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지 콘진원장 "현장은 더 절박, IP 수익화로 돌파구...출연금 기관 전환 추진"
[파이낸셜뉴스] "연구자로 있을 때는 정책이 왜 빨리 바뀌지 않는지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와보니 기업들은 당장이 너무 어렵다며 제작자금 지원부터 늘려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김윤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17일 서울시 중구 CKL 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외부 연구자로 바라봤던 콘텐츠산업과 직접 정책지원 기관을 이끌며 마주한 현실의 차이를 이같이 설명했다.
한류의 경제·수출 효과를 연구해 온 김 원장은 취임 전 콘텐츠산업 정책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현장에서 만난 기업들의 사정은 예상보다 훨씬 절박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산업이 새로운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데는 현장도 동의하지만 지금은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현실보다 조금 앞선 이야기를 해왔다는 점에서 많이 반성했다"고 말했다.
현장 관계자들이 가장 절박하게 요구한 것은 제작자금 확대였다. 다만 제작비 지원을 계속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산업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제작자금 지원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를 무한정 늘릴 수도 없고,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만 보기도 어렵다"며 "기존 지원을 유지하면서도 자금이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산업 구조의 방향을 함께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날 4대 신전략으로 △K컬처 산업 총괄기관으로의 도약 △콘텐츠 지식재산권(IP) 중심 지원체계 구축 △금융·인재·기술 등 성장 기반 강화 △현장 중심의 전문조직 전환을 제시했다. 제작자금 지원만으로는 산업의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이날 발표한 4대 신전략과 10개 핵심 추진과제의 밑바탕이 됐다.
김 원장은 이날 최근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분야로 방송·영상산업을 꼽았다. K드라마와 시리즈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를 통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지만, 정작 제작 현장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원장은 "제작비가 크게 오른 데다 글로벌 OTT에 콘텐츠를 판매하는 방식에 따라 충분한 제작 마진을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해외 플랫폼이 성장하는 동안 국내 방송사의 구매 여력은 약해졌고, 그 결과 방송 콘텐츠 제작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콘진원은 그동안 제작사가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그러나 IP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김 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IP를 확보해도 이를 여러 곳에 판매하거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수익은 나지 않는다"며 "방송 환경이 OTT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완성된 콘텐츠를 판매할 유통 창구도 과거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결국 높아진 제작비를 감당하려면 하나의 IP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 원장은 "미국과 일본 등 콘텐츠산업의 수익성이 높은 국가들은 IP의 활용도를 극대화해 수익을 높이고 있다"며 "우리도 대표 IP를 만들고 이를 다양한 장르와 사업으로 확장해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앞으로 추구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이날 콘진원의 경직된 예산 구조도 취임 후 확인한 문제로 꼽았다. 콘진원 사업 대부분이 국고보조사업으로 운영되는 데다 예산의 용도도 장르별로 나뉘어 있어 사업 간 연계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정해진 예산과 사업 구조에 맞춰 집행해야 하는 제약이 많았다"며 "장르별 칸막이 때문에 여러 사업을 연결해 지원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1년 단위의 예산 집행 방식은 다년도 콘텐츠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반기에 시작해 이듬해까지 이어지는 사업이나 2∼3년이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를 탄력적으로 지원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그 대안으로 콘진원의 출연금 기관 전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출연금 기관으로 전환되면 기업 수요에 맞춰 예산과 사업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며 "임기 동안 관계부처와 협의해 업계 친화적인 지원체계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