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AI는 지능일 뿐… 윤리와 존엄 판단은 인간의 몫"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윤정원 前 AWS 코리아 공공부문 대표
신간 'AI vs 신, 불교, 양자역학' 펴내
"AI로 글쓰면 사람의 분석능력 떨어져"
대학교육·리더십 등 문제 정의가 핵심

신간 'AI vs 신, 불교, 양자역학'을 펴낸 윤정원 전 아마존웹서비스(AWS)코리아 공공부문 대표가 17일 경기 성남시 경희대학교 판교 VI캠퍼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신간 'AI vs 신, 불교, 양자역학'을 펴낸 윤정원 전 아마존웹서비스(AWS)코리아 공공부문 대표가 17일 경기 성남시 경희대학교 판교 VI캠퍼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AI는 우리의 거울이에요. 우리가 문명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느냐에 따라 AI도 같이 발전해 나가거든요."

신간 'AI vs 신, 불교, 양자역학'(푸른솔)을 펴낸 윤정원 전 아마존웹서비스(AWS)코리아 공공부문 대표(사진)는 17일 경기 성남시 경희대학교 판교 VI캠퍼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의 성능 경쟁에 앞서 인간이 어떤 질문과 기준을 갖춰야 하는지에 주목했다.

■AI시대 리더, 신 등에 대한 7가지 질문
책은 AI의 작동 원리에서 출발해 의식과 신, 불교와 양자역학, 교육·직업·리더십으로 시선을 넓힌다. 기술에 압도된 시대에 인간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AI에게 넘기지 말아야 하는지를 함께 묻는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AI 기술문명에 걸맞은 정신문명이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사고와 가치관도 성숙해야 하며, AI를 어떤 목적과 기준으로 활용할지 인간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부터 AI에 대한 두려움과 의식, 대학의 존재 이유, AI 시대 리더와 직업, 신에 관한 일곱 개 질문이 책의 뼈대다. AI의 본질과 의식 논쟁을 짚은 뒤 교육과 일, 리더십, 인간의 가치관에 관한 물음으로 나아간다. 기술을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기술이 바꿔 놓을 삶과 판단의 기준을 돌아보는 구성이다.

처음부터 불교와 양자역학을 다룬 책을 쓰려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2~3년간 대학과 기관, 정부 부처 등에서 강연하며 만난 이들은 기술 변화 자체보다 대학은 여전히 가야 하는지,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직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AI 의식과 종교, 양자역학까지 아우르는 책의 폭넓은 주제는 이런 생활의 질문들에서 비롯됐다.

윤 전 대표는 지능과 의식을 구별했다. 감각을 경험할 육체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그는 책에서 AI를 의식 있는 존재로 보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AI가 의식이 있는 게 아니라 지능이 있는 거죠. 지능과 의식은 다르거든요."
신·불교·양자역학을 제목에 넣은 이유도 AI에 신비성을 더하려는 데 있지 않았다. 인간 의식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되묻기 위한 사유의 통로였다. 그는 양자역학을 '생각하는 대로 현실이 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주장을 경계했다. 과학적 설명을 미신으로 비약시키지 않으면서, 과학과 철학·종교가 만나는 지점을 탐색하자는 취지였다.

AI 시대 대학의 역할에 대해서는 더 단호했다.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으로서의 대학은 그 수명을 거의 다 했습니다." 대학을 없애자는 말은 아니었다. 지식 전달의 비중을 줄이고, 학생이 직접 경험하고 통찰을 얻으며 문제를 발견하도록 교육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진단이었다.

AI vs 신, 불교, 양자역학 / 윤정원 / 푸른솔
AI vs 신, 불교, 양자역학 / 윤정원 / 푸른솔

■"AI 기반 컨설턴트 늘어날 것"
그가 반복해 꼽은 준비물은 독서·글쓰기·경험이었다. 정보를 얻는 일은 AI가 돕지만, 무엇을 물을지 정하고 답을 자신의 일과 삶에 연결하는 일은 인간에게 남는다고 봤다. "AI로 글을 쓰게 되면 우리의 분석 능력을 죽이는 행동이에요"라고도 했다.

바둑 기사가 수많은 기보를 읽고 대국을 복기하며 날카로운 수를 찾듯, 읽기와 쓰기, 경험의 축적이 질문의 깊이를 만든다는 설명이었다.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문제를 정의하게 돼요. 그러니까 대학 교육이든 리더십이든 핵심은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에요."
질문할 시간을 빼앗는 일상의 풍경에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짧은 영상에 빠진 상태를 두고 '유튜브에 빙의된다'는 표현을 빌리며, 반복되는 클릭이 깊이 생각하고 자신의 의식을 들여다볼 시간을 줄인다고 지적했다.

직업 세계의 재편도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프리랜서가 대폭 증가한다고 본다"며 "다양한 산업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AI 기반 컨설턴트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분야의 지식과 AI 활용 능력을 갖춘 사람이 특정 기업에 묶이지 않고 여러 산업과 프로젝트를 오가며 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데이터 독점 우려… 통제장치 필요"
동시에 AI 기업과 플랫폼 기업이 자원과 데이터를 독점하면서 권력화할 가능성도 경계했다. 데이터가 원유만큼 중요한 자원이 됐다는 인식에서다. 그는 클라우드·AI 서비스 중단의 파장이 국가 기능에까지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기업인들도 공익성을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효율이 모든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했다. 채용과 해고, 자녀 훈육과 윤리교육은 인간이 책임져야 할 구체적인 사례로 들었다.

그가 AI를 거울이라고 부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가 더 많은 답을 내놓을수록 인간에게 남는 몫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선명해진다. 윤 전 대표가 독자에게 남긴 질문은 AI가 아니라 인간 자신을 향했다.

그는 "윤리와 존엄, 공감과 존중, 양심이 걸린 판단은 결국 인간이 해야 한다"며 "AI에 오류가 있을 때 인간이 들여다보고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인공지능 #윤리 #존엄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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