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만 더" 수십번…日현직 장관이 털어놓은 트럼프 협상법
활짝 웃으며 먼저 다가간 '예의'
日관세 지키며 美성과 만든 '상대 관점'
5개월간 10차례 방미한 '포기 않기'
5500억弗 투자로 관세 15% 합의
현직 경제산업상이 협상 막후 기록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대통령님, 한 가지만 더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지난해 7월 22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 아카자와 료세이 당시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은 집게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수십 차례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70분간 이어진 담판에서 전체 시간의 3분의 2 이상 직접 설명했다.
말을 멈추는 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것으로 딜"이라고 선언해 자동차와 일본산 수입품 전반에 붙는 상호관세가 19~25%로 굳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카자와 경제산업상은 최근 펴낸 저서 '트럼프 관세-협상의 기록'에서 "대통령에게 '이것으로 딜'이라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됐다"고 회고했다. 미일 관세협상의 전략과 막후를 현직 장관이 직접 쓴 이 책은 도쿄 대형서점 주간 논픽션 부문 1위에 올라 2쇄에 들어갔다.
책은 아카자와가 협상 책임자로 지명된 지난해 4월로 돌아간다. 이시바 시게루 당시 총리는 미국의 관세 공세를 '국난'으로 규정하고 그에게 협상을 맡겼다. 아카자와는 "몸속에서 위가 1㎝쯤 올라오는 느낌이었다"고 적었다.
이후 약 5개월 동안 10차례 미국을 찾았지만 최종 담판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지난해 7월 21일 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아카자와를 워싱턴 자택으로 불렀다. "내일 대통령과 딜할 수 있다. 하고 싶은가."
일본 협상단은 밤 11시까지 러트닉과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 반응을 점검했다. 실무진은 밤을 새워 상황별 자료를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러트닉은 일본의 제안을 최종 결정권자에게 전달할 핵심 통로였다. 아카자와와는 서로를 '하워드'와 '료'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워졌다.
다음 날 백악관에서 아카자와는 일부 일본 기업이 자동차 추가관세로 "1시간에 1억엔, 하루 20억엔의 손실을 보고 있다"며 "피가 흐르는 상황을 멈추지 않고서는 백악관을 나갈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피해만 강조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일 수 없었다. 일본이 마련한 답은 '관세보다 투자'였다. 일본 시장의 관세를 내리는 대신 미국 내 투자와 고용을 늘려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로 내세우도록 한 것이다.
일본은 정부계 금융기관의 출자·융자·보증을 활용한 대미 투자 틀을 4000억달러에서 최대 5500억달러로 늘리는 대신 자동차와 상호관세를 15%로 낮췄다.
처음부터 투자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은 미국 내 자동차 생산과 고용, 과거 투자실적을 반영해 관세를 계산하는 방안을 준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복잡하다(complex)"는 한마디에 무산됐다.
대신 러트닉이 요구해온 '크고 대담하며 놀라운 제안'에 해당하는 투자안을 앞세웠다. 쌀도 시장을 추가 개방하지 않고 이미 무관세로 의무 수입하는 물량 안에서 미국산 비중만 늘리기로 했다. 일본의 농산물 관세를 지키면서 미국 측에도 성과를 제시한 절충안이었다.
공방이 계속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을 집무실로 불러 "일본 측은 매우 터프한 협상 상대"라고 소개했다. 약 10분 뒤 자리에서 일어나 아카자와에게 손을 내밀었다. "딜이 성립됐다(You have a deal)."
책에 드러난 그의 협상 원칙은 세 가지다. 첫 회담에서 웃으며 "만나 뵙게 돼 영광"이라고 인사한 것은 '예의', 일본의 관세를 지키면서 미국이 내세울 투자안을 만든 것은 '상대의 관점', 10차례 미국을 찾고 마지막까지 "한 가지만 더"를 반복한 것은 '포기하지 않기'였다.
출간은 아카자와가 먼저 제안했다. 그는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어떤 제약 아래 무엇을 추구했는지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도 협상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당사자가 쓴 만큼 일본의 성과를 강조하고 민감한 대화는 공개하지 않았다는 한계는 있다. 하지만 피해를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숫자와 이를 전달할 사람까지 준비한 일본의 협상 과정은 미국과 후속 협상을 이어가야 하는 한국에도 참고할 대목이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