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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이후 AI 고도화… 쓸수록 새로운 '인간의 수' 나온다[AI월드 2026]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세돌 유니스트 특임교수·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특별대담
독창적 사고하는 AI와의 공존
인간의 창의성 높이는데 기여
업무 효율 높여 아이디어 도출
AI기사가 던지는 새로운 패턴들
바둑기사의 독창적 기보 초석으로
AI시대 맞춤형 인재 육성 절실
획일적 지원서 최상위권 안 나와
개성없는 상위권 배출에 그칠 뿐
지식의 조합·융합 능력이 핵심
기술에 끼워 맞추면 사람 못 견뎌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롯데시네마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개최한 'AI월드 2026'에서 '알파고 이후, AI와 인간의 공존시대'를 주제로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임교수(왼쪽)와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롯데시네마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개최한 'AI월드 2026'에서 '알파고 이후, AI와 인간의 공존시대'를 주제로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임교수(왼쪽)와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전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울산과학기술원 교수)은 현존 최고 바둑기사로 불리는 신진서 9단과의 실력 차이에 대해 "하늘과 땅 차이"로 표현했다. 현재 자신이 검은 돌을 미리 두고 시작하는 접바둑을 둬야 할 만큼 신 9단의 실력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의외였다. 2019년 은퇴 전 국내외 50번의 대회 우승을 차지한 바둑의 전설이자 자신감의 대명사로 불리던 그다. 이 교수가 급격한 실력 격차 원인으로 꼽은 건 "어마어마하게 발전한 AI" 때문이다.

■새로운 혁신, AI 이해서 출발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와 치른 4번째 대국에서 AI의 허점을 찌른 '신의 한수'는 지금까지도 인공지능(AI) 시대를 관통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10년 전 대결에서 AI가 지닌 어마어마한 잠재력과 동시에 사람을 앞설 수 있는 파괴력을 동시에 체감한 이 교수가 강조한 건 AI와의 공존과 협력이다. AI를 철저히 학습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동시에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 틀을 깨고 독창적 사고가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롯데시네마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개최한 'AI월드 2026'에서 '알파고 이후, AI와 인간의 공존시대'를 주제로 특별대담에 나선 이세돌 교수와 김덕진 소장은 "AI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사고의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 자리에서 AI 전문가인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도 "AI를 제대로 이해하고, 연구한다면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고 주목했다.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AI가 업무 시간의 효율을 높임으로써 인간이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도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AI 활용력에 따라 바둑기사 간 실력 격차도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AI가 10수를 던지면 그 중 3수 정도만 이해해도 톱 랭커로 할 만큼 AI가 던지는 수에 대한 이해 여부가 실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AI를 수 년 간 보면서 학습하다 보니 이해도가 훨씬 올라가면서 다시 인간 만의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I가 제시하는 새로운 패턴들이 바둑기사들의 독창적 기보의 바탕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AI가 던진 수를 계속 학습하고 탐구하면서 고민한 사람들이 오히려 앞서간 것"이라면서 "결국 AI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AI 사용할수록 인간 능력 향상

기업들이 기존에 영위하던 업무 방식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업무 방식이 나올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놨다. 인간이 AI에게 맞추면서 일하는 방식의 효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새로운 혁신과 변화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과거 대국 전날 바둑기사들이 컨디션 조절을 위해 쉬거나 기보를 보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경기 직전까지도 실시간으로 변하는 AI 기사들과 연습을 하면서 실력을 점검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AI를 이해하고 학습할수록 우리의 능력이 빠르게 올라간다는 것을 바둑이 보여준 것"이라고 하자 김 소장은 "AI와 계속 토론하며 나 만의 방법론을 찾는 것이 기업 관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인사이트"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10년 전 알파고의 대국으로 돌아가 자신에게 "준비하고 대비해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AI 시대에 준비하지 못한 기업들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일단 AI를 도입해보는 시도가 중요하다는 조언인 셈이다. 당시 알파고의 강력한 성능을 예상하지 못했던 탓에 준비가 너무 미흡했다고 토로한 이 교수는 "새로운 게 나왔을 때 한귀로 듣고 흘려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은데 일단 집중하고 해본 뒤에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획일화 대신 맞춤형 교육 필요

중국보다 바둑 인재 풀이 적은데도 최상위권 바둑기사들이 잇따라 등장한 바둑 업계 상황을 들어 AI 시대 인재 육성을 위한 맞춤형 교육 필요성도 역설했다. 이 교수는 "중국은 바둑 인재들을 각 성에서 데려와 획일적으로 지원하는 과정에서 상위권은 나오지만 개성이 없어지기 때문에 최상위권은 잘 나오지 않는 것"이라며 "AI를 활용하면서 자신 만의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 그 분야의 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를 통해 다양한 지식들을 섭렵하고, 조합·융합하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우리의 기술을 사람에게 끼워맞추려고 하면 인재들은 그걸 견디기가 힘들다"며 "완전 새로운 관점으로 우리가 접근을 했을 때 인재들은 온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인재가 와서 우리 시스템에 끼어놓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인재가 원하는 방식으로 기술의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그들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두 사람은 철저히 AI의 새로운 방식을 연구하고 공부해야만 혁신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바둑을 넘어 산어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지금부터 제대로 AI를 바라보고 각 산업에서 변화를 느껴야 되는 시기"라고 언급했다. 오픈AI의 차세대 AI 모델 'GPT-6 아스트라' 출시 등 AI가 인간의 과제를 스스로 이해하고 해결하는 범용 AI(AGI) 시대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AI 도입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 소장은 "우리의 일을 AI에 맞추는 것보다 오히려 AI의 흐름에 맞춰서 조직을 바꾸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구성원들이 같이 제대로 공부하는 것들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AI를 제대로 이해하는 기업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면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결국 AI로 공부만 하거나 업무만 하는 사람이 어느 수준까지는 갈 수 있지만, 최상위권 영역으로는 가는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AI를 효율성 측면이 아닌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벌어주는 시간을 인간의 창의성에 더 쓰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너무 효율성만 생각할 경우 어느 정도 이상 가면 한계가 생길 것"이라면서 "결국 AI를 사용하는 것은 사람인 만큼 AI로 전환할 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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