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한 달간 투명인간 취급..."말 한마디 없는 아내 때문에 미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파이낸셜뉴스] "부드럽게 말을 건네도 아내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결국 답답함에 다그치게 되고, 어느새 저는 심문하는 형사가, 아내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피의자가 되어 있습니다."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말을 하지 않는 아내'로 인해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30대 남편 A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신체적·언어적 폭력만이 아니라, 갈등 상황에서 상대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침묵'과 '회피' 역시 가정을 파탄으로 모는 치명적인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A씨에 따르면 부부 갈등의 핵심은 '소통의 완전한 마비'다. 대화를 시도하면 아내는 입을 닫아버리고, 답을 요구할수록 극도로 얼어붙는 현상이 반복됐다.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아내의 상태가 극심한 불안으로 인해 입을 떼지 못하는 일종의 '선택적 함구' 증상일 수 있음을 알게 됐지만, 남편의 고통을 덜어주지는 못했다.

답답함을 견디다 못한 A씨가 결국 이혼 카드까지 꺼내 들었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빠가 원하면 이혼해야겠지"라며 결정을 미루던 아내는, 막상 이혼을 추진하려 하면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며 말을 돌렸다. 하지만 정작 상담을 예약하려 하면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며 발을 뺐다.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각자의 노력을 나눠보자는 제안에도 침묵으로 일관한 아내에게 A씨는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며 물러섰다. 하지만 그 결과는 한 달간 이어진 '투명인간' 생활이었다. 한 달 만에 조심스레 건넨 "생각이 정리됐느냐"는 질문에 아내는 또다시 얼어붙어 단 한 글자도 답하지 않았다. A씨는 "이혼하자니 억지로 끌고 가야 할 판이고, 그냥 살자니 숨이 막혀 미칠 것 같다"며 혼란을 호소했다.

심리 전문가들은 A씨 부부의 상황을 전형적인 '담쌓기'와 '요구-회피'의 악순환으로 진단한다. 갈등 상황에서 감당하기 힘든 불안을 느끼는 회피형 성향의 배우자가 방어 기제로 '기능 정지' 상태에 빠지면, 반대편 배우자는 무시당했다는 좌절감과 고립감에 사로잡혀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침묵이 장기화될 경우 상대방의 정신 건강을 심각하게 갉아먹는다는 점이다. 임상심리 전문가들은 "폭언보다 무서운 것이 반응의 부재"라며 "상대방의 감정과 물음을 완전히 차단하는 만성적 침묵은 당하는 사람에게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듯한 극심한 트라우마와 무기력, 우울증을 안긴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역시 지속적이고 고의적인 대화 단절 및 동거 의무 불이행을 이혼 사유로 인정하는 추세다. 한 가사전문 변호사는 "일방적인 대화 거부와 정서적 단절로 혼인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고, 상대 배우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안겼다면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부 관계 전문가들은 "말문이 막히는 증상이 병리적 불안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 상대방을 피폐하게 만들면서까지 치료적 개입을 거부한다면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대면 대화가 불가능하다면 서면 소통을 시도하거나 전문 상담 기관의 중재를 받아야 하며, 이마저도 거부된다면 피해 배우자는 스스로의 정신적 건강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경계선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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