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122배·해안 40㎏… 제주 마약 '유입·경유·노출' 3중 위험
제주공항 131g서 15.978㎏로 급증
해안 마약 23차례·약 40㎏ 잇단 발견
마약사범 205명·31.4% 크게 증가
필로폰 조직, 제주 거쳐 수도권 유통 시도
마약 위험 전방위 확산… '안전지대' 경고등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해외에서 제주로 마약을 들여온 사건이 잇따르고 제주를 거쳐 수도권으로 유통하려 한 조직까지 적발됐다. 해안에서는 1㎏ 단위 마약 봉지가 반복적으로 발견되고 지역 마약사범 증가율은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공항을 통한 해외 유입, 다른 지역으로의 재유통 시도, 주민·관광객 생활권 노출과 지역 내 마약범죄 증가가 서로 다른 경로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20일 관세청과 대검찰청, 제주경찰청, 제주지방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2025년 제주국제공항에서 적발된 마약류는 7건, 15.978㎏이다. 2024년 2건, 131g과 비교하면 건수는 3.5배, 중량은 약 122배로 늘었다.
같은 해 국내 공항 전체에서 적발된 마약류는 623건, 279.455㎏이다. 제주공항은 적발 건수로는 전체의 1.1% 수준이지만 중량 비중은 5.7%에 달했다. 적발 횟수에 비해 한 번에 반입하려 한 물량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의미다.
전국 공항의 마약 적발 증가세도 가파르다. 2022년 112건에서 2025년 623건으로 3년 만에 5.6배로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6월까지 509건, 174.734㎏이 적발됐다.
관세청이 공항뿐 아니라 항만·국제우편·특송화물 등을 포함해 집계한 올해 상반기 국경단계 마약류 적발 규모는 767건, 1007㎏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건수가 24% 늘었고 국내 유입 목적 마약밀수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 제주공항 15.978㎏… '반입 관문'서 수도권 유통 시도까지
제주공항으로 들여온 마약을 서울·수도권으로 유통하려 한 조직도 적발됐다.
2025년 10월 24일 30대 중국인 A씨는 태국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를 거쳐 제주공항으로 입국하면서 차 포장지로 위장한 필로폰 1131g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들여왔다.
시가 약 7억9000만원 상당으로 통상 1회 투약량 0.03g을 기준으로 약 4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규모다.
A씨는 제주시 조천읍의 한 호텔에 머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울까지 물건을 운반할 사람을 모집했다. 일당 30만원을 받고 가방을 전달받은 20대 한국인이 내용물을 폭발물로 의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범행이 드러났다.
제주경찰청은 수사를 서울·수도권 등으로 확대해 밀수와 공급·판매·투약에 연루된 중국계 조직원과 투약자 등 12명을 검거하고 7명을 구속했다. 판매책 검거 과정에서 필로폰 50g도 추가 압수해 전체 압수량은 1181g으로 늘었다.
제주로 들어온 마약을 섬 안에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보내려 한 유통 구조가 실제 수사에서 드러난 사건이다.
A씨는 지난 6월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가방에 마약이 들어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제주공항에서는 또 다른 대량 반입도 적발됐다. 말레이시아 국적 40대 남성은 2025년 2월 캄보디아에서 출발해 중국을 거쳐 제주공항으로 입국하면서 필로폰 약 2.12㎏이 든 여행용 가방을 가져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필로폰은 신발 밑창과 침대보, 과자 등에 숨겨져 있었다. 약 7만600명이 투약할 수 있는 규모다.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8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가방 속에 필로폰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재판 결과와 별개로 2㎏이 넘는 필로폰이 국제선을 통해 제주공항까지 이동했고 입국 과정에서 적발됐다는 사실은 공항 국경단계의 위험을 보여준다.
