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인가구, 전문직이 가장 많아… 돈 아닌 관계의 결핍 때문"[fn 인사이트]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김수영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필연적 혼자의 시대'를 말하다
디지털 시대, 초연결·초융합 특징이지만
은둔·고립·외로움 오히려 늘어나는 '역설'
한국뿐 아니라 북미·유럽도 40~50% 차지
청년·중년·노년 계층별로 원인·현상 달라
위험군 발굴해 일대일 관리하는 방식 한계
우리사회 '친밀한 공간' 만들기에 초점을

김수영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 사옥에서 노동일 주필과 대담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김수영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 사옥에서 노동일 주필과 대담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1970년대 3.6%에 불과했던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40%를 넘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한 가구 유형이 됐다. 2024년 기준 1012만가구를 기록했지만 '1인가구'의 이미지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가난한 독거노인, 취업하지 못한 청년. 그러나 실제 통계는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1인가구는 전 연령대에 15% 안팎으로 고르게 퍼져 있으며, 직종별로는 전문직과 그 관련직이 24% 이상으로 가장 많다. 1인가구는 자산과 소득의 문제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된 것이다.

김수영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6년 동안 109명의 1인가구를 직접 만났다. 올해 1월 연구서 '필연적 혼자의 시대'를 펴낸 김 교수도 1인가구다. 김 교수는 16일 파이낸셜뉴스 노동일 주필을 만나 "지금처럼 풍요로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결핍은 경제적 결핍이 아니라 관계의 결핍"이라며 "1인가구 증가의 핵심에는 경제적 불안이 아니라 심리적 불안이 깔려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대담은 파이낸셜뉴스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fn 인사이트'에서도 방영된다.

―연구자는 대상과 거리를 둔다는데, 교수님은 당사자이기도 하다.

▲사회복지학은 사회문제를 연구하는 분야다. 10~15년 전부터 미래 사회의 전환이 시작된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전환의 두 축으로 디지털화와 개인화를 꼽았다. 디지털 플랫폼이나 인공지능(AI) 논의를 보면 초연결, 초융합을 말한다. 그런데 사회문제 쪽에서는 늘 은둔, 고립, 외로움이 나온다. 완전히 역설적이었다. '연결된 채 고립되어 가는 사회'가 가장 큰 위험이라는 문제의식으로 6년 전 1인가구 연구를 시작했다.

―본인이 1인가구라는 자각은 언제 왔나.

▲혼자 살았지만 스스로를 1인가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누가 정체성을 물으면 직업을 말하고 여성이라고 말하지 "1인가구입니다"라고 답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연구를 하며 놀랐다. 먹고 일하고 여가를 보내는 방식이 1인가구들 사이에서 대단히 공통적이었다. 그래서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했던 작업이 크로스체크였다. 이게 내 자의적 생각인가, 전반적 경향인가를 통계와 다른 연구자의 분석에 계속 대조했다.

―1인가구는 한국만의 현상인가.

▲아니다. 북미와 유럽도 40% 이상이고 북유럽은 50%, 57%에 육박한다. 사회구조와 혼자 사는 것이 연결돼 있다는 뜻에서 '필연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다만 우리만의 특징은 압축성이다. 1970년대 1인가구는 3.6%였다. 완전고용을 말할 때 실업률 3~4%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3.6%는 사실상 없다시피 한 수준이다. 그것이 50년 안에 40%에 육박하게 됐으니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한 채 어느 날 깜짝 놀라게 된 것이다.

―1인가구는 이기적·반가족적이라는 시각이 있다.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진 분들도 물론 있다. 그런데 상당수는 오히려 가족의 역할을 하는 분들이다. 두 가지 현상이 있다. 하나는 '조카 바보'다. 결혼해 자기 자녀가 있으면 조카 바보가 되기 어렵다. 비혼이기 때문에 부모는 물론 분가한 형제자매와 그 자녀까지 확대가족을 자기 가족으로 여기는 것이다. 더 주목할 것은 두 번째다. 이들이 부모를 부양하고 간병하는 세대가 된다. 일본에서는 오래된 현상인데 50~60대 솔로가 70~90대 부모를 돌본다. '강제 효도'라는 말도 있고, 이들을 올드 케어러라고 부른다. 예전에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으로 불렸던 세대가 지금은 부모가 의지하는 효자·효녀가 된 셈이다.

