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수업·평가 함께 바꾼 IB… 표선고, 전국에 교실 문 열었다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영어·역사·물리·수학 등 DP 수업 공개
발표·탐구·보고서에 외부평가 병행
제주 유일 고교 IB 월드스쿨 운영
보호자엔 해외대학 진학정보도 공유

18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고등학교에서 열린 ‘2026 IB DP 월드스쿨 학교 공개의 날’에서 학생들이 IB DP 과학 실험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IB DP는 발표·프로젝트·보고서·실험·탐구활동 등 내부평가와 외부시험을 함께 운영한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제공
18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고등학교에서 열린 ‘2026 IB DP 월드스쿨 학교 공개의 날’에서 학생들이 IB DP 과학 실험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IB DP는 발표·프로젝트·보고서·실험·탐구활동 등 내부평가와 외부시험을 함께 운영한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교사가 지식을 설명하고 학생이 답을 외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질문과 탐구, 토론과 글쓰기, 실험을 수업과 평가에 함께 담는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이 제주 공립고 교실에서 어떻게 운영되는지 전국 교육 관계자들에게 공개됐다.

표선고등학교는 지난 18일 도내외 교육 관계자와 재학생 보호자 등 8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2026 IB DP 월드스쿨 학교 공개의 날'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학교 설명회보다 실제 교실을 공개해 IB 수업과 평가가 일반적인 고교 수업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데 무게를 뒀다.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인 국제 바칼로레아가 운영하는 국제 교육 프로그램이다. 고교 단계인 디플로마 프로그램(DP)은 만 16~19세 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6개 교과군과 지식이론(TOK), 소논문(EE), 창의·활동·봉사(CAS) 등 3개 핵심과정으로 구성된다.

IB 수업의 차이는 교육과정뿐 아니라 평가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대부분의 DP 과목은 과정 마지막에 외부시험을 치르지만 학교 수업에서도 발표와 프로젝트, 보고서, 실험·탐구활동 등 다양한 내부평가가 함께 진행된다. 학생이 단편적인 지식을 기억하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분석하고 논리를 구성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평가하는 구조다.

제주도교육청도 DP 평가를 내부평가와 외부평가로 구분하고 있다. 내부평가에는 프레젠테이션과 프로젝트, 보고서, 실습, 탐구활동 등이 포함되고 외부평가는 서술·논술형을 중심으로 IB 본부 채점관이 평가한다. 학생들은 우리나라 고교 졸업자격과 IB 디플로마를 함께 취득할 수 있다.

표선고는 이날 오전 영어 B와 역사, 물리학, 수학 '분석과 접근', 언어와 문학, 화학, 생명과학 등 2학년 DP 수업을 공개했다.

수업 공개 뒤에는 참여 교원들이 교과별 수업 설계와 평가 경험을 공유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종합 수업협의회에서는 실제 수업을 본 교사들이 IB DP 운영 방식과 학교 현장 적용 방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표선고의 IB 운영은 제주 공교육의 IB 도입 과정에서 상징성이 크다.

제주도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은 2019년 IB와 협력해 한국어 DP를 공교육에 도입했다. 표선고는 2021년 제주 공립학교 가운데 처음으로 IB 월드스쿨 인증을 받았고 이듬해부터 고교 2·3학년을 대상으로 DP 수업을 본격 운영했다.

18일 표선고등학교에서 열린 ‘2026 IB DP 월드스쿨 학교 공개의 날’에서 도내외 교육 관계자와 재학생 보호자들이 IB DP 교육과정과 수업 운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표선고는 이날 영어 B와 역사, 물리학, 수학, 언어와 문학, 화학, 생명과학 등 실제 DP 수업을 공개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제공
18일 표선고등학교에서 열린 ‘2026 IB DP 월드스쿨 학교 공개의 날’에서 도내외 교육 관계자와 재학생 보호자들이 IB DP 교육과정과 수업 운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표선고는 이날 영어 B와 역사, 물리학, 수학, 언어와 문학, 화학, 생명과학 등 실제 DP 수업을 공개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제공

현재 표선고는 제주에서 DP를 운영하는 유일한 고교 IB 월드스쿨이다. 제주도교육청의 올해 3월 기준 현황을 보면 도내 IB 학교는 초등학교 12곳, 중학교 5곳, 고등학교 1곳 등 모두 18곳이다. 이 가운데 인증을 받은 IB 월드스쿨과 후보·관심학교가 함께 운영되고 있다.

표선고에서는 1학년이 국가교육과정의 공통과목을 중심으로 DP 준비과정을 거친 뒤 2·3학년에서 IB 교육을 이수한다. 학생은 언어와 문학, 언어습득, 개인과 사회, 과학, 수학 등에서 6개 과목을 선택해 2년 동안 공부하고 TOK·EE·CAS도 함께 이수한다.

IB가 제주에서 주목받은 배경에는 읍면 지역 일반고의 교육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책적 목적도 있었다. 표선고를 중심으로 초·중·고 IB 교육과정을 연결해 지역에서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교육과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공교육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다만 IB가 기존 학교교육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모델은 아니다. 장기간의 교원 연수와 수업·평가 설계 역량이 필요하고 학생에게는 탐구과제와 소논문, 내부·외부평가를 함께 수행해야 하는 학업 부담이 따른다. IB 교육을 확대할수록 교원 확보와 평가 전문성, 국내 대학입시와의 연계도 함께 살펴야 한다.

표선고가 교실 자체를 외부에 공개한 의미도 여기에 있다. IB의 성과를 프로그램 명칭이나 진학 실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실제 수업에서 학생이 어떻게 질문하고 탐구하며, 교사가 어떤 방식으로 평가하는지를 현장에서 검증받겠다는 취지다.

오후에는 재학생 보호자를 대상으로 '교육공동체의 날'도 진행됐다. 보호자들은 기숙사와 교육활동 공간을 둘러보고 수업을 참관했다. '해외대학 지원'을 주제로 한 IB DP 워크숍에서 진학 정보를 공유했다.

홍일심 표선고 교장은 "IB DP 교육과정과 수업·평가 운영 사례를 전국의 IB 학교 관계자들과 공유하고 보호자와 학교가 교육활동에 대해 소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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