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제주 풍력 이익공유 두 갈래로… 공공환원·주민투자 분리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도의회 미래경제위 전부개정안 수정가결
제35조 주민참여 삭제·제36조 별도 신설
당기순익 17.5%·매출 7% 현행기준 유지
설비용량 10% 이상 변경도 심의대상

제주시 수원리 한림해상풍력발전단지 전경. 제주에서는 풍력사업자가 공적 자원인 바람을 이용해 얻은 개발이익을 공공에 환원하는 제도와 사업지역 주민이 직접 투자해 수익을 얻는 주민참여 모델이 각각 운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시 수원리 한림해상풍력발전단지 전경. 제주에서는 풍력사업자가 공적 자원인 바람을 이용해 얻은 개발이익을 공공에 환원하는 제도와 사업지역 주민이 직접 투자해 수익을 얻는 주민참여 모델이 각각 운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풍력발전에서 도민 전체를 위한 개발이익 환원과 발전사업 예정지역 주민이 직접 투자해 수익을 얻는 주민참여가 별도 제도로 나뉜다. 제주도의회가 두 제도를 다른 조항으로 나눠 주민투자 수익이 사업자의 개발이익 환원을 대체할 수 있다는 해석 여지를 없앴다.

15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등에 따르면 도의회 미래경제산업위원회는 전날 열린 제454회 제1차 정례회에서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제주도가 지난달 제출한 원안은 풍력발전사업의 허가와 지구 지정, 주민수용성, 개발이익 공유, 관리기관의 역할 등을 전면 재정비하는 내용을 담았다.

가장 큰 쟁점은 제35조 '풍력발전사업의 이익공유'였다. 원안은 발전사업자가 공적 자원인 바람을 이용해 얻은 개발이익을 제주에 환원하도록 하면서 '주민참여 계획을 포함한 개발이익 공유화 계획'을 도지사에게 제출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문제는 개발이익 공유와 주민투자의 성격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었다. 제주의 기존 개발이익 공유화는 풍력사업자가 사업으로 얻은 이익 일부를 공공에 환원하고 이를 에너지복지와 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활용하는 구조다.

반면 주민참여는 사업예정지역 주민 등이 발전사업에 돈을 투자한 뒤 투자액이나 지분 등에 따라 수익을 받는 구조다. 수익의 귀속 대상부터 다르다.

도의회는 이런 차이를 조문에 반영했다. 상임위 수정안은 제35조 개발이익 공유화 조항에서 '주민참여 계획' 문구를 삭제했다. 대신 제36조에 '풍력발전사업의 주민참여'를 별도로 신설해 사업예정지역 주민이 발전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주민참여 계획을 수립·제출하게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공공환원과 주민투자를 하나의 이익공유 계획 안에서 처리하지 않고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한 셈이다.

14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미래경제산업위원회 회의에서 ‘제주특별자치도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이 심사되고 있다. 상임위는 개발이익 공유화와 주민참여를 별도 조항으로 분리하는 내용으로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공
14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미래경제산업위원회 회의에서 ‘제주특별자치도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이 심사되고 있다. 상임위는 개발이익 공유화와 주민참여를 별도 조항으로 분리하는 내용으로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공

배경에는 사업자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주민이 자기 자금을 투자해 받는 수익까지 사업자의 개발이익 환원 실적으로 인정할 경우, 도민 전체에 돌아가야 할 공공 환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도의회 심사 과정에서 제기됐다.

제주도는 기존 개발이익 공유화 기금을 유지하면서 주민참여를 추가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조선희 제주도 기후에너지국장은 상임위 심사에서 "개발이익 공유화 기금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일정 부분을 받으면서 도민 참여를 추가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현재 제주 풍력 개발이익 공유화에는 당기순이익의 17.5% 또는 이에 상당하는 매출액의 7% 수준이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17.5%와 7%는 이번 조례에 일률적인 법정 부담률로 명시된 수치는 아니다. 과거 풍력발전사업 심의와 사업자별 개발이익 공유화 계획·약정을 거치면서 형성된 운용기준이다.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풍력발전사업자에게 매출액 7% 또는 이에 상응하는 당기순이익 17.5% 수준의 이익공유가 적용돼 온 사실이 확인된다.

제주도가 이 기준 자체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다. 이번 수정안은 오히려 기존 공공환원 체계와 주민투자 수익을 별도로 운영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한 데 의미가 있다.

두 제도의 차이는 실제 사업에서도 확인된다. 풍력 개발이익이 들어가는 풍력자원공유화기금은 도민 대상 에너지복지 등에 활용된다. 제주도는 올해 기금 6억원을 투입해 장애인·조손가구의 여름철 전기요금을 지원하고 있다.

