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43년만에'...대구 미문화원 사건 피해자 국가 추가 배상 길 열려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불법구금·고문 뒤 유죄, 재심선 집시법 폐지로 면소... 1·2심 "배상책임 없다"
대법 "면소사유 없었다면 무죄였을 고도의 개연성"... 소멸시효 기산점도 재심 확정일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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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과거사 사건 피해자가 재심에서 무죄가 아닌 면소판결을 받았더라도, 면소 사유가 없었다면 무죄가 선고됐을 개연성이 증명된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83년 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처음 내놓은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23일 오전 대구 미문화원 피해자와 유족 등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들은 1983년 9월 22일 벌어진 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영장 없이 연행된 뒤 수일에서 한 달여간 불법구금됐다. 조사 과정에서 구타와 진술 강요, 고문을 당했고 국가보안법 위반과 반공법 위반,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10년 6월 불법구금과 가혹행위 사실을 인정하는 일부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재심에서는 결론이 갈렸다. 구 집시법 위반 부분은 해당 조항이 나중에 삭제돼 형이 폐지됐다는 이유로 면소판결이 선고됐고, 피해자 1명의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부분만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다. 재심에서 면소판결을 받은 집시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도 국가의 배상책임이 성립하는지, 그리고 나머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단기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했는지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같았다. 무죄가 확정된 부분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2123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면소 부분에 대해서는 면소 사유가 없었다면 무죄가 선고됐을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책임을 부정했다. 나머지 원고들에 대해서는 늦어도 과거사정리위원회 결정이 내려진 2010년 6월에는 손해와 가해자를 알았다고 보고 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두 쟁점 모두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면소판결이 확정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소사실의 내용과 재심개시 이유, 형사보상 결정 여부 등을 종합해 "면소사유가 없었더라면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판결이 선고되었을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 있는 증명이 이루어진 경우 수사기관의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서는 고문으로 얻은 진술을 빼면 나머지 증거의 증명력이 부족한 점, 형사보상 사건에서 법원이 면소 사유가 없었다면 무죄를 받을 현저한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소멸시효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재심으로 유죄판결의 확정력이 배제되기 전까지는 피해자가 수사 단계의 피해와 복역으로 인한 피해를 구분해 권리를 행사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지난 1월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의 권리행사 기대가능성 법리를 적용해, 재심 면소판결이 확정된 시점부터 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했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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