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모임 지인 돈 모아 주가조작…62억 챙긴 '슈퍼개미' 구속기소
의사 등 26명 계좌·자금에 대출까지 동원 3년 5개월간 시세조종 주문 1만5908회 고급빌라 거주하며 매달 카드값 2000만~3000만원 지출
[파이낸셜뉴스] 와인 모임에서 만난 지인들의 투자금에 대출까지 동원해 3년 넘게 주가를 조작하고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 전업투자자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김민구 부장검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전업투자자 A씨(35)를 지난 17일 구속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공범인 전업투자자 B씨(36)는 자본시장법 위반 방조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코스닥 상장사 C사 주식에 대해 고가매수 주문과 가장·통정매매 등 시세조종 주문을 1만5908회 제출해 약 62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이 기간 C사 주가는 1만1800원에서 4만5800원으로 약 4배가 됐다.
C사는 석탄 가루 운반용 파이프 등 분체이송시스템을 설계·제작·설치하는 업체로 알려졌다. A씨는 수년간의 전업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유통 주식 수가 적어 시세조종이 용이한 C사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고급 와인·미식 모임 등에서 알게 된 사업가와 의사 등 26명에게 투자수익을 나눠주겠다고 약속하며 자금을 끌어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로부터 증권계좌 47개와 차액결제거래(CFD) 계좌 6개, 투자금을 제공받았으며 코인업자와 사채업자들에게도 120억원 상당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기간 계좌에 입금된 금액은 총 745억원으로, 여기에 신용융자와 주식담보대출, CFD 거래 등 레버리지까지 활용되면서 누적 주식 매수액은 3400억원에 달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이로써 A씨가 확보한 물량은 시장 유통 주식의 8%에서 40% 이상으로 늘어났다.
B씨는 과도한 레버리지 사용으로 연쇄 반대매매 위기에 놓인 친구 A씨로부터 고가매수 주문과 통정매매를 부탁받은 뒤, 2022년 6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총 66회의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A씨에게는 무등록 투자일임업과 주식 보유 보고의무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2019년 초부터 지난달까지 투자일임업 등록 없이 투자자들의 증권계좌를 운용하며 수수료 명목으로 16억5151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2022년 5월부터 2023년 5월까지는 C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거나 보유 비율이 1%p 이상 변동했는데도 총 3차례 보고의무를 위반한 혐의다.
검찰은 A씨가 범죄수익을 동거녀의 고급 스파 사업 비용과 생활비 지원 등에 사용했다고 부연했다. A씨 역시 고급빌라에 거주하며 매월 2000만~3000만원의 카드 대금을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C사의 실적 악화 등으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2023년 5월 A씨 보유 물량에 대한 증권사의 연쇄 반대매매가 이뤄졌다. 주가는 나흘 만에 4만5800원에서 2만2050원으로 급락했으며, 지난 16일 기준 주가는 6790원이다.
A씨는 수사에 대비해 공범과의 텔레그램 대화 내역을 삭제하고 자금·계좌 위탁자들에게 거짓 진술을 부탁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A씨와 B씨의 통화 녹음파일 등을 확보해 B씨의 방조 혐의를 추가로 포착했다.
앞서 2024년 10월 금융감독원의 고발을 접수한 검찰은 지난 3월부터 이달까지 이들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지난 2일 A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성공한 '슈퍼개미' 이미지를 내세워 우량주 장기투자를 빙자한 시세조종 범행으로 보고,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과 협력해 금융·증권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박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