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1500원 '메로나' 나눠 먹은 발달장애인, 특수절도 기소유예 위헌" 헌법소원

성민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메로나 아이스크림. /시진=연합뉴스
메로나 아이스크림. /시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편의점 아이스크림 한 개를 계산하지 않고 친구와 나눠 먹었다가 특수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중증 발달장애인이 헌법재판소에 처분 취소를 청구했다.

16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30대 발달장애인 A씨 측은 최근 A씨에 대한 검찰의 특수절도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A씨 측은 청구서에서 수사 과정에서 절차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특수절도는 흉기를 소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해 타인의 재물을 훔쳤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A씨 측은 특수절도의 전제인 공모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만큼 애초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A씨와 특수학교 동창인 B씨는 지난 6월 부산 부산진구의 한 편의점 앞 냉동고에서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 1개를 꺼내 계산 없이 나눠 먹은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당시 A씨는 경찰 조사 당시 지적장애 2급이 기재된 복지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가족은 점주에게 10만원을 배상했고, 점주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두 사람에게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재판에 회부하지 않는 대신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불기소 결정서에는 피의사실은 인정되지만 초범인 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액이 적은 점 등을 참작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 측은 기소유예가 피의사실 인정을 전제로 하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족에 따르면 A씨는 의료기관 심리평가에서 지능지수(IQ)가 50 안팎으로 나왔고, 인지 능력은 7세 이하 수준으로 평가됐다. 검찰이 A씨의 의사소통·진술 능력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A씨 측 주장이다.

수사 과정에서 관련 법에 명시된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점도 확인됐다. 2015년 시행된 발달장애인법은 경찰서마다 전담 경찰관을 지정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들이 조사를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전담 경찰관은 동행한 B씨에게만 배정됐고 A씨는 이 같은 보호를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가족들은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신빙성에도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조서에는 경찰이 공모 여부를 묻자 A씨가 "서로 같이 먹고 싶어서 같이 훔친 겁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에 대해 가족들은 A씨가 단어를 단편적으로 말하는 수준에 불과해 조서에 적힌 형태의 완성된 문장을 구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email protected] 성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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