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한달새 32달러 뛰었는데…석유 최고가 동결 유력
휘발유 1784원·경유 1773원 유지 검토…18일 오후 최종 발표
정유사 손실 보전·재정부담 확대…4분기 지원예산 1조4497억원
[파이낸셜뉴스]중동발 공급 불안으로 두바이유가 한 달도 안 돼 배럴당 32달러 넘게 뛰었지만 정부가 10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현행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민생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으로, 동결이 확정되면 8·9차에 이어 10차까지 3회 연속 같은 가격 상한이 유지된다.
1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10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은 현행 9차와 같은 휘발유 L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을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히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7차 최고가격을 유종별로 L당 150원 낮춘 뒤 8·9차에서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산업통상부는 전날 "10차 최고가격의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으며 최종 가격은 이날 오후 6시 발표할 예정이다.
최고가격제는 주유소 소매가격이 아니라 정유사의 국내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는 제도다. 보통휘발유·경유·등유에 적용되며 국제 현물시장 석유제품 가격과 환율 등을 반영하는 기존 가격 결정 구조에 정부가 한시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원가와 공급가격 상한 간 괴리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지난 8월 20일 배럴당 95.60달러에서 이달 15일 127.70달러로 32.10달러(33.6%) 올랐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는 16.0%,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0.5% 상승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송유관 차질과 홍해 수송 불안이 겹치면서 운임과 보험료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하나증권은 중동산 원유 조달비용 상승과 국내 최고가격제가 맞물릴 경우, 정유사들의 내수 판매 손익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유업계의 수익 구조가 낮은 마진을 전제로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정유 4사의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0.5%였고, 2007년 이후 19년간 평균도 1.6% 수준이다. 국제유가와 운송비가 동시에 오르는 상황에서 국내 공급가격 상한까지 지속 유지되면 내수 판매 부문의 수익성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손실은 사후 정산된다. 정유사들은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지난 6월 말까지 국내에서 판매한 휘발유·경유·등유를 대상으로 1차 손실보전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각 사가 손실액을 산정해 회계법인 검토를 거쳐 제출하면 정산위원회가 원가와 적정마진을 심사해 보전액을 결정한다. 정유사들은 오는 30일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다.
최고가격제 장기화는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2027년도 산업부 예산안에 올 4·4분기 최고가격제 손실 보전을 위한 '석유가격안정화지원' 예산 1조4497억원을 편성했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진 상태에서 공급가격 상한이 유지될수록 실제 정산 규모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원유 물량 자체는 아직 안정적으로 확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원유 도입량은 9318만배럴로 전년 동월보다 9.8% 증가했다. 정부의 원유 수급 지원과 비축유 스와프 등에 힘입어 당장의 국내 석유제품 공급 차질은 제한적인 상태다.
정유업계에서는 국제유가와 운임·보험료가 동시에 오르는 상황에서 최고가격 동결이 이어질 경우, 국내 판매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석유제품 가격(MOPS)을 기준으로 한 국내 판매가와 국내 최고가격 간 격차를 기준으로 산정한 누적 손실액이 최대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이는 국제 석유제품 시세를 기준으로 한 추산치로, 정부가 정산위원회 심사를 통해 보전할 실제 손실액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이번이 첫 정산인 만큼 정산위원회가 어떤 항목까지 원가로 인정할지와 적정마진을 어느 수준으로 산정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