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에 사우디까지 흔들…美, F-35 48대 판매 승인
243억달러 규모 무기 패키지…엔진 49기·지원장비 포함
후티·친이란 세력 공격에 사우디 안보 위협 고조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세계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를 판매하는 243억달러(약 34조원) 규모의 무기 패키지를 승인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사우디의 핵심 석유시설까지 공격에 노출되자 미국이 중동 핵심 동맹국의 방공·억지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다만 미국 내에서는 F-35의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실제 판매까지는 의회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미 국무부는 17일(현지시간) 사우디에 록히드마틴의 F-35 라이트닝Ⅱ 전투기를 판매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전체 사업 규모는 최대 243억달러로 F-35 48대와 프랫앤드휘트니 엔진 49기, 통신장비와 예비 부품, 각종 지원 장비 등이 포함된다.
국무부는 이번 판매가 사우디의 본토 방어 능력을 강화하고 미군 및 역내 동맹국들과의 상호운용성을 높여 현재와 미래의 위협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이번 판매가 중동의 군사적 균형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사우디가 직접적인 안보 위협에 노출된 가운데 나왔다. 사우디는 최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과 이라크 시아파 무장세력의 공격을 잇따라 받았다. 특히 핵심 원유 수출 파이프라인까지 공격받아 가동이 중단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경제적 피해도 커졌다.
미국은 이란전쟁 이후 사우디에 대한 무기 공급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합동직격탄(JDAM) 1만발 등을 포함한 50억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지난 7월에도 첨단정밀타격무기체계(APKWS) 2만발을 포함한 20억달러 규모의 판매를 승인했다. 다른 걸프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수십억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문제는 F-35가 미국의 최첨단 군사기술이 집약된 전투기라는 점이다. 사우디와 중국의 군사·안보 협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미국 정보당국은 F-35의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사우디가 F-35를 실제 도입할 경우 이스라엘에 이어 중동에서 F-35를 운용하는 국가가 된다는 점에서도 이번 결정은 기존 미국의 중동 무기수출 정책에서 상당한 변화로 평가된다.
미 의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하원 정보위원회의 민주당 중진인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은 이번 판매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오랫동안 미국 기술 확보를 시도해왔다며 중국이 F-35 내부 기술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는 곳에 미국의 최첨단 전투기를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국무부의 승인이 곧바로 F-35 인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승인은 최대 48대의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절차로, 구체적인 가격과 수량은 향후 협상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의회에는 판매를 검토하고 저지할 수 있는 절차도 남아 있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