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능통하던 베이징 부잣집 딸, 26년 만에 시골서 백발 노인으로...무슨 일
[파이낸셜뉴스] 26년 전 실종됐던 중국 여성이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가족과 극적으로 재회했다. 실종 전 세련됐던 모습과 대조되는 현재의 초췌한 모습이 알려지면서, 중국 사회 내 여성 인신매매 및 강제 결혼 문제에 대한 공분이 다시금 일고 있다.
1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산둥성의 한 시골 마을에서 거주하던 쑨메이화(56) 씨가 최근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베이징에 거주하는 친오빠와 26년 만에 다시 만났다.
쑨 씨의 행방은 '추신(Chuxin)'이라는 닉네임의 누리꾼이 농촌 마을을 방문해 촬영한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하면서 드러났다. 영상 속 쑨 씨는 희끗희끗한 머리에 쇠약한 체구, 인지 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지적 어려움 속에서도 무역 전문 용어를 기억해내고 정갈한 필체로 글씨를 써 내려갔으며, 자신의 이름과 친척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이름, 베이징 내 주요 지명을 또렷하게 적어 주변을 놀라게 했다.
한 자원봉사자가 게시했다가 삭제한 글에 따르면, 1968년 베이징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쑨 씨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고 발레와 사교댄스를 배웠던 엘리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는 2000년 돌연 실종됐고, 가족들이 수년간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끝내 흔적을 찾지 못했다.
이후 쑨 씨는 산둥성으로 흘러 들어가 자신보다 20세가량 연상인 '룽 삼촌'으로 불리는 남성과 함께 거주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정확한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쑨 씨의 사연을 접한 추신은 남성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고 쑨 씨의 신원 정보를 확보했다. 이어 민간 자원봉사 단체가 DNA 검사를 주선하면서 베이징에 살고 있던 친오빠의 존재가 최종 확인됐다. 안타깝게도 부모는 딸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채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이번 사건이 인신매매와 연관되었는지 여부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가능성은 아직 불명확하다. 현지 당국은 쑨 씨와 동거했던 남성의 위법 행위 혐의 여부를 밝히지 않았으며, 현재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관련 영상과 게시물이 점차 삭제되는 등 검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법상 여성이나 아동을 유괴·매매한 자는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하며, 사안이 중대할 경우 무기징역 또는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현지 누리꾼들은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 누리꾼은 "한 여성의 인생이 송두리째 파괴됐다. 반드시 책임자를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1990년대 시골로 납치돼 강제 결혼을 당하고 자유를 박탈당했던 사건들이 떠오른다"며 "사회가 발전하고 법적 보호가 강화됐지만 여전히 어두운 사각지대에 방치된 피해자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