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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안 자르고 통째로 교체… 희귀 유전병 치료 새 길 열렸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한양대·하버드 의대, 차세대 유전자 편집 기술 프라임 어셈블리 개발
1만2000개 넘는 대용량 유전 정보 교체… 국제학술지 '네이처' 게재
유전자 수술 오류 잡아내는 전용 검증 프로그램도 함께 선보여

한양대 황규호 교수
한양대 황규호 교수

[파이낸셜뉴스]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난치병을 치료할 때, 위험하게 유전자를 가위로 자르지 않고도 고장 난 부위 전체를 정상 유전자로 통째로 갈아 끼우는 차세대 생명공학 기술이 나왔다. 환자마다 제각각인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일이 수정하지 않고 정상 유전자 덩어리를 한 번에 교체할 수 있어 난치성 유전질환 치료제 개발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한양대학교 화학과 황규호 교수와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다니엘 바우어 교수 공동연구팀은 DNA를 절단하지 않고 최대 1만2100개 염기 길이의 대용량 유전자를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삽입하는 기술인 프라임 어셈블리를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기존에 널리 쓰이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DNA의 두 가닥을 모두 싹둑 잘라내는 방식을 썼다. 이 과정에서 세포가 스스로 상처를 복구하다가 엉뚱한 돌연변이가 생기는 부작용 위험이 컸다. 또 세포가 활발하게 분열할 때만 정상 유전자가 끼어 들어갈 수 있어, 실제 치료에 핵심인 줄기세포나 면역세포처럼 분열을 멈추고 쉬고 있는 세포에는 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여러 DNA 조각을 퍼즐처럼 짜 맞추는 조립 기법을 살아있는 세포 안으로 끌어들였다. DNA 줄기를 통째로 자르는 대신 표면 한 가닥에만 살짝 흠집을 낸 뒤, 이 틈에 딱 맞물리도록 설계한 정상 DNA 조각들을 차례로 끼워 넣는 방식이다. 이어 세포가 원래 가지고 있는 자체 복구 효소가 그 틈을 자연스럽게 메우면서 긴 유전자가 하나로 이어지도록 했다.

실험 결과 연구팀은 1만2100개에 달하는 긴 DNA를 목표 위치에 정확하게 넣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 기술보다 정밀도가 높아 접합 부위의 변이 발생이 크게 줄었다. 특히 분열을 멈춘 휴식기 면역세포에서도 정상적으로 유전자 편집이 이뤄져 치료제 상용화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연구팀은 유전자 수술이 안전하게 끝났는지 검사하는 전용 분석 소프트웨어 크리스퍼룽고도 함께 개발했다. 긴 유전자 정보를 한 번에 읽어내 유전자가 뒤집히거나 엉뚱하게 잘려나간 오류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프로그램이다. 별도의 프로그램을 깔 필요 없이 인터넷 웹브라우저에서 누구나 바로 이용할 수 있어 전 세계 바이오 연구자들의 활용도를 크게 높였다. 이 성과는 의공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에 실렸다.

황규호 교수는 "유전자를 자르지 않고 하나를 통째로 갈아 끼울 수 있게 되면서 돌연변이 형태가 환자마다 제각각인 희귀 유전질환도 하나의 기술로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유전자 수술 기술은 그 결과를 정밀하게 읽어내 부작용이 없음을 검증할 때 비로소 실제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두 기술을 융합해 치료제 개발을 앞당기겠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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