―혼자 사는 이유를 흔히 불안에서 찾는데.

▲핵심은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이다. 부유한 국가일수록 1인가구가 많고, 그 국가들의 공통점은 성숙한 자본주의다. 지금은 콘텐츠가 중요한 생산물인데, 콘텐츠 산업은 개인의 개성과 정체성이 생산물 안에 들어간다. 정보기술(IT) 산업도 개인의 성과와 관계망, 역량이 전부 동원된다. 개인이 소비의 원동력이면서 생산의 원자재가 되는 사회다. 개인을 발굴하고 강력하게 주장해야 하는 사회라면 개인주의는 발동할 수밖에 없다. 개인주의는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지금의 덕목이자 가치가 됐다.

―전문직 여성의 비혼은 그 연장선인가.

▲클라우디아 골딘이라는 경제학자가 '그리디 워크', 탐욕스러운 일자리라는 표현을 썼다. 연구직, 기술개발직, 법률, 금융 같은 업종이다. 그런 일을 하면 사실상 24시간 근무가 된다. 저 같은 연구직에서도 여성 교수가 결혼하지 않는 경우가 꽤 일반적이다. 일·가정 양립이 어려우니 결혼을 택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고, 그러면 같이 경쟁하는 남성들도 그 문화 속에서 비혼을 선택하게 된다.

―혼자 살면 자유롭고 여유로울 것 같은데, 실제로는 다르다고 했다.

▲실태조사를 하면 60% 정도가 장점으로 자유와 여유를 든다. 그런데 같은 응답자에게 무엇이 어렵냐고 물으면 답이 뒤집힌다. 돌볼 타인이 없지만 나를 돌볼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아플 때 돌볼 사람이 없다는 것, 그리고 식사 해결의 어려움을 꼽는다. 지금의 2030은 직장에 충성하지 않는다. 평생직장이 아니니 회사에 자신을 쏟지는 않지만, 언제든 해고될 수 있고 창업할 수도 있으니 자기 커리어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직장에는 충성하지 않으면서 자기 일에는 상당히 몰입하고, 퇴근 후에도 자기관리와 자기개발로 스스로를 재생산하는 데 몰두한다.

―식사 문제는 결국 돈 문제가 아닌가.

▲과거에는 그랬다. 그래서 1인가구 복지사업이 도시락 배달이었고, 지금도 많은 지자체와 복지관이 그것을 위주로 한다. 그런데 조사해 보면 밥을 못 먹는 이유는 가난이 아니라 함께 챙겨줄 식구가 없어 규칙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힘들 때 반응해줄 사람이 없어서다. 살림을 잘하는 노년 여성들도 사별하거나 자녀가 독립하면 똑같이 밥을 잘 안 드신다. 살림은 '살리다'라는 말인데, 돌보고 애정을 쏟을 누군가가 있을 때 규칙성이 생긴다. 아이가 학교 갈 때 꾸역꾸역 일어나 밥을 챙겨주며 자기도 한술 먹는 것처럼. 식구가 존재한다는 건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고소득 1인가구가 더 고립된다는 분석은 의외다.

▲고소득, 중소득, 저소득으로 나누고 각 계층에서 사회적 관계가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다시 나눠봤다. 어느 계층이든 친구도 많고 살림도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갈린다. 고소득층이 고립되는 이유는 우선 시간 빈곤이다. 탐욕스러운 일자리가 존재를 다 빨아들인다. 여기에 체면이 있다. 시사나 성찰적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사귀려 노력하니 친구의 반경이 좁고, 힘들어도 외롭다는 말을 못 한다. 50~60대 남성의 고독사가 가장 많은데, 고독사 10명 중 6명이 이들이다.

―계층별로 원인이 다르다는 뜻인가.

