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체육고 설립 다시 설계… '과밀 체육과' 해법·부지·재정 모두 따진다
남녕고 체육과 11종목·정원 120명
2024년 용역 공립 이전형 최적 제시
학업·전문훈련·기숙사 연계가 관건
21일 TF 첫 회의… 입지·재정 종합검토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에 독립형 체육고등학교를 설립할지를 가르는 검토가 다시 본격화한다.
20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오는 21일 오후 3시 교육청 상황실에서 '제주형 체육고등학교 설립 검토 전문가 TF팀' 첫 협의회를 연다. 학교설립 계획을 세우기 전 정책적 필요성과 학생 수요, 운영모델, 입지, 시설, 재정 등을 다시 검증하는 절차다. TF에는 교육청과 제주도·양 행정시, 체육회, 남녕고, 교육계 전문가, 학부모 등 13명이 참여한다.
제주에 체육고 설립 요구가 이어진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전문체육 교육이 한 학교의 특수목적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제주에는 별도의 체육고가 없고 사립 남녕고가 체육과를 운영하고 있다. 2025년 도교육청이 밝힌 당시 현황을 보면 남녕고 체육과에는 육상·씨름·골프·수영·체조·레슬링·볼링·태권도·유도·역도·복싱 등 11개 종목에서 116명이 재학했다. 학년별 1개 학급, 정원 40명 구조로 전체 정원 120명에 근접한 상태였다.
과밀 문제는 이미 연구용역에서도 지적됐다. 제주도교육청이 2024년 실시한 '체육 중·고등학교 신설 또는 전환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에서는 체육 중·고교 신설, 종합경기장 연계형 신설, 남녕고 체육과의 공립학교 이전, 기존 공립학교 전환, 남녕고 체제 정비 등 5개 모델을 비교했다.
당시 용역진은 남녕고 체육과 운영체계를 공립학교로 이전하는 방안을 가장 적합한 모델로 제시했다. 학교 규모는 전교생 150명 안팎, 학년당 2개 학급을 제안했다. 종목별 전문지도자 1명 이상과 체육교사 추가 배치, 체육 전문 교감 배치 필요성도 제기했다.
체육고 필요성을 학생 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체육은 종목마다 지도자와 훈련시설이 필요하고 대회 출전과 재활, 학생생활 관리까지 일반 고교와 다른 운영체계가 요구된다.
제주에서는 초·중학교 단계의 선수층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올해 부산에서 열린 제55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제주 학생선수단은 금메달 11개, 은메달 15개, 동메달 34개 등 60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도교육청은 학생선수와 체육계열 진학 희망자를 위한 별도 진로·진학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런 성과가 곧바로 체육고 신설의 타당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실제 진학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학교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학생선수를 확보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막대한 시설비와 운영비도 변수다. 육상과 수영, 체조, 격투기 등 종목별 시설을 학교 안에 모두 새로 설치할 경우 재정부담이 커질 수 있다. 도교육청이 이번 TF 검토항목에 공공체육시설 연계와 후보 부지, 기숙사·통학 여건을 함께 넣은 배경이다.
제주형 체육고의 성격도 중요한 쟁점이다. 도교육청은 올해 학교체육 운영 방향에서 '공부하는 학생선수 및 투명한 학교운동부 육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체육고가 설립되더라도 경기 성적에만 집중하는 학교보다 학생선수의 학습권과 일반 교과, 진로교육을 함께 갖춘 체제가 필요하다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체육고 학생들의 학업과 운동 병행을 다룬 국내 연구에서도 학교 차원의 학업지원이 학생선수의 학업 인식과 진로 선택을 넓히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교사 업무와 재정 여건 등이 지속적인 운영의 장애요인으로 지적됐다.
제주만의 종목 구성을 어떻게 짤지도 검토 대상이다. 2024년 연구용역에서는 현재 남녕고 체육과의 11개 종목에 제주 입지 여건을 고려한 해양·산악스포츠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다만 종목을 늘릴수록 지도자와 시설, 운영비 부담도 커지는 만큼 실제 선수 수요와 경기 인프라를 함께 따져야 한다.
중학교 단계부터 체육학교를 함께 운영하는 방안에는 신중론도 있다. 2024년 용역진은 체육중 병설이 학생선수 확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어린 나이에 진로를 고정하는 문제와 다른 학교의 학생선수 육성 위축 가능성을 들어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입지도 다시 중요한 변수가 됐다. 지난해에는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 일대가 후보지로 유력하게 검토됐고 인근 공공체육시설을 활용해 시설 투자비를 줄이는 방안도 거론됐다. 그러나 이번 TF에서 도교육청은 특정 지역을 미리 정하는 절차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후보 부지와 접근성, 훈련시설, 기숙사, 통학 여건 등을 다시 종합적으로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TF는 10월부터 11월까지 다른 시도의 체육고 2~3곳을 찾아 학교 규모와 종목 운영, 훈련시설, 기숙사, 학생생활, 지자체 체육시설 연계 사례를 살펴볼 계획이다.
결국 제주형 체육고의 성패는 학교 신설 여부보다 어떤 체육고를 만들지에 달려 있다. 기존 체육과의 과밀을 해소하면서도 학생 수요에 맞는 적정 규모를 유지하고, 전문훈련과 학업·진로교육, 기숙사와 공공체육시설을 하나의 체계로 묶을 수 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도교육청은 교육계와 체육계, 지자체, 학부모, 지역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방향을 설정하겠다는 방침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