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視角]청년에게 정작 필요한 것
"간절히 원했음에도 기회가 없었던 이곳 미시시피 지역에 1300개 고임금의 일자리 기회를 줘서 고맙다."
이달 초 미국 루이지애나주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제철소 기공식 현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세력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핵심 인물이자 미국 공화당 보수 강경파인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사의를 표했다. 랜드리 주지사는 지난해 3월 정 회장이 한국 기업은 물론이고 글로벌 완성차 기업 중 유일하게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을 성사시켰던 미 정가의 막후 실세다. 법률가 출신인 랜드리 주지사 그 역시, 고교 졸업 후 한때 사탕수수밭 노동자였다. 미시시피강 하류에 위치한 루이지애나주는 미국 50개 주에서도 1인당 개인소득은 44위 수준으로 하위권에 속한다. 빈곤율 역시 손에 꼽히는 지역이다.
현대제철은 끝도 없이 펼쳐진 광활한 사탕수수밭을 밀고 직접고용 1300명을 포함, 대략 5000명 이상의 직간접 고용효과를 낼 수 있는 최첨단 제철소를 지을 예정이다. 현대제철이 현지에 설립한 직업교육 기관에서 교육 중인 20대 초반의 흑인 청년이 '18번째 주자'로 기공식 기념 삽을 잡으며, 트럼프 정부 성장·고용정책의 상징적 장면을 연출했다.
현재 미국 주정부들은 한국 기업 유치에 혈안이다. 테네시주, 텍사스주, 조지아주 등은 한데 뭉쳐 서울에 사무실까지 열고 일부 주정부 장관들은 아예 두어달에 한 번씩 서울을 드나든다. 투자유치를 통해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재명 정부가 최근 청년 타기팅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의 노인복지예산 확대 정책과 오버랩된다. 청년예산만 별도로 먼저 공개하는 '청년예산 언박싱(개봉)' 행사를 여는가 하면 경제부처 장관들의 '청년 소통 간담회'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 잇단 지지율 하락이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21일 한양대 청년 간담회 현장에서 만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청년정책은 미래에 대한 투자"라며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청년들과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청년을 정책의 파트너로 삼고자 하는 점은 주목할 일이나, 건국 이래 가장 부강한 시대의 2030세대가 가장 불행한 세대라는 식의 메시지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내년도 청년예산을 올해의 2배 이상인 43조원으로 증액했다. '0세부터 34세까지' 성장 단계별 최대 2억원씩을 지원하는 이른바 '청년 양육 계획'이다. 청년미래적금은 소득수준 구별 없이 모든 청년들로 대상을 확대했고 청년 교통비·문화지원금, 취업 지원금 등 일회성 사업이 즐비하다. 지자체들은 청년 결혼축하금, 운전면허 응시 등 수수료 지원까지 꺼내 들었다. 국가가 뭐든 다 해주겠다는 태세다. 반도체 대호황에 따른 초과세수에 기반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의 날 행사장.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로 청년예산을 확대하고, 청년정책들을 소개하기 위해 만든 자리였다.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정모씨의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게 (지금 이 자리에서 나오는 청년대책들이) 다 뭐든지 해달라(또는 해주겠다)는 얘기밖에 안 들린다. 취업하기 위해 한 달에 400군데 500군데를 지원했고, 1주일에 스무군데씩 면접을 보면서 회사를 들어갔다. 근데 좋은 복지, 좋은 연봉을 받고 생활하기 위해서 해달라는 것들로밖에 안 들린다. 열심히 살아가는 청년들은 (뭐가 되겠는가) 하는 생각에 불쾌해서 일어났다."
지금의 일회성 현금지원 정책들로 과연 청년들의 삶을 바꿀 수 있을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첫째도, 둘째도 '일자리 창출'이다. 우리 모두는 이미 답을 알고 있지 않은가.




