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 감원' 승부수에도…폭스바겐, 유럽 우량주 지수서 '퇴출 수모'
유로스톡스50 지수서 15년 만에 방출…빈자리는 노키아·엔지가 채워
2021년 고점 대비 주가 4분의 1 토막…시총 380억 유로로 쪼그라들어
중국산 저가 공세·영업이익률 1%대 하향·포르쉐 지분 상각 등 겹악재
지수 추종 패시브 자금 이탈 불가피…흔들리는 유럽·독일 자동차 산업 방증
[파이낸셜뉴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라는 벼랑 끝 전술을 꺼내든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유럽 최고 우량주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50(Euro Stoxx 50)'에서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중국 전기차의 저가 공세와 판매 부진, 잇따른 실적 악화 경고로 주가가 16년 만의 최저치로 곤두박질친 결과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 스톡스(Stoxx)는 이날 거래부터 폭스바겐과 네덜란드 정보통신업체 월터스클루어를 유로스톡스50 지수에서 제외했다. 빈자리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제공업체로 탈바꿈한 핀란드의 노키아와 프랑스 에너지기업 엔지가 채웠다. 폭스바겐이 이 지수에서 밀려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2011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폭스바겐의 굴욕적인 퇴출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는 주가 때문이다. 폭스바겐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30% 안팎 급락했으며 2021년 고점과 비교하면 거의 4분의 1 토막 수준이다. 연 매출이 3220억 유로에 달하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380억 유로에 불과해 투자자들의 극심한 회의감이 반영되어 있다.
경영난 타개를 위해 폭스바겐 경영진은 이달 초 감축 인력을 기존 5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늘리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안을 노조와 합의하며 반등을 노렸다. 그러나 지난 18일 올해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기존 4.0∼5.5%에서 최대 1%로 대폭 하향 조정하는 '수익성 경고'를 내면서 주가는 하루 만에 8.3% 폭락했다. 회사는 포르쉐 지분 가치에 대한 60억 유로 규모의 상각 처리, 중국 시장 침체 지속, 막대한 구조조정 비용 등을 실적 하향의 원인으로 꼽았다.
주요 지수에서 제외됨에 따라 폭스바겐 주가의 하방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로스톡스50을 추종하는 30개 상장지수펀드(ETF)의 자산 규모만 590억 유로에 달하며, 연계된 파생상품 판매액도 680억 유로를 넘는다. 당장 지수 편출일인 2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가 전반적인 상승장을 보였음에도 폭스바겐 주가는 장중 1% 넘게 하락했다.
이번 퇴출은 폭스바겐 개별 기업의 위기를 넘어 유럽 자동차 산업 전반의 실존적 위기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에는 피아트와 푸조의 모기업인 스텔란티스가 유로스톡스50에서 제외됐고, 폭스바겐그룹 지주사인 포르쉐SE 역시 독일 닥스(DAX) 우량주 지수에서 방출된 바 있다. 현재 유로스톡스50에 남은 자동차 기업은 페라리, BMW, 메르세데스-벤츠뿐이다.
폭스바겐의 방출로 유로스톡스50에 포함된 독일 기업의 수는 16개로 줄어들며 '유럽의 병자'로 전락한 독일 상장사들의 구조적 부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폭스바겐 측은 "자동차 산업 역사상 가장 거대한 변혁기를 맞고 있지만, 폭스바겐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 성과를 개선하고 중기적으로 지수에 복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