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안넘겠다" 계엄 소극 대응 군인 징계 '위법'
서울행정법원 유재원 전 방첩사 대령 정직 징계 취소
[파이낸셜뉴스] 12·3 비상계엄 당시 민간 여론조사업체 서버 확보 지시를 받고도 출동을 지연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한 군 간부에게 내려진 중징계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비상계엄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군 간부의 행정소송 중 첫 승소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덕)는 17일 유재원 전 국군방첩사령부 사이버보안실장(대령)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직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상관의 위법한 명령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 군인의 이상적인 자세이나, 현실적으로 모든 군인에게 위험을 무릅쓴 단호한 항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위법 명령의 이행을 지연하거나 부하들의 가담을 막는 등 소극적으로 저항·회피한 것을 성실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에 따르면 2024년 12·3 비상계엄 당시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은 자정 무렵 유 대령에게 4개팀을 꾸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의 전산 서버를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유 대령은 영장 없는 민간 서버 확보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이의를 제기했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가 가결될 때까지 휘하 부대원들의 인원 편성과 출동을 중단한 채 대기했다.
이후 상관의 재차 출동 지시가 내려지자 유 대령은 부하들에게 "나만 가겠으니 너희는 출동하지 말라"며 최소 인원만 대동해 부대를 출발했다. 이동 중에도 "한강은 넘지 않겠다"며 잠수교 남단에 차량을 세워둔 채 대기하다 복귀 명령을 받고 부대로 돌아갔다.
국방부는 유 대령이 계엄 해제 의결 후 위법한 명령을 이행하려 했다며 징계를 청구했다. 당초 국방부 군인징계위원회가 '소극적 대응'이라며 무혐의 의결을 내렸으나, 국방부 장관의 재심사 청구 끝에 지난해 12월 28일 정직 2개월의 중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유 대령은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유 대령의 징계 사유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유 대령은 가용 병력을 편성하지 않고 시간을 끌며 국회의 해제 요구 때까지 출동하지 않았다"며 "위법한 명령을 이행하려는 목적에서 출동했다고 보기 어렵고, 부하들이 휘말리지 않도록 최소 인원만 대동해 형식적으로 출동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짚었다.
이어 "소극적 저항이나 회피는 상관과의 충돌을 피하는 과정에서 일부 명령을 이행하는 외관을 띨 수밖에 없다"며 "전체 경위와 목적, 결과를 살피지 않고 일부 행위만 떼어내 위법한 명령을 이행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아 징계처분은 위법해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email protected] 이창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