직·기능 조정을 협의할 계획이다.

법률 정비도 뒤따른다. 정부는 가칭 '한국축산진흥공사법'을 제정하고 축산물품질평가원의 근거 법률인 축산법과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관련 가축전염병예방법, 축산환경관리원의 가축분뇨법 등을 함께 정비할 방침이다.

제주에서 이번 조직개편은 제주도가 가진 특별자치 방역체계를 유지하면서 국가 공공기관의 제주 현장조직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기존 현장인력을 지켜내느냐가 핵심이다.

박순연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번 공공기관 통합은 분산된 기능을 효율적으로 연계해 수요자 중심으로 농정서비스를 개편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현장 중심의 농정 전달체계를 구축해 농업인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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