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제조업, 비용 인플레에 신음…"1년 뒤에도 암울"
전자산업, AI에 밀려 부품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
[파이낸셜뉴스]
이란 전쟁, 관세, 인공지능(AI) 붐이 미국 제조업체들을 비용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내몰고 있다. 에너지 가격, 수입 물가가 뛰고, 핵심 전자 부품 가격이 치솟고 있다.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금융위기 출발점이 됐던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이후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15일(현지시간) 공급관리협회(ISM)의 8월 제조업 물가지수가 치솟은 것으로 확인됐다.
ISM 제조업 물가지수에 따르면 제조업체들의 비용은 23개월 연속 상승세다. 제조업체들은 석유 기반 제품부터 철강, 알루미늄 등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비용이 오르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원재료, 에너지, 물류 등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일부 비용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 가격에 비용을 전가하기 시작해 소비자 인플레이션도 자극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제조업이 이란 전쟁에 따른 높은 기름값과, 수입 관세 인상, AI 데이터센터에 빼앗기고 있는 전자 부품 등으로 인해 새로운 공급망 압박과 비용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콜로라도주립대의 잭 로저스 교수는 "공급망 재고는 줄어들고, 비용은 올라가고 있다"면서 "공급망에서 투자 대비 최고 효율을 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에 따르면 최종 생산재 가격 상승률은 6.6%인 반면 경유, 원자재, 전자 부품 등 중간 재료 및 부품 가격 상승률은 2배 가까운 11.5%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고철, 원유 같은 기초 원자재 가격은 12.8% 치솟았다.
연료비는 8월 말 이후 급등세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15일 미 주유소 경윳값은 갤런당 6.27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경유 도맷값 역시 이날 급등해 조만간 주유소 경유 가격 추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임을 예고했다.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재화 운송 비용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평균 운송비는 1년 전보다 16% 폭등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부는 비용만 치솟는 것이 아니라 재료 구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미네소타주의 금속 가공업체 '와이오밍 머신' 공동 사장 트레이시 타파니는 원재료 구하기가 어렵다면서, 특히 철강은 "두드러지게 공급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무리 돈을 더 줘도 재료를 구할 수 없었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지금은 다르다. 공장과 물류망은 정상 가동되고 있고, 시장에 가면 물건이 있다. 그렇지만 에너지 비용, 원자재 가격, 운임, 관세 등이 가파르게 올라 물건을 사 오기 위한 비용이 극심한 부담이 됐다.
전자산업은 상황이 다르다.
AI 붐으로 부품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데이터센터가 메모리 칩부터 GPU(그래픽처리장치), CPU(중앙처리장치)에 이르기까지 특수 부품들을 빨아들이고 있고, 공급 자체가 달리고 있다.
이번 8월 ISM 설문조사에서 제조업체들은 전자 부품 공급망이 팬데믹 당시보다 더 심각하고, 복잡한 위기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전자산업의 부품 공급난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글로벌 전자협회(GEA)의 8월 설문조사에서 전 세계 전자 제조업체 3분의 2가 부품 구하는 것이 제한적이거나, 주문 뒤 물건을 받을 때까지 걸리는 이른바 '리드 타임'이 길어졌다고 답했다.
부품 공급 부족에도 불구하고 업체들 상당수는 설비 확장을 주저하고 있다. 이란 전쟁부터 관세에 이르기까지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콜라라도주립대의 로저스 교수는 "어느 정도 확신이 없이는 그 어떤 기업도 대규모 자본 지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1년 뒤 시장 상황은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mail protected] 송경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