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예멘 대통령 "후티 막아달라" SOS 쳤지만…트럼프 "직접 군사지원 없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트럼프·알 알리미 대통령 전화 통화…바브엘만데브 해협 안보 논의
사우디 지원받는 예멘 정부 지원 요청에도 트럼프 '직접 개입' 거절
美, 오만 중재로 후티와 '휴전 밀약'…"美 선박 건드리지 않으면 불개입"
대(對)이란 전쟁에 발 묶인 美, 중동 확전 및 새 전선 구축에 큰 부담

2026년 6월 16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반미 시위를 벌이는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지지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포스터를 향해 총과 신발을 겨누고 있다. 아랍 문화권에서 상대에게 신발을 들이대는 것은 극도의 모욕을 의미한다. /사진=연합뉴스
2026년 6월 16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반미 시위를 벌이는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지지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포스터를 향해 총과 신발을 겨누고 있다. 아랍 문화권에서 상대에게 신발을 들이대는 것은 극도의 모욕을 의미한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해의 물류 요충지를 장악하며 세력을 넓히고 있는 예멘의 친(親)이란 반군 후티를 저지해 달라는 예멘 대통령의 간곡한 요청에도 직접적인 군사 지원을 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과의 전쟁에 병력과 무기를 쏟아붓고 있는 미국이 중동 내 새로운 전선을 여는 데 막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라샤드 알 알리미 예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의 안보 상황을 논의했다.

이날 통화에서 알 알리미 대통령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따라 주요 거점을 기습적으로 장악한 후티 반군에 맞서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예멘 및 서방 복수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직접적인 군사 지원을 약속하지 않았다. 백악관과 예멘 공보장관 역시 이번 통화와 관련해 즉각적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최근 후티 반군은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의 모카항과 페림섬 등을 속전속결로 점령했다. 이어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관련 선박의 통행을 전면 차단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사우디 본토의 석유 시설과 군 기지를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공격하며 국제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와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예멘 사태에 거리를 두는 이유는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와 확전 경계감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 선박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 않는 한 예멘 내전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한편 미국과 후티는 최근 오만의 중재로 물밑 접촉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후티 측은 "미국 선박을 공격하지 않고, 미국도 공습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2025년 휴전 합의를 계속 준수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함마드 알부카이티 후티 고위 관계자도 "미국 선박을 공격할 뜻은 없으나 사우디 관련 선박은 계속 표적이 될 것"이라며 미국과 사우디를 분리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무엇보다 현재 미국이 대이란 전쟁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미국 내에서 중동 전쟁 확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예멘발(發) 확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군사적으로 막대한 부담이다. NYT는 당초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후티를 겨냥한 공습을 검토했으나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피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막판에 계획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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