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창업 실패, 벤처 투자금 물어줘? 말아?" 연대책임론 두고 갑론을박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금융위, 신기술금융업 연대책임 간담회
투자업계, 벤처업계 이견 팽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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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금융위원회가 최근 신기술금융업계에서 불거진 연대책임 이슈와 관련해 간담회를 열었다. 투자자가 벤처기업에 투자한 뒤 해당 기업의 사업이 실패한다면 기업 대표(창업자) 개인에게도 투자금 환수의 책임이 있는지가 쟁점이다. 금융위는 벤처기업 업계와 투자자는 물론 학계 등 다양한 전문가를 불러 모았다. 투자업계에서는 "법원 판결문까지 있는데 투자금 일부도 회수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더 보수적인 투자 결정이 이뤄져 투자 위축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벤처기업을 창업한 이들은 "사업 실패의 위험이 창업자에게 전이되는 연대책임 구조는 창업을 더욱 어렵게 하는 만큼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 것은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7일 김진홍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이 주재한 '신기술금융업권 제3자 연대책임 관련 간담회'에는 이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와 벤처기업협회 한인배 부문장과 여신금융협회 김은조 전무이사,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그리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정순섭 교수, 자본시장연구원 박용린 선임연구위원, 법무법인 이후 이종건 대표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사업 실패 시 창업자 개인에게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투자 조항을 두고 벤처업계와 투자업계가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금융위가 양측은 물론 학계 전문가까지 한자리에 모아 의견을 들은 것이다.

투자금, 창업자 연대책임 의견 분분
벤처기업 업계는 "개인에 대한 연대책임 부과를 전면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지영 대표는 "창업자 개인의 책임이 투자펀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정상적인 사업실패 위험이 창업자에게 이전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콜즈다이나믹스 강종수 대표도 "고의·중과실시 연대책임보다는 위약벌 등 안전장치로 이견 해소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아이이에스지 김종웅 대표는 "글로벌 진출을 제한하는 연대책임 조항에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에버트레져 조영린 대표는 "고의·중과실이 없는 한 개인 책임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자자 측은 "신기술금융업계의 특성과 연대책임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성장금융 김봉섭 실장은 "신기술금융업이 금융산업적 성격을 가진 만큼, 벤처투자촉진법과 동일한 연대책임 제한 적용이 산업 발전을 제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주아이비투자 허병두 본부장도 "GP의 선관주의 의무와 자금 사고 방지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해외 사례를 들어 다양한 투자자 보호장치 도입을 제안했다. 시너지아이비투자 현영규 전무는 "신기사가 중소·중견기업까지 폭넓게 투자하고 있어 획일적 제도 적용이 자금조달에 애로를 줄 수 있다"고 했다. 하나벤처스 길준일 전무는 "신기술업권에 벤처업계의 연대책임 제한을 동일 적용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며 회수시장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학균 회장은 "일부 사례를 일반화해 법을 개정하는 데 신중해야 하며, 우선적으로 생태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다.

법원 판결은 투자자 손 들어줘
주장이 이처럼 엇갈리는 것은 최근 판결이 창업자에게 사업 실패의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나오고 있어서다. VC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콘텐츠기업인 OGQ의 신철호 대표는 최근 대법원에서 투자사에 원금과 연체이자를 포함해 약 120억원을 지급하라는 확정 판결을 받았다. 지난 2021년 게티이미지코리아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9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지 수년 만에 1·2·3심 모두 패소하며 개인 채무가 최종 확정됐다. 신 대표의 투자계약서에는 인수가 무산될 경우 '투자대상기업 또는 이해관계인'이 투자금을 상환하도록 하는 조항이 담겼다.

법원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일관되게 투자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약정을 '회사의 채무를 대표가 대신 갚는 연대책임'이 아니라, '이해관계인 본인이 직접 이행하기로 합의한 독립된 계약상 채무'로 판단했다. M&A 무산이라는 사업적 리스크를 대표 개인이 최종 부담하기로 서명한 이상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벤처투자업계는 이같은 사업 실패에 따른 반환 책임이 사실상 연대책임을 우회한 조항이라고 보고 있다. '이해관계인' 개인에게 직접 부담시키는 계약이라는 것이다. 현행 벤처투자 관련 규정은 벤처투자회사·벤처투자조합 등이 피투자기업의 의무를 제3자인 창업자 등에게 연대해 부담시키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풋옵션과 별도의 손해배상·금전지급의무를 이해관계인 개인에게 부과하는 계약 등으로 원칙을 우회하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지난 2017년 신한캐피탈이 5억원을 투자한 공간데이터 플랫폼 기업 어반베이스도 사업에 실패한 뒤 투자금 반환 분쟁이 휩싸였다. 신한캐피탈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뒤 회사가 이를 매입하지 못하자 투자계약에 포함된 '이해관계인이 회사와 연대해 책임을 부담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하진우 대표에게 직접 상환을 요구했다. 1·2심은 물론 대법원 역시 신한캐피탈의 손을 들어줬다. 하 대표가 원금 5억원과 이자를 합쳐 약 13억원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확정됐다.

금감원 "일률적 연대책임 부과는 지양해야"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은 신기술금융업계 연대책임 이슈에 대해 다양한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 정순섭 교수는 "신기술업계의 연대책임 관행과 벤투법 면책조항 적용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탄력적 규제 도입을 제안했다. 박용린 연구위원은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신기사와 벤투사의 동일기능 여부에 따라 동일규제 도입이 바람직하나, 업권의 성격 차이로 일률적 규제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종건 변호사는 "창업자 개인에 대한 연대책임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 공감하며, 법 개정보다는 시장의 계약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투자에서 창업자와 투자자가 수익과 위험을 공유하는 만큼, 창업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업실패에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신협회 김은조 전무이사 역시 "신기술사업금융업의 민간투자 비중을 고려해 연대책임 금지의 전면 도입보다는 현행 모범규준 이행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김진홍 금융산업국장은 "자금수요가 있는 창업·기술기업에 원활한 자금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는 투자환경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과도한 부담을 초래하는 투자계약 관행 여부도 면밀히 살필 계획"이라며 "시장의 다양한 의견과 실제 계약관행을 충분히 검토해 필요한 경우 모범규준·법령 개선뿐 아니라 시장의 자율적 계약관행 개선 등 다양한 방안을 폭넓게 추진할 방침"이라고 했다.

[email protected]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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