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직무 역량까지 정교하게 검증한다… 은행권 'AI채용' 진화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생성형 AI 활용한 자소서 보편화
서류만으로 변별력 확보 어려워져
학점·어학성적 등 정량 평가 한계
영상 인터뷰 도입해 AI 평가 진행
채용비리 막는 보조 수단서 탈피

직무 역량까지 정교하게 검증한다… 은행권 'AI채용' 진화

은행들이 채용 과정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식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채용비리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AI를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지원자의 실제 역량과 직무 적합성을 가려내는 평가 도구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인터뷰 분석 등 채용 전반 AI 적용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에서 기존 자기소개서 작성 문항을 없애고 영상 인터뷰를 도입했다.

지원자가 영상으로 질문에 답하면 AI가 인터뷰 결과를 분석해 우선 합격 여부를 판단한다. AI 평가에서 탈락한 지원자는 사람이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은행들이 이처럼 평가 방식에 변화를 주는 건 기존 채용 절차의 변별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성형 AI를 활용한 자기소개서 작성이 보편화되면서 서류만으로 지원자 간 역량 차이를 가려내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학점과 어학성적 등 정량평가도 직무 적합성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은행권의 고민이다. 특히, 영업 현장에서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이나 돌발 상황 대응력, 디지털 직무에서 요구되는 문제 해결 능력 등은 서류상 수치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이에 은행들은 AI 역량검사도 적극 활용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AI 역량검사를 도입했다. 기존 역량검사보다 지원자의 직무 적합성과 실제 역량을 보다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식이다. 상반기에 이어 최근 시작한 하반기 채용에서도 AI 역량검사를 활용했다.

AI를 채용에 활용하는 것은 새로운 흐름은 아니다. KB국민은행은 2018년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채용 과정에 AI를 도입했다. 온라인 면접에서 AI가 지원자의 특징과 장단점, 적합한 직군 등을 분석하고 결과를 대면면접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AI 채용이 확산된 배경에는 은행권 채용비리 문제가 있었다. 금융감독원이 2017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국내 11개 은행을 검사한 결과 채용비리 의심 사례 22건이 적발됐고, 이후 검찰 수사를 통해 6개 은행 전·현직 임직원 38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은행에 이어 하나은행도 서류 검사 단계에 AI를 활용하는 등 은행권은 AI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나 외부 청탁이 개입할 여지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AI를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평가 기준 혼란… 보완재 수준

최근에는 AI를 채용에 활용하는 목적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채용 과정의 외부 개입 가능성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지원자의 실제 역량을 구분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채용 규모가 과거보다 줄어든 점도 평가 방식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총 485명의 신입 행원을 공개 채용했다. 지난해 상반기 595명보다 110명(18.5%) 줄어든 규모다. 하반기 역시 비슷한 흐름이 예상된다. 지원자 수는 비슷하지만 선발 인원이 줄어든 만큼 평가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평가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매년 바뀌는 평가 방식에 지원자들의 혼란도 적지 않다. 특히 AI 역량검사나 영상 인터뷰는 어떤 행동과 답변이 높은 평가를 받는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원자들에게 난관이 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여러 차례 응시해도 평가 기준을 가늠하기 어렵다", "사람이 아닌 AI가 초기 합격 여부를 판단하는 게 오히려 부담이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은행권은 AI가 채용의 전 과정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AI 평가 결과를 그대로 최종 판단에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초기 선별이나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사람이 개입하는 보완 절차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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