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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으로 화물 분류…신안선 자단목서 700년 전 물류체계 확인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원나라 파스파 문자 새긴 유물 6점 공개
15일부터 특별전…화물 검수 방식 조명

신안선에서 건져 올린 자단목에 새겨진 '천육(天六)' 표식. 천자문 글자와 숫자를 조합해 화물을 분류한 흔적이다. 국가유산청 제공
신안선에서 건져 올린 자단목에 새겨진 '천육(天六)' 표식. 천자문 글자와 숫자를 조합해 화물을 분류한 흔적이다. 국가유산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700년 전 신안선에 실린 자단목에서 천자문으로 화물을 구분하고 목재와 꼬리표의 정보를 맞춰 검수한 흔적이 확인됐다. 숫자나 알파벳으로 여겼던 표식 일부는 원나라 공식 문자인 파스파 문자로 판독됐다.

14일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에 따르면 신안선에서 건져 올린 자단목을 3차원(3D) 디지털 방식으로 정밀 기록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화물 관리 체계가 드러났다. 자단목은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에서 나는 고급 목재다.

신안선은 1323년 원나라에서 일본으로 향하던 무역선이다. 여러 화주의 물건을 한 배에 싣는 당시 교역 구조에선 화물이 뒤섞이지 않도록 구분하는 장치가 중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표식의 해독이 상품의 종류뿐 아니라 거래 절차를 파악하는 단서가 되는 이유다.

표식을 파스파 문자로 새롭게 판독한 유물은 6점이다. 이 문자는 '지'로 발음한다. 연구소는 원나라 집권층이 주로 사용한 문자라는 점에서 권위를 상징하거나 화물의 공적 검수·관리에 쓰였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자가 새겨진 자단목 약 160점 중에는 '천삼(天三)', '천육(天六)', '황오(黃五)', '주칠호(宙柒號)' 등의 표기가 남아 있었다. 천자문 앞부분의 글자에 숫자나 '호(號)'를 붙여 화물을 분류하고 일련번호를 매긴 방식이다.

화물 묶음에 매단 꼬리표인 목간과 자단목에서는 '마코사부로', '이야지로' 등 일본 가나 문자로 적은 인명과 서명 형태의 수결도 공통으로 나왔다.

연구소는 꼬리표와 화물 본체의 표식을 대조해 검수·인수하는 체계로 해석했다. 일본 도후쿠지 등 현지 관계자가 선적과 유통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근거이기도 하다.

15일부터 내년 2월 14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바다를 건넌 나무, 자단' 포스터. 국가유산청 제공
15일부터 내년 2월 14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바다를 건넌 나무, 자단' 포스터. 국가유산청 제공

연구 성과는 15일부터 내년 2월 14일까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목포시 수중유산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바다를 건넌 나무, 자단'에서 공개된다. 한국 수중발굴 50주년을 맞아 마련한 전시다.

오는 16일에는 연구소 사회교육관에서 '신안선 자단목과 동아시아 해양교류'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국내외 연구자들이 6개 발표를 통해 자단목의 수종·산지와 유통 구조, 일본 내 소비 양상 등을 논의한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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