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러업고 본가 쳐들어가기…전세난이 낳은 '新 캥거루족'[생존이 된 부모찬스]
가정 꾸린 3040 "주거비 막막"
전세 실종…금리는 '천정부지'
자금 마련·육아 위해 부모 품으로
오세훈 "서울 전역 주거 지옥돼"
전세가 12% 오를때 매물 -13%
#. 서울 마포구에서 전세계약 갱신 거부 통보를 받은 30대 직장인 A씨 부부는 최근 집을 구하다 난관에 부딪혔다. 거주 중인 전용 84㎡ 아파트 시세가 2년 새 3억원이나 뛰면서 다음 집을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면적을 59㎡로 줄여보려 했지만 현 보증금보다 1억원이 더 필요했고, 그마저도 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A씨는 "아이 학교 문제로 멀리 이사 가는 건 곤란한 상황"이라며 "결국 내 집 마련 전까지 부모님 댁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전세난이 심화되고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가정을 꾸린 3040세대가 다시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치솟는 주거비 부담에 아이까지 데리고 부모님 댁으로 들어가 3대가 함께 거주하는 이른바 '신종 캥거루족'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결혼 전 경기도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실거주 요건을 채운 40대 B씨 부부의 사정도 비슷하다. 직장 문제와 부모님의 육아 지원을 위해 다시 서울로 진입하려 했으나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에 갈아타기는 쉽지 않다.
경기도 집에는 세입자를 들였다. 아내는 아이들과 서울 송파구 친정집으로 향했고, 남편은 여의도 인근 작은 오피스텔을 얻었다. 서울 내 주말부부, 생계형 주거 분리를 택한 셈이다.
다만 이마저도 본가가 서울에 있거나 넓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서울 동작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이 키우는 데 도움을 받으려고 부모님 댁 가까이 전셋집을 구한 자녀들이 꽤 많다"며 "요즘에는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하겠다는 추세라 전월세 시장이 혼란스러운데, 이들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본가로 들어간다'는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가가 먼 세입자들은 외곽이나 경기도로 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7일 SNS를 통해 "전월세 대란으로 서울 전역이 '주거 지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시민이 전월세 난민으로 내몰려 더 이상 서울에서 살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가통계포털 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5년 8월∼2026년 7월) 28만8409명이 서울에서 경기도로 주소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전세가격 상승과 매물가뭄 탓에 빚어졌다는 관측이다. 서울시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격은 전월보다 0.50%,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90% 상승했다.
실례를 살펴보면 마포구 대장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2년 전 84㎡ 전세가 8억∼9억원이었지만 현재 호가는 11억5000만원부터 시작된다. 59㎡ 호가는 9억원으로, 2년 만에 84㎡ 가격을 따라잡았다.
송파구 대장 '잠실엘스' 84㎡ 호가는 2년 전(11억∼12억원선)보다 2억5000만원 이상 오른 14억5000만원이다. 그마저도 5678가구 대단지에서 전세 매물은 해당 84㎡ 1건뿐이다.
아실에 따르면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53건으로 1년 전(2만3697건)보다 13.3% 줄었다. 매물 감소는 가격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중랑구(-70.5%) △동대문구(-69.5%) △구로구(-64.3%) △금천구(-56.6%) △노원구(-54.5%) 순으로, 이들 지역의 평균 전세가는 3억∼6억원대(KB부동산·14일 기준)다.
[email protected] 전민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