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동/아프리카

사우디 심장부 타격한 후티…리야드 첫 공습경보에 아람코 화재·유가 '들썩'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19일(현지시간) 새벽 3시 리야드 등 10개 도시 공습경보…외교단지서 두 차례 폭발음
킹칼리드 공항 인근 아람코 연료탱크 화재…항공편 운항 차질 '최고 수준'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한 후티 총공세…국제 유가 5월 이후 최고치 치솟아

1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 연료 저장소에서 거대한 검은 연기 기둥이 치솟고 있다.(휴대전화 촬영) /사진=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 연료 저장소에서 거대한 검은 연기 기둥이 치솟고 있다.(휴대전화 촬영)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한 전방위적 공세를 퍼붓고 있다. 사우디의 심장부인 수도 리야드에 첫 공습경보가 발령되고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시설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 후티 반군의 무력 도발이 예멘 국경을 넘어 아라비아 반도 전체를 뒤덮는 전면전 양상으로 확전하고 있다.

■ 리야드 외교단지 덮친 굉음…아람코 화재·공항 마비

19일(현지시간) AFP통신 및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민방위국은 이날 새벽 3시경 리야드를 비롯해 알카르지, 제다, 얀부 등 10개 도시에 "적대적 공중 위협이 있다"며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지난 7월 후티가 사우디를 향해 해상 봉쇄를 선언하며 공세를 강화한 이후 수도 리야드에 경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보 발령 직후 리야드 서부의 외국 대사관 밀집 지역(외교단지)에서는 두 차례의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 특히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 인근에 위치한 사우디 아람코의 연료 탱크에서 화재가 발생해 거대한 검은 연기 기둥이 솟아올랐고 소방 당국이 긴급 진화에 나섰다.

항공기 이동정보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킹칼리드 국제공항의 운항 차질 지수는 최고 수준인 5.0을 기록하며 다수의 항공편이 결항 및 장시간 지연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공습경보는 약 30분 뒤 해제됐다.

■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 후티…양측 무력충돌 최고조

이번 공격은 최근 양측의 무력 충돌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발생했다. 2022년 휴전 협정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던 예멘 사태는 지난 7월 후티가 사우디의 해상 봉쇄를 선언하며 다시 불이 붙었다. 후티는 이달 들어 예멘 홍해 연안의 전략적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페림 섬과 모카항 등을 완전히 장악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지난 16일 공개된 영상 화면 갈무리. 예멘의 한 지역에서 후티 반군들이 자신들이 격추했다고 주장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전투기 잔해 앞에 서 있다. /사진=후티 군사 매체 제공
지난 16일 공개된 영상 화면 갈무리. 예멘의 한 지역에서 후티 반군들이 자신들이 격추했다고 주장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전투기 잔해 앞에 서 있다. /사진=후티 군사 매체 제공

지난 16일 후티는 마리브주 상공에서 사우디의 F-15 전투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으며 사우디 역시 후티를 상대로 중국제 탄도미사일을 실전에 사용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사우디 당국은 지난 17일 후티가 이슬람 최대 성지인 메카를 겨냥해 드론 공격을 시도했다고 비판했으나 후티 측은 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 호르무즈 이어 홍해까지 위협…국제 유가 '초비상'

사태가 수도까지 번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세계 경제의 불안감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충돌 여파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데 이어, 사우디의 핵심 원유 수출 통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마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달 초에는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의 드론 공격으로 아람코의 핵심 송유관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겹쳤다. FT는 "후티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이달에만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남부의 일부 석유 생산이 중단됐다"며 "이러한 복합적인 위기로 인해 국제 유가는 지난 5월 중순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고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부상을 초래한 민간·에너지 기반 시설 공격을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티 측은 점령지 내 공무원 임금 지급, 예멘 석유 수익금 공유, 통제 항구 및 공항의 자유로운 이동 등 구체적인 양보를 사우디에 요구하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어 아라비아 반도를 둘러싼 무력 충돌 격화 및 지정학적 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후티 반군 #리야드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공습경보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