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물 삭제 요청했더니 피해자 신상 노출…정부 피해 규모도 '제각각'
방미심위 22건·성평등가족부 10여건·구글 37건 집계 기관 간 공유도 최대 14일 지연
[파이낸셜뉴스] 불법촬영물 삭제를 위해 구글에 제출한 피해자의 신상정보와 피해 내용이 외부 사이트에 노출된 가운데 정부가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기관마다 집계 기준과 피해 규모가 달랐고, 기관 간 상황 공유와 사후 확인 과정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 성평등가족부와 구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구글은 인터넷 게시물 삭제 요청과 관련한 정보를 2002년부터 외부 연구 데이터베이스인 A사에 제공해왔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8월 12일 성평등가족부가 삭제 요청 정보의 A사 제공에 대한 동의 절차가 사라진 사실을 파악하면서다.
성평등가족부는 불법촬영물 유포를 막기 위해 구글에 게시물 삭제를 요청해왔는데, 동의 절차가 사라지면서 일부 삭제 요청 내역이 A사 사이트에 제공됐다. 해당 사이트에는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신상정보 등이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성평등가족부는 같은 달 25일 구글에 관련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
이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방미통위는 "피해 규모와 노출 항목에 관한 자료 일체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방미심위는 게시물 22건과 피해자 13명을 피해 규모로 파악했고, 성평등가족부는 10여건을 집계했다. 구글이 파악한 규모는 37건이었다.
집계 단위도 게시물과 피해자, 신고 건수 등으로 서로 달라 전체 피해 규모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통합 자료가 없었다. 노출된 정보가 얼마나 열람됐는지, 외부로 내려받거나 복제됐는지, 다른 사이트로 재유포됐는지 등 2차 피해 여부 역시 정부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7년이 지난 현재까지 관계기관이 피해 규모를 집계하는 공통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반면 실제 피해 정보가 노출된 인터넷주소(URL)를 심의·차단하는 방미심위에는 14일이 지난 8월 26일에야 상황이 전달됐다. 방미심위는 이후 피해 정보가 노출된 URL 18건에 대해 긴급 심의에 착수했다.
사후 확인 과정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방미통위는 9월 4일 구글을 통해 문제가 된 게시물이 완전히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틀 뒤인 6일 구글이 추가 신고 3건을 접수해 게시물을 추가로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완전 삭제' 확인 범위와 검증 절차가 충분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6월에는 디지털 성범죄 예방부터 수사, 차단, 피해자 지원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범정부 디지털성범죄 대응 협의체도 출범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는 관계기관 간 정보 공유와 피해 집계가 일원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훈기 의원은 "불법촬영물로 고통받는 피해자가 절박한 마음으로 제출한 신상정보와 피해 내용이 다시 공개된 것은 피해구제 절차가 2차 가해의 통로로 뒤바뀐 심각한 사태"라며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의무가 있는 구글의 개인정보 보호조치와 대응 과정에 위법 사항이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윤홍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