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헬스 헬스

"스치기만 해도 뼈 부러지는 고통"...8개월간 방에 갇혔던 20대女, 다리 절단 택한 이유 [헬스톡]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16개월 무렵 소아 특발성 관절염(JIA) 진단을 받은 제스 버킨쇼. 출처=인스타그램, 뉴욕포스트
16개월 무렵 소아 특발성 관절염(JIA) 진단을 받은 제스 버킨쇼. 출처=인스타그램, 뉴욕포스트

[파이낸셜뉴스] 극심한 통증으로 8개월 동안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던 영국의 20세 여성이 삶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는 힘겨운 선택을 내렸다. '인간이 느끼는 가장 극심한 통증'으로 불리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의 가혹한 현실이 알려지며 만성 통증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20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영국 리즈 출신의 제스 버킨쇼(20)는 생후 16개월 때 소아 특발성 관절염(JIA) 진단을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관절 통증과 발열에 시달렸던 그는 15세 무렵 오른쪽 발목에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단순한 관절염 악화인 줄 알았던 통증의 정체는 만성 신경병성 질환인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었다. 관절염으로 발목과 발 부위 조직이 심하게 손상된 것이 원인이었다.

버킨쇼는 당시 고통에 대해 "온몸이 산 채로 불타는 듯하다가 다음 순간 얼음물에 던져진 것 같았다"며 "1부터 10까지 통증 척도 중 7점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마치 발 전체가 멍든 채 끊임없이 칼에 찔리고, 불에 타고, 감전되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CRPS는 외상이나 신경 손상 이후 손상 부위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극심한 만성 통증이 지속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미세한 바람이나 옷깃이 스치는 자극만으로도 극심한 통증(이질통)이 유발되며, 부종과 피부 변색, 체온 변화가 동반된다. 버킨쇼 역시 양말이나 신발조차 신을 수 없어 추운 겨울철 외출은 꿈도 꾸지 못했고, 병세가 가장 심했을 때는 8개월간 침실에만 갇혀 지내야 했다.

수많은 진통제와 치료제 복용은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 환각 등의 부작용을 불렀고 수면 장애까지 겹치며 정신 건강도 피폐해졌다. 발목 관절 유합술, 척수 자극기(SCS) 시험 시술 등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했지만 어떤 처치도 통증을 덜어주지 못했다.

결국 버킨쇼는 의료진과 2년이 넘는 논의 끝에 오른쪽 다리를 무릎 아래에서 절단하기로 결정했다. 젊은 나이와 CRPS 특성상 절단 부위에 통증이 남는 환상통 위험이 있어 의사들 간에도 의견이 갈렸으나, 그는 "매일 24시간 내내 겪는 끔찍한 고통을 멈출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수술 대기자 명단에 올랐을 때 비로소 안도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성공적으로 절단 수술을 받은 버킨쇼는 수술 후 두 달이 지나면서 마침내 지긋지긋한 통증에서 벗어났다. 그는 "수술 후 통증이 크게 줄어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외출도 자주 하고 수면의 질도 높아져 다시 본래의 내 모습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현재 그는 보조기를 활용한 재활 훈련을 거치며 맞춤 의족 착용을 준비하고 있다. SNS를 통해 만성 통증과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버킨쇼는 "내 결정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다리를 잃었지만 고통 대신 평범한 일상을 되찾았다"고 덧붙였다.

'인간이 겪는 최악의 고통'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란?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은 주로 골절이나 염좌, 수술 등 신체 외상을 겪은 뒤 신경계가 손상되거나 중추신경계의 통증 조절 체계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초기 부상 부위가 회복되었음에도 손상 정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강한 통증이 만성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은 화끈거리거나 칼로 베이고 찔리는 듯한 극심한 작열통이다. 특히 미세한 자극에도 극도로 예민해져 옷깃이 가볍게 닿거나 살랑이는 바람만 스쳐도 뼈가 부러지는 듯한 격통(이질통 및 통각과민)을 겪게 된다. 여기에 자율신경계 이상이 겹치면서 환부가 퉁퉁 붓고 붉거나 푸른빛으로 변색되며, 극단적인 열감이나 시림, 비정상적인 땀 분비 등 국소 체온과 혈류의 급격한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

CRPS는 병이 만성화될수록 치료가 어려워지므로 무엇보다 조기 발견과 초기 집중 치료가 중요하다. 치료는 항경련제와 항우울제, 마약성 진통제 등을 활용한 약물요법을 기본으로 하며, 통증 조절이 어려울 경우 신경차단술이나 척수 자극기(SCS) 삽입술 같은 중재적 시술을 병행한다.

아울러 일상생활을 무너뜨리는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우울증과 불안 장애 등 심각한 심리적 위기를 겪기 쉬운 만큼, 정신건강의학과적 지지와 전문적인 심리 치료 역시 치료 과정에서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20대 여성 #CRPS #통증 #다리 절단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