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수출기업, 달러 풀고 고부가제품 확대… 항공·정유는 비용 줄어 '숨통'

김미희 기자, 김동호 기자, 박지연 기자,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환율 하락에 희비 갈린 기업들
반도체·車·가전 등 '수익성 방어'
달러로 원자재 사고 부채 조절
항공사, 외화결제 비용 절감 효과
정유사, 원유 도입비 등 부담 줄어

수출기업, 달러 풀고 고부가제품 확대… 항공·정유는 비용 줄어 '숨통'

원·달러 환율 하락이 지속되면서 수출기업들이 외화 자산·부채 조정과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로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 달러로 벌어들인 매출의 원화 환산액이 줄어드는 만큼 환위험을 낮추고 제품 경쟁력으로 이익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항공·정유업계는 달러로 지급하는 비용과 외화부채 부담이 줄어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수출기업, 고부가 제품 등으로 방어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출로 확보한 달러를 원자재 구입 등에 사용하고 외화자산과 부채 규모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환율변동에 대응하고 있다. 들어오는 달러와 나가는 달러를 맞춰 환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줄이는 '자연헤지'다. 선물환 등 파생상품도 활용하지만 원재료 구입부터 제품 판매, 대금 회수까지의 시차를 모두 방어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업계는 인공지능(AI)용 고부가 제품 판매와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실적 변동성을 낮추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원·달러 환율 하락 시 달러 매출의 원화 환산액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다만 장기공급계약(LTA)을 통해 물량과 가격의 가시성을 확보하고 있어 중장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환율 하락을 사업계획에서 예상한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 상반기 이례적인 고환율로 수익개선 효과가 있었지만 상당 부분이 상쇄됐다"며 "지난 2·4분기 경영실적 발표에서 발표한 올해 사업계획에 적용한 원·달러 환율은 1370원으로, 최근 환율 흐름이 당초 경영계획의 전제에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전자부품 업계는 신제품과 고부가 제품 공급 확대가 방어수단으로 꼽힌다. 유안타증권은 물량과 제품 구성이 같을 때 환율 10원 변동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분기 영업이익에 각각 약 45억원, 30억원의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전력기기는 환헤지 방식에 따라 차이가 난다. LS증권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은 수주형 제품의 매출과 원가를 모두 100% 환헤지해 환율 하락의 영업이익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환리스크 대응을 위해 부분적으로 통화선도계약과 파생상품 계약을 활용하고 있다.

■항공·정유, 외화부채 부담 등 완화

반면 항공업계는 원화 강세가 비용절감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저비용항공사(LCC)는 매출 대부분이 원화로 발생하지만 비용의 약 60%는 외화에 연동된다. 환율이 내려가면 달러로 결제하는 유류비와 공항 관련 비용, 정비비 부담이 줄어든다.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불어난 비용을 환율 하락이 일부 상쇄하는 셈이다.

대한항공은 외화부채의 원화 평가액 감소도 기대된다. 하나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약 560억원의 외화환산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영업외손익에 반영되는 장부상 이익으로 실제 유류비 절감과는 구분된다.

정유업계도 원유 도입비와 외화부채 부담을 덜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반기보고서에서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연결 기준 세전이익이 약 2921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파생금융상품 효과를 포함한 수치다.

정유사들은 환헤지도 병행한다. 에쓰오일은 외화 장기차입금을 대상으로 총 9억2200만달러 규모의 통화이자율스와프를 체결했고, HD현대오일뱅크는 원유선도와 통화선도 등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석유제품 수출대금의 원화 환산액도 줄어 환율 하락을 온전한 호재로 보기는 어렵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순외화부채 규모를 조절하는 자연헤지 방식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전체 손익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미희 김동호 박지연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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