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교부금 31조원 감소 추산… 제주교육청과 도의회 공동 대응
내국세 20.79% 연동방식 폐지 추진
제주 세입 75.5% 중앙정부 이전수입
정부, 전년보다 줄면 국가가 차액 보전
도의회, 안정적 개편 건의안 의결
교육감협의회, 공식 협의체 구성 요구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정부 개편안이 적용되면 전국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110조원에서 79조원으로 31조원 줄 수 있다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추산이 나왔다. 제주도의회는 안정적 운영과 합리적 개편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의결했고, 제주교육청은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와 공식 협의체 구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23일 제주도교육청과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는 전날 제454회 제1차 정례회 제7차 본회의에서 교육위원회가 제안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의 안정적 운영 및 합리적 개편 건의안'을 의결했다. 건의안은 정부와 국회 등 관계기관에 전달될 예정이다.
정부 개편안의 핵심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내국세에 연동해 계산하던 방식을 바꾸는 데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중앙정부가 전국 시·도교육청에 배분하는 초·중등교육의 핵심 재원이다.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 운영, 교육시설, 교육복지 등 교육청의 주요 사업에 쓰인다.
현행 제도는 내국세의 20.79%를 교부금 재원과 연동한다. 세수가 증가하면 교부금 재원도 늘고 세수가 줄면 영향을 받는 구조다.
정부는 지난 8월 21일 20.79% 고정비율 연동방식을 폐지하는 개편안을 발표했고, 9월 3일 2027년 정부 예산안과 함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 22일에는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도 입법예고했다.
새 방식은 전년도 교부금을 기준으로 최근 3년 평균 경상성장률을 반영하고, 여기에 최근 3년 평균 학령인구 변화율의 35%를 적용해 다음 해 교부금 규모를 산정한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는 '정부가 걷은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교육재정에 연결했다면 앞으로는 '전년도 교부금'을 출발점으로 경제 성장과 학생 수 변화를 함께 반영하게 된다.
정부는 교부금 총액이 전년보다 감소하면 국가가 차액을 보전하도록 안전장치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학령인구 감소를 산식에 반영하되 초·중등 교육재정이 전년 수준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은 막겠다는 취지다.
개편으로 확보되는 재원은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 교육·인재계정에 적립해 영유아와 대학, 평생교육 등으로 교육투자 범위를 넓힌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제주교육청은 전년 대비 감소를 막는 장치와 별개로 현행 제도를 유지했을 때와 비교하면 지방교육재정의 전체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도교육청은 정부 개편안을 적용할 경우 전국 교부금 규모가 약 110조원에서 79조원으로 31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110조원과 79조원은 정부가 내놓은 전망치가 아니라 제주교육청이 개편안의 영향을 분석해 제시한 수치다.
정부의 '전년 수준 보전'과 교육청의 '31조원 감소 추산'은 비교 기준이 다르다. 정부는 새 산식으로 계산한 금액이 직전 연도보다 줄어드는지를 기준으로 보전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교육청은 현행 내국세 연동방식을 유지했을 경우 확보할 수 있는 재원과 새 제도에 따른 재원을 비교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교부금 변화의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다. 올해 제주교육청 제2회 추가경정예산 기준 세입은 1조6925억원이다. 중앙정부 이전수입이 1조2775억원으로 75.5%를 차지한다.
지방자치단체 이전수입도 2757억원으로 16.3%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이전수입을 합치면 1조5532억원으로 전체 세입의 91.8%에 이른다. 자체수입은 117억원으로 0.7%에 그친다.
교육시설 투자도 재정 압박 요인으로 거론된다. 오은초 제주도의원은 지난 9일 교육행정질문에서 제주교육시설 계속비사업에 2027년 이후 약 3300억원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고, 사전기획이나 설계를 마쳤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추진하지 못한 사업도 약 1280억원 규모라고 제시했다.
당시 고의숙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은 학령인구가 감소하더라도 교직원 인건비와 특수교육, 교육환경 개선, 급식비 등 교육청이 부담해야 할 고정적 재정 수요가 있다며 교부금 개편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도의회 논의 과정에서는 건의안의 수위도 조정됐다. 교육위원회는 지난 14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반대 건의안'을 의결했지만 21일 번안 절차를 거쳤다. 최종 제명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의 안정적 운영 및 합리적 개편 건의안'으로 바뀌었다. 전면적인 반대보다 교육재정의 안정성과 현장 의견을 반영한 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문구를 조정했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도 시·도교육감이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를 구성해 교부금 산정방식과 지방교육재정의 적정 규모·안정성, 미래교육 수요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의숙 교육감은 "교육현장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합리적인 개편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와 함께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고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도 입법예고되면서 논의의 무대는 국회와 교육현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교부금 산정방식과 학령인구 반영 수준, 지방교육재정의 안정장치, 미래대응기금의 운용방식이 후속 논의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