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제약

의료계 "임신중지 약물 관리체계 마련을"… 법 개정도 과제

정상균 기자,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관련종목
현대약품(004310)

임신중지 허용 범위·절차 규정 등
후속 입법 공백 해소 과제로
의료진 법적 보호위한 제도 정비
약물복용 후 응급 대응체계 마련
미성년자 처방기준도 쟁점으로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의 국내 도입을 공식화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여 만에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를 제도권 의료체계에 편입하는 작업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다만 실제 도입까지는 관련 법 정비를 비롯해 미성년자 처방, 불법 유통 방지, 사후관리와 응급 대응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법 공백·미성년자 처방·응급대응…제도 정비가 관건

정부는 16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임신 9주 이내를 대상으로 임신중지 약물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도입 초기 2년간은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하고 이후 부작용과 안전성 등을 평가해 약국 조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품목 허가를 신청한 임신중지 약물에 대해 안전성·유효성·품질과 위해성관리계획 등을 심사하고 있다. 업체의 물량 확보 등 관련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내년 1·4분기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단계적인 도입 절차와 함께 건강보험 적용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국내 도입이 추진되는 제품은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다. 영국 라인파마 인터내셔널의 제품으로 미페프리스톤 200㎎ 1정과 미소프로스톨 200㎍ 4정으로 구성됐다. 임상시험 자료 등을 토대로 임신 63일(9주) 이내 사용을 조건으로 품목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현대약품은 2021년 처음 품목 허가를 신청했으나 자료 보완 과정에서 자진 취하했다. 2023년 다시 신청했지만 심사 절차가 중단됐고, 2024년 12월 세 번째로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실제 유통 시점은 품목 허가뿐 아니라 수입 절차와 건강보험 적용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관련 법률의 공백을 해소하는 것도 과제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국회가 후속 입법 시한을 넘기면서 기존 낙태죄 조항은 효력을 잃었지만 임신중지의 허용 범위와 절차, 의료진의 책임 등을 규정하는 후속 법률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법제처가 지난달 임신중지 약물의 품목 허가가 현행 모자보건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놨지만, 이는 실제 임상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조건까지 마련됐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미성년자의 약물 처방 기준도 쟁점이다. 성평등가족부는 미성년자가 보호자의 동의 없이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할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청소년의 경우 심리·정서적 지원이 필요하고 보호자 동의 여부 역시 전체적인 청소년 보호체계를 고려해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 "안전관리 체계도 마련해야"

의료계는 안전관리 체계를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건강한여성재단 인공임신중절위원회는 임신중지 약물 도입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임신 주수와 자궁외 임신 여부 확인, 투약 후 추적 관찰, 출혈·감염 등 부작용 발생 시 응급 대응체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약물 복용 전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임신 주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자궁외 임신을 놓친 상태에서 약물을 사용할 경우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용 이후에도 임신중지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고 지속적인 출혈이나 감염, 불완전 임신중지 등 이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의료기관에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의료진이 실제 진료 과정에서 적용할 기준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방 가능한 의료기관과 의사 범위, 투약 전 검사 기준, 추적 진료 시점, 응급환자 전원체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을 경우 의료기관마다 진료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처방 주체와 의료진의 법적 책임도 정비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관련 법률의 공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약물 도입이 먼저 이뤄질 경우 부작용이나 응급상황 발생 시 의료진의 책임 범위와 진료 기준을 둘러싼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여성계는 정부의 도입 방침을 환영하면서 접근성을 보다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9주 이내로 설정된 사용 기준을 확대하고 지역에 따른 의료기관 접근성 격차를 줄이는 한편 성교육과 상담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종교계와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생명권과 약물 오남용 가능성 등을 이유로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생명의 가치에 대한 우려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인공임신 중지에 대한 권장보다는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를 폭넓게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상희 정상균 기자


#관리체계 #법 개정 #임신중지 약물 #의료계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