▲그렇다. 중소득층은 대부분 청년인데 불안정 노동과 프리랜서, 은둔·고립 청년이 많다. 노동시간 자체가 안정적이지 못한 것이 특징이다. 저소득층은 어릴 때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아 사회적으로 배제된 경우가 많다. 역설적인 것은 기초생활수급자는 복지관에 다니면서 친구가 생기기 때문에 관계가 더 많은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가장 문제는 복지 제도와 완전히 떨어져 있는 저소득층이다. 주민등록이 잡히지 않거나 신용불량 때문에 사회를 불신하는 경우다. 모든 계층에 관계 결핍으로 인한 고립이 있지만 원인은 서로 다르다.

―관계 자체를 위험으로 여기는 심리는 어디서 오나.

▲인터뷰를 하며 "함께 망하느니 혼자 망하는 게 낫다" "백지장도 잘못 맞들면 찢어진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관계 자체가 불안인 것이다. '협력의 진화'라는 책이 있는데, 같은 공동체에서 오래 살면 얄미워도 끌어안고 협력하게 된다. 울리히 벡이 말한 위험사회의 핵심도 안전이 삶의 가장 중심 기준이 되는 상태다. 과거에는 삶이 척박해도 성장과 희망을 찾았지만, 지금은 자기가 딛고 선 지반이 흔들린다고 느끼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을 택한다. 압축성장 과정에서 우리가 추구한 것은 돈이었다. 친구 부자, 취미 부자, 즉 사회자본과 문화자본에는 취약했다. 공부 잘하면 됐지 왜 친구를 만나느냐는 식으로 인간을 휴먼 리소스로 기르는 교육이 굴러갔다. 관계 빈곤을 자연스럽게 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에 사회적 고립 담당 차관이 생겼다.

▲대단히 진일보한 일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고독사 문제에만 치중하면 우리가 지금 이야기한 보편적 차원의 문제는 담아내지 못한다. 그간 국가가 해온 방식은 복지 사각지대의 고립위험군을 발굴해 행정적으로 관리하고 서비스를 지원하는 일대일 방식이었다. 그런데 외로움을 해결하려면 관계망을 넓혀줘야 한다. 비정부기구(NGO), 지역사회, 자원봉사자의 연결망을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영국은 외로움 담당, 일본은 고독·고립 담당이라고 부르는데 그건 문제를 가리키는 말이지 지향점이 아니다. 저는 '사회적 연결 장관'이 더 낫다고 본다. 가야 할 방향을 짚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이미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

―책 말미에서 영화 '스틸 라이프'를 따로 다룬 이유는.

▲제3의 장소를 만들라, 식구를 만들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나름 가진 사람들이다. 친구가 있어야 하고 활력도 있어야 한다. 내향적인 사람도 있다. 저도 내향형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정물이라는 뜻이고, 주인공의 삶은 그냥 평범하게 흘러간다. 그럼에도 그는 사회에서 하나의 역할을 했고, 산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죽은 자들의 영혼이 찾아와 애도한다. 억지로 스트레스 받으며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아도, 자기가 가진 일 안에서 사회적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또 하나는 사회적 애도의 중요성이다. 굳이 안 해도 될 추도사를 쓰고 애도할 사람을 찾아 데려오면서 주인공은 "제 일이니까요"라고 담담히 말한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이찬혁의 '멸종위기의 사랑'이라는 노래가 있다. 단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던 시대가 과거였는데 지금은 그런 사랑이 멸종하는 상황이 됐다는 이야기다. 과거에 친밀한 타인은 보통 가족이었다. 지금은 그런 타인을 갖는 것이 대단히 어려워졌다. 연구를 하며 더 깨달은 것은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결국 타인이 필요한, 상호 호혜적이고 의존적인 존재라는 사실이다. 육체를 가진 인간에게 친밀한 타자는 여전히 중요하고, 그것을 개인이 만들기 어렵다면 사회와 공동체가 친밀한 지역사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시청자든 정책 담당자든 시민사회든, 친밀한 공간을 만드는 데 조금 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노동일 주필
노동일 주필

전체 대담 내용은 파이낸셜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정리=
[email protected] 한영준 기자


#관계의 결핍 #1인가구 #전문직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