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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視角] 평생학습 없는 고령 취업

파이낸셜뉴스
조창원 논설위원
조창원 논설위원

올해 65세, 회사에서 은퇴한 당신이 새 직장을 구하려 면접장에 앉는다. 젊은 면접관이 위아래를 한 번 훑어보고 상투적인 질문을 던진다. "강점과 약점이 뭔가요?" 뭐라고 답하겠는가. "강점은 경험이 많다는 것이고, 약점은 나이도 많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 센스를 발휘하면 합격 안정권이다. 영화 '인턴' 속 시나리오에선 그렇다.

11년 전 할리우드 원작 '인턴'과 한국판 '인턴'은 노년층 관객이라면 혹할 만한 이야기다. 자존심만 조금 접으면 멋진 스타트업 오피스에서 제2의 인생을 보람차게 펼칠 수 있다는 희망이 차오른다. 젊은 청년 최고경영자의 혁신 마인드와 시니어의 노익장이 시너지를 낸다고 상상해 보라.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회사를 유니콘으로 키우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그런데 영화는 어디까지나 픽션이다. 영화에서 충만했던 기대 반, 설렘 반은 현실의 문을 열자마자 실망 반, 씁쓸함 반으로 바뀐다.

우리 시대 고령층 취업자의 민낯을 살펴보자. 올해 5월 기준 55~79세 고령층 취업자는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더구나 전년 대비 늘어난 취업자 34만5000명 가운데 65~79세가 32만6000명이다. 전체 증가분의 94%나 차지한다. 정년 60세를 훌쩍 넘긴 초고령 나이대가 취업 증가를 이끈다는 얘기다. 이런 숫자만 보면 정년 후에도 일자리가 널렸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숫자의 속살을 보면 고령층 취업자 1000만명의 화려한 숫자 뒤에 숨은 허와 실이 드러난다. 최근 늘어난 일자리는 돌봄 관련 복지 확대에 따른 것이다. 교통지도, 환경정비, 독거노인 안부 확인 등 공익활동형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스타트업 같은 민간의 자발적 채용과 거리가 멀다. 일자리를 구하는 목적도 영화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이들이 계속 일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53.4%)이었고,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88만원에 그쳤다고 한다. 보람찬 제2인생과 거리가 먼 생계형 일자리에 몰린다는 얘기다.

미국 원작의 주인공 벤 휘태커는 70세 은퇴자인데 인턴 자리를 얻었다. 한국판 영화 주인공 기호 역시 37년 직장생활 경력을 갖춘 베테랑이다. 하지만 현실의 문턱은 높다. 영화 속 주인공이 스크린을 찢고 현실의 일터로 걸어 나오려면 그 사람도, 세상도 변해야 한다.

첫 단추는 정년 연장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쏟아지는 퇴직자들을 받쳐줄 탄탄한 안전망이다. 녹슬지 않은 실력을 발휘해 삶의 보람을 찾도록 돕는 일도 넓은 의미의 복지다. 정년퇴직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사이에 놓인 60~64세의 '소득 크레바스' 문제 역시 정년연장 도입으로 풀어낼 수 있다. 다만 정년연장이 모든 사람의 혜택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이미 60세 정년제가 적용되고 있어도 이전에 실업자가 된 노동자가 부지기수다. 제도는 도입만큼이나 실효성이 중요하다.

제도 혜택과 별개로 본인의 역량도 갈고닦아야 한다. 디지털과 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들면서 업무환경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의 업무 경험이 그대로 통용되는 시대도 아니다. 그렇다고 수십년 쌓아온 경험을 버릴 이유도 없다. 실무에 꼭 필요한 기술과 디지털 도구를 새로 익혀 자신이 쌓아온 업무 노하우에 장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평생학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대다.

그런데 꾸준히 학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 성인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2023년 32.3%에서 2025년 33.7%로 완만하게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성인 3명 중 2명은 평생학습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영화 속 실버 인턴들은 낯선 사무실에 차차 적응하고 필요한 실무도 무난히 해낸다. 왕년의 실력을 발휘한 것으로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그들이 면접장 문을 열고 들어서기 전까지 남모르게 투입했을 평생교육의 시간을 영화에서는 알려주지 않는다.[email protected]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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