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절대 하지 말라" 부모님 답답하다 비웃었는데…속타는 청년 개미들 [개미의 세계]
[파이낸셜뉴스] #. 사회 초년생인 A씨(29)는 올해 초 부모님과 한바탕 했다. 하루가 다르게 코스피 지수가 치솟던 때였다. "지금 안 사면 놓친다"며 쉴 틈 없이 주식 앱을 들여다보는 A씨를 보고 아버지가 못마땅한 듯 "주식은 절대 하지 마라. 도박이다"라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A씨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버지 생각이 너무 낡았다"며 맞섰다.
그러나 불과 반년도 되지 않아, A씨는 주식 뉴스가 나올 때마다 아버지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코스피가 6월 22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9114.55)를 찍은 뒤 급락하기 시작하며 연일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낙폭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넘어섰다는 소식에 A씨는 계좌 들여다보기를 그만 뒀다. A씨의 계좌는 이미 고점 대비 30% 넘게 빠진 상태였고, 그는 저절로 "주식은 도박이다, 하지 말라"던 아버지의 말을 떠올렸다.
5060세대 중 많은 이들이 "주식은 도박"이라고 말하며 경계하는 건, 주식의 '매운 맛'을 직접 경험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1985년 말 164포인트(p)에 불과했던 코스피는 3저 호황(저금리·저달러·저유가)을 타고 1989년 3월 사상 처음 1000선을 돌파했다. 약 4년간 6배에 가까운 상승이었고, 실물 경제를 바탕으로 한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며 주식 투자 붐이 일었다. '묻지 마 투자'가 만연했고, 기록적 상승장이 이어졌다. 지금의 5060세대가 사회에 막 나오던 그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후 지수는 장기 하락에 접어들었고, 1997년에는 IMF 외환위기가 터졌다. 결정타를 맞은 코스피는 이듬해 6월 277.37까지 폭락했다. 코스피의 폭락과 함께 전 재산을 주식에 넣었다가 잃어버린 가장들, 빚을 내서 투자했다가 집까지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세대에 집단 기억으로 새겨졌다. 그리고 1989년 이후 2005년까지 약 16년간 코스피는 1000선 근처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길고 긴 '박스피' 시대를 맞았다.
게다가 그 시절엔 굳이 주식을 할 이유가 없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1992년 시중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10%였으며, 1970년대 시중금리는 평균 23%, 1980년대는 14%로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고금리 시대였다.
실제로 방송인 송은이의 경우, 90년대 가입한 고금리 적금을 아직까지 유지 중인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송은이는 이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 '비보티비'에서 "1993년 월급 20만원을 받던 시절 은행 연금저축에 가입했다. 당시 이율은 20%대였는데 은행에서 여러 차례 해지를 권유했지만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며 "세제 혜택을 받고 연금을 들기 위해서 했던 것으로 금액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금 2030이 살고 있는 세계가 그때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올해 7월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2030세대의 내 집 마련 비율은 현행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20%대로 떨어졌다. 동시에 5060세대와의 자산 보유 격차는 역대 최대로 벌어졌고, 부동산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자산이 됐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자가 가구의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는 중간값 기준 13.9배로 집계됐다. PIR은 월급을 고스란히 모았을 때 집을 장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는 지표인데,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약 14년간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2030세대는 부모 세대와 달리 월급만으론 내 집 마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있다. 여기에 은행 예금 금리는 부모 세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부동산을 비롯한 주요 자산 가격은 나날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식 투자가 사실상 유일한 '자산 증식의 사다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30에게 주식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 수익률에만 집착하면 결국 A씨의 아버지가 말한 것처럼 "주식은 도박"이 되고 만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도박성 단타에 매달리거나 단기간에 큰 수익을 얻기 위해 고위험 상품을 거래하는 행위 등은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부자가 되는 길은 절대로 빠르지 않고, 시간에 투자해야 한다"며 "100주 남짓 사두고 온종일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것은 투자가 아닌 도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mail protected] 김희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