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EU 밀착에 트럼프 "고율 관세" 경고…카니 "누구도 우리 선택 못 정해"
EU, 캐나다 첫 '준회원국' 구상…美·中 중심 질서에 전략적 자율성 모색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맞서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이 새로운 경제·안보 동맹 구축에 나섰다. EU가 캐나다를 사상 첫 '준회원국(associate member)'으로 받아들이는 구상을 꺼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에 고율 관세는 물론 일부 교역 중단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연설에서 "유럽과 캐나다는 각각 강하다. 하지만 함께하면 더욱 강해진다"며 양측의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카니 총리는 "경제 통합이 무기로 사용되고 관세가 압박 수단이 되고 있다"며 "한 그루의 나무는 거센 폭풍에 쓰러지지만 숲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전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제안한 캐나다의 '준회원국' 구상에 대해서도 "그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캐나다와 유럽이 미국과 중국에 맞서는 '제3의 블록'을 만들려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는 다른 나라를 지배하기 위한 힘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누구도 우리의 개방된 시장을 통제하거나 주권을 훼손하고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약화시키지 못하도록 회복탄력성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견제에 나섰다. 그는 전날 캐나다를 EU 준회원국으로 만드는 구상을 "우스꽝스럽다"고 평가하며 "조금이라도 적대적인 행위라고 판단한다면 매우 심각한 관세를 부과하거나 많은 분야에서 유럽과의 교역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좋은 의도라면 괜찮지만 나쁜 의도라면 유럽에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 총리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누구도 우리의 문화를 지시하거나 우리가 국제적으로 누구와 협정을 맺을지를 결정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다만 EU와의 관계 강화가 미국과의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캐나다가 미국에 더 효과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밀착은 무역을 넘어 안보와 첨단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카니 총리는 핵심광물과 방위산업, 인공지능(AI)·컴퓨팅, 에너지 안보, 우주, 결제 시스템 등을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캐나다는 전날 영국이 주도하는 신속대응 군사협력체 합동원정군(JEF) 가입도 공식 신청했다. 미국에 집중된 경제·안보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행보다.
이번 구상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16일 연례 EU 국정연설에서 "공공연하게 적대적인 세계"에 대응하기 위해 캐나다와의 관계를 "가능한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캐나다를 EU 최초의 준회원국으로 만드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만 '준회원국'은 현재 EU 조약에 없는 지위인 데다 회원국들의 동의가 필요해 실제 제도화까지는 상당한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