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만도, 유족·대책위에 가로막혀 기자회견장 진입 못 해…사과·안전대책 회견 무산
김승모씨 유족·대책위 항의에
조성현 부회장 등 회견장 앞에서 돌아서
김씨 부친 "사전 조율과 협의도 없이" 반발
조 부회장 "유족과 빨리 합의하기를 원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성남(경기)=김동찬 기자】하청업체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사과 성명과 종합안전개선대책을 직접 밝히려던 HL만도의 기자회견이 21일 끝내 무산됐다. 회견장을 찾은 조성현 부회장과 김현욱·홍영일 부사장 등 경영진은 유족과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에게 가로막혀 끝내 안으로 들어서지 못했다. 회사는 이날 서면 자료로 사과의 뜻과 안전 개선책을 공개했다.
김씨의 부친은 회견 방식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그는 "사전 조율과 협의도 없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하는 사과와 대책 발표는 무언가 의도가 있는 언론 플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식의 사과는 절대 받을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회견장 앞에서는 김씨 부친 등의 연좌농성이 진행됐다. 대책위는 사옥 인근에서 농성을 계속할지 논의할 방침이다. 아울러 노사와 유족이 각자 지정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에서 공정하게 사고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고는 7월 22일 낮 12시 50분께 평택공장에서 벌어졌다. 협력업체 소속 김씨(28)는 부품 가공 기계가 고장 나 내부를 살피던 중 벽과 기계 사이에 상반신이 끼여 숨졌다. 당시 HL만도 소속 직원이 김씨가 기계 안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시운전을 한 것으로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보고 있다. 두 기관은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노동부는 HL만도 평택공장과 하청업체 4곳을 대상으로 산업안전 감독을 벌인 결과 위반 사항 138건을 적발했다. 이 중 52건에는 2억8000여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예정이며, 나머지 86건은 즉시 사법처리하겠다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이다.
첫 번째 대책은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점검이다. 외부 안전 전문기관과 함께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매년 전수진단에 나서고, 지적된 사항은 로드맵을 만들어 빠짐없이 개선한다. 자체 안전점검 체계를 강화해 위험을 미리 예측하는 한편, 확인된 위험은 개선이 끝날 때까지 추적 관리한다.
투자 측면에서는 특별안전진단에서 위험 요인이 드러나면 특별예산을 따로 마련해 빠르게 고친다. 급한 현장 보완에 앞서 예산 품의를 거쳐야 했던 관행은 없애고, 먼저 조치한 뒤 사후에 보고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공장 안에는 사람을 감지하는 CCTV를, 외주공사 현장에는 위험 상황을 살필 수 있는 이동형 CCTV를 설치한다.
안전기준은 처음부터 다시 점검한다. 기준이 문서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는지 확인하고 실행력도 높인다. 계층별 맞춤 교육을 실시하고 안전의식 수준을 주기적으로 진단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는 장치도 담겼다. HL만도는 "현장 근로자의 목소리가 곧 최고의 안전기준"이라며 안전보건 위험 신고센터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노사가 함께 현장을 살피는 'Safety Walk'를 추진하고, 노조가 위험성평가에 참여해 위험 요인을 함께 찾는다.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현장 점검을 돕고, 안전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곳에는 자립을 위한 투자를 지원한다.
조직도 정비한다. 안전보건실을 새로 두고 본사와 사업장에 안전 인력을 보강한다. 본사에는 현장 점검의 전문성을 높일 안전진단파트를 신설한다. 사업장에서는 안전환경팀에 속해 있던 안전보건파트를 떼어내 안전보건팀으로 승격해 독립성을 높인다.
[email protected] 김동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