제주공항을 통한 대량 마약 반입은 이전에도 있었다. 2024년에는 약 4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을 수하물로 반입한 말레이시아인 2명에게 항소심에서도 각각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도 지난 3월 30일 제주국제공항을 찾아 해외 불법 마약류 유통 차단 실태를 점검했다. 윤 장관은 제주경찰청·제주지방해양경찰청·제주세관 등 관계기관에 제주가 해외 마약 유통의 경유지가 되지 않도록 빈틈없이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제주공항이 국제선 관문인 만큼 해외 마약 반입과 국내 재유통 가능성을 함께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 해안 마약 약 40㎏·마약사범 31.4% 증가… 생활권 대응도 과제
하늘길과 별개로 제주 해안에서는 대량의 마약류가 장기간 반복해 발견되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해변에서 정화 활동을 하던 바다환경지킴이가 은색 차 포장지 형태의 물체를 발견했다.
무게는 약 1㎏이었다. 해경의 간이시약 검사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인 케타민 양성 반응이 나왔다. 정확한 성분 확인을 위한 정밀 감정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29일부터 제주 해안에서 같은 형태의 마약류가 발견된 것은 23차례다.
제주항과 애월·조천·구좌·용담포구·우도, 서귀포 성산과 화순 등 섬 곳곳에서 모두 42개의 포장물이 발견됐다. 대부분 1개당 약 1㎏이다. 이 가운데 2개는 내용물이 빠진 포장지만 발견돼 실제 수거된 마약류 추정 내용물은 약 40㎏이다.
제주해경과 대만 수사당국은 포장 형태와 성분, 해류 등을 분석해 2025년 7월 대만 서부 해상에서 유실된 마약 가운데 일부가 해류를 타고 제주까지 흘러왔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경북 포항과 일본 대마도 인근에서도 비슷한 포장의 마약이 발견됐다.
현재까지 마약 조직이 제주를 목적지로 삼아 해상에 투기했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주민과 관광객이 찾는 해변과 포구에서 1㎏짜리 마약 포장물이 반복해 발견됐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생활 안전 문제로 떠올랐다. 해경이 유사한 물체를 발견하면 개봉하거나 접촉하지 말고 즉시 신고하도록 안내하는 이유다.
지역 내 마약범죄 지표도 악화했다. 대검찰청의 2025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에서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205명이다. 2024년 156명보다 49명, 31.4% 증가했다. 증가율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전국 마약류 사범은 2만3022명에서 2만3403명으로 1.7% 증가했다. 제주 증가율은 전국 증가폭을 크게 웃돌았다.
전국적으로도 마약범죄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밀수사범은 1772명으로 전년보다 57.4% 증가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30대 이하 마약사범은 1만4573명으로 전체의 62.3%를 차지했고 10대도 674명에 달했다. 다크웹과 텔레그램, SNS 등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 확산이 젊은층의 마약 접근성을 높이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공항과 해안, 지역사회에서 마약 관련 위험 신호가 잇따르면서 제주를 '마약 청정지대'로 보던 인식도 흔들리고 있다.
국제선 공항에서는 대량 반입 사건이 반복됐고 제주를 거쳐 서울과 수도권으로 마약을 옮기려 한 조직도 적발됐다. 해안에서는 40㎏에 이르는 케타민 추정 물질이 발견됐고 지역 마약사범 증가율은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대응도 국경단계 차단에서 지역 예방·치료까지 넓어지고 있다. 공항·항만의 국경단계 차단과 국내 유통조직 추적, 해안 표류 마약 회수, 온라인 거래 수사, 청소년 예방교육, 중독 치료·재활을 연계한 대응체계가 요구된다.
제주도교육청도 지난 18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2026 마약류 예방 공감 한마당'을 열었다. 경찰 마약수사대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제주함께한걸음센터, 제주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등 관계기관이 참여해 마약퇴치 공동선언과 전문가 토크콘서트, 예방 체험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다.
제주의 마약 문제는 이제 지역 내 투약자 단속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졌다. 해외 반입과 국내 재유통, 해안 생활권 노출, 지역 내 소비·투약까지 한꺼번에 관리하는 관계기관 공동 대응망이 필요해지고 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