14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미래경제산업위원회 회의에서 김기환 위원장이 풍력발전사업 조례 전부개정안을 심사하며 발언하고 있다. 상임위는 개발이익 공유화와 주민참여를 별도 조항으로 분리하는 내용으로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공
14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미래경제산업위원회 회의에서 김기환 위원장이 풍력발전사업 조례 전부개정안을 심사하며 발언하고 있다. 상임위는 개발이익 공유화와 주민참여를 별도 조항으로 분리하는 내용으로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공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풍력 개발이익을 활용한 취약계층 에너지 지원에는 43억원이 투입돼 3만6372가구가 지원을 받았다.

사업지역 주민이 직접 투자하는 모델은 성격이 다르다. 100MW 규모 제주한림해상풍력에는 한림읍 수원리와 한수리, 귀덕2리 등 3개 마을 주민들이 모두 300억원 규모로 사업에 투자하는 주민참여 모델이 적용됐다. 주민이 투자자가 돼 사업 수익 일부를 배당받는 방식이다.

한쪽은 공공자원 이용에 따른 이익을 불특정 다수 도민에게 돌려주는 장치이고, 다른 한쪽은 발전시설을 받아들이는 지역주민이 사업에 직접 참여해 투자수익을 얻는 구조다.

제주가 풍력 이익공유를 별도로 관리하는 근거에는 특별자치도의 제도적 특성도 있다. 제주특별법은 제주 풍력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하도록 규정한다. 풍력발전사업 허가와 지구 지정 과정에서도 제주도지사가 상당한 권한을 행사하고 관련 기준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특례를 두고 있다.

이번 전부개정안도 조례 목적에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와 개발이익의 도민 향유 원칙을 반영하고 있다.

주민참여가 별도 조항으로 만들어졌다고 모든 풍력사업에 주민투자가 자동으로 의무화되는 것은 아니다.

수정된 제36조도 도지사가 주민참여 계획을 '제출하게 할 수 있다'는 구조다. 어떤 사업을 대상으로 어느 범위의 주민에게 참여기회를 줄지, 투자한도와 방식, 위험고지, 수익배분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는 후속 고시와 세부지침에서 구체화해야 한다.

주민투자에는 발전사업 수익성에 따른 투자위험도 존재하는 만큼 공공환원과 달리 원금과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로 오인되지 않도록 별도 기준이 필요하다.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앞바다에 조성된 제주한림해상풍력발전단지 전경. 5.56MW급 해상풍력발전기 18기로 구성된 총 100.08MW 규모로, 2024년 10월 시설 준공과 함께 상업운전을 시작해 2025년 2월 종합준공됐다. 수원리·한수리·귀덕2리 주민 1009명은 협동조합과 법인 등을 통해 총 300억원 규모의 주민참여 투자에 참여해 발전수익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정용복 기자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앞바다에 조성된 제주한림해상풍력발전단지 전경. 5.56MW급 해상풍력발전기 18기로 구성된 총 100.08MW 규모로, 2024년 10월 시설 준공과 함께 상업운전을 시작해 2025년 2월 종합준공됐다. 수원리·한수리·귀덕2리 주민 1009명은 협동조합과 법인 등을 통해 총 300억원 규모의 주민참여 투자에 참여해 발전수익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정용복 기자

사업 규모 변경에 대한 관리도 강화됐다. 기존 원안은 풍력발전지구 지정면적을 10% 이상 변경할 때 심의를 받도록 했지만 상임위는 발전설비 용량을 10% 이상 변경하는 경우도 심의대상에 포함했다.

발전사업자가 사업부지를 크게 넓히지 않더라도 풍력발전기를 대형화하거나 발전기 수를 조정해 전체 설비용량을 크게 늘리는 경우까지 심의 범위에 넣은 것이다.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를 담당할 관리기관의 범위도 확대됐다. 제주도가 제출한 원안은 지방공기업을 관리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상임위 수정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까지 지정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제주도의회가 주민참여와 개발이익 공유화를 분리하면서 당장 제도적 충돌 가능성은 줄었다.

다음 과제는 실제 사업에서 두 돈의 흐름을 얼마나 명확하게 구분하느냐다.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에서는 발전사업자가 내는 공공환원액과 주민 투자금, 주민에게 돌아가는 투자수익, 주변지역 지원금 등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각각의 금액과 산정방식, 수혜대상을 구분하지 않으면 이익공유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향후 추자도 등에서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이 본격화하면 사업자 부담과 주민수용성, 도민 전체의 공공이익을 어떻게 균형 있게 설계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진다.

조례안은 상임위 문턱을 넘었지만 아직 본회의 의결 절차가 남아 있다. 최종 조례와 후속 고시에는 개발이익 공유화와 주민참여의 적용 대상과 산정기준, 주민투자 방식, 관리기관 역할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

제주 풍력 이익공유 제도가 단순한 사업자 기부나 특정 지역 주민의 투자수익에 머물지 않고 공공자원에서 발생한 가치를 도민 전체와 사업지역이 각각 공유하는 구조로 정착할 수 있는지가 앞으로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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