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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15분 전력시장, VPP·양방향 입찰로 확장… 전국 재생에너지 시장 '시험대'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실시간시장 이어 BESS 중앙계약 추진
수요·공급 함께 입찰… VPP 기능 고도화
ESS·전기차·히트펌프 유연자원 묶는다
재생에너지 24.3% 제주서 전국 확산 검증

14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한라홀에서 열린 ‘재생에너지 시대, 제주 전력시장 혁신과 실행전략’ 세션에서 국내 전력시스템 운영체계 변화에 대한 주제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에서는 15분 단위 실시간시장에 이어 장주기 BESS 중앙계약시장과 VPP 양방향 입찰 등 전력시장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14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한라홀에서 열린 ‘재생에너지 시대, 제주 전력시장 혁신과 실행전략’ 세션에서 국내 전력시스템 운영체계 변화에 대한 주제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에서는 15분 단위 실시간시장에 이어 장주기 BESS 중앙계약시장과 VPP 양방향 입찰 등 전력시장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4%를 넘어선 제주에서 국내 전력시장 개편의 다음 단계가 시작되고 있다. 2024년 도입한 15분 단위 실시간시장과 재생에너지 입찰제에 이어 장주기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중앙계약시장과 수요·공급 양방향 입찰, 가상발전소(VPP)까지 연결해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시장에서 흡수하는 구조다.

14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이날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한라홀에서 '재생에너지 시대, 제주 전력시장 혁신과 실행전략' 세션이 열렸다. 14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되는 '2026 그린수소 글로벌 with 분산에너지 포럼'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제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2025년 말 기준 24.3%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빠르게 달라지는 만큼 전력 생산과 소비를 실시간에 가깝게 맞추는 운용 능력이 중요하다.

기존 전력시장에서는 하루 전 예측한 수요와 발전량을 중심으로 거래계획을 짜는 방식이 기본이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하루 전에 예상한 발전량과 실제 발전량 사이의 차이가 커질 수 있다.

제주가 2024년 6월부터 15분 단위 실시간시장을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력 수요와 공급 상황을 15분 단위로 다시 반영해 하루 전 예측의 오차를 실제 운전 단계에서 조정하는 방식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도 예상 발전량을 시장에 제출하는 입찰제에 참여한다.

전력거래소는 실시간시장과 예비력시장, 재생에너지 입찰제 도입 이후 출력제어가 완화되고 실제 수급 상황을 반영한 가격신호가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옥기열 전력거래소 에너지전환본부장은 이날 "제주는 전국 재생에너지 확대의 시험대"라며 제주에서 운영 중인 전력시장 시범사업의 성과와 향후 개편 방향을 설명했다. 다음 단계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 중심의 시장을 저장과 소비까지 포함하는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전력거래소는 수요 측의 물량·가격입찰 확대와 전체 발전기의 가격입찰제 전환, VPP 양방향 입찰 고도화 등을 향후 개편 방향으로 제시했다.

14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 전력시장 혁신 세션에서 전문가들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시장 개편과 가상발전소 사업모델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 토론에서는 ESS와 전기차, 히트펌프 등 유연자원의 시장 참여와 배전망운영자·VPP 간 연계 방안 등이 논의됐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14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 전력시장 혁신 세션에서 전문가들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시장 개편과 가상발전소 사업모델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 토론에서는 ESS와 전기차, 히트펌프 등 유연자원의 시장 참여와 배전망운영자·VPP 간 연계 방안 등이 논의됐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핵심 가운데 하나가 VPP다. 가상발전소는 여러 지역에 흩어진 태양광과 풍력, ESS, 전기차 같은 소규모 자원을 정보통신기술로 연결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방식이다. 개별 설비는 규모가 작아 전력시장 참여가 어렵지만 여러 자원을 묶으면 발전량과 소비량을 조정하며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제주처럼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활용 가능성이 더 크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시간에는 ESS나 전기차 등에 전기를 저장하고 전력이 부족하거나 가격이 높은 시간에는 저장된 전력을 다시 활용할 수 있다. 히트펌프처럼 전력 사용 시점을 조절할 수 있는 설비도 수요 조절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차병학 브이피피랩 대표는 제주 배전망과 연계한 단독형 ESS 발전소 운영과 전력망 비증설 대안 실증 사례를 소개했다. 전력망 비증설 대안은 전력 수요 증가 때 송·배전망을 계속 새로 짓는 대신 ESS와 수요관리, 분산에너지 등을 활용해 기존 전력망의 이용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차 대표는 "ESS와 전기차, 히트펌프 등의 유연성 자원을 양방향 입찰에 연결하면 전력망 안정과 참여자의 추가 수익 창출을 함께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주기 BESS도 제주 전력시장 개편의 한 축이다. 재생에너지가 남을 때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간에 내보내면 풍력·태양광의 출력 변동을 완화할 수 있다. 제주에서는 장주기 BESS 중앙계약시장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중앙계약 방식은 시장가격만으로 대규모 저장장치의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려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일정 기간 계약을 통해 수익구조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제주 전력시장 개편의 방향은 '남는 전기를 줄이는 시장'에서 '남는 전기를 저장하고 소비 시점을 바꾸면서 가치로 전환하는 시장'으로 이동하는 데 맞춰져 있다.

전기차도 이동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충전 시간을 조절하고 향후 차량 배터리의 전력을 전력망과 주고받는 기술이 확대되면 전기차 자체가 분산형 저장자원이 될 수 있다.

제주 서귀포시의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전경.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는 이 지역에 92MWh 규모의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풍력·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의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높은 시간에 공급하는 장주기 BESS와 가상발전소(VPP)를 연계해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줄이는 전력시장 모델을 실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주 서귀포시의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전경.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는 이 지역에 92MWh 규모의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풍력·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의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높은 시간에 공급하는 장주기 BESS와 가상발전소(VPP)를 연계해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줄이는 전력시장 모델을 실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도민에게 중요한 부분도 여기에 있다. 전기차와 ESS, 히트펌프를 보유한 소비자가 VPP를 통해 전력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면 전력 사용시간을 조절한 대가를 새로운 수익으로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다만 실제 도민 수익모델로 이어지려면 해결할 과제도 적지 않다. 어떤 자원에 얼마의 보상을 지급할지와 거래·정산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한전 배전망을 관리하는 배전망운영자와 VPP 사업자 간 정보교환 방식과 제어 기준도 정립해야 한다.

전기차와 히트펌프 등의 시장 참여를 유도할 충분한 경제적 보상도 필요하다. 도민이 설비를 제공하고도 얻는 수익이 적다면 시장 참여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날 패널토론에서도 이런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최수석 제주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고 고희상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김홍삼 보타리에너지 대표와 주제발표자들이 참여해 제주 전력시장 시범사업의 성과와 전국 확산 조건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시장제도 개선과 VPP 사업의 병목 해소, 배전망운영자와 VPP 간 상호운용성, 전기차·히트펌프 등 생활 속 유연자원의 참여를 유도할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제주에서 만들어진 시장제도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제주보다 전력망 규모와 발전원 구성이 훨씬 복잡한 육지 계통에서도 같은 제도가 작동하려면 가격·정산체계와 계통운영 기준을 함께 바꿔야 한다.

재생에너지 24.3%를 먼저 경험한 제주가 전국 전력시장 개편의 실증장이 된 만큼 15분 실시간시장과 VPP, BESS를 묶은 모델이 실제 계통 안정과 도민 수익으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전국 